하얀제비를 기다리며

하얀 제비의 귀환

소세골이야기 2007. 6. 14. 12:44

 


 

 

 

지난 해  귀농 4년만에 우리집 처마밑을 찾아든  제비 가족이 세마리의  새끼를 쳤습니다.

그중 한마리는 뜻밖에도 하얀 제비였습니다. 몸집도 발육 상태도 왜소하기만 했던 그 하얀 제비를 어미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키우고  한 마리의 제비로 홀로 서기를 훈련 시카던  중 그만  옆집 밭에서 흙에 누운 모습으로 발견 되었지요. 우리 가족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린 제비 형제들을 지켜 보았습니다.

눈부신 흰 날개로 이른 새벽 처마밑을 날아 나가면 어스름에야 돌아오고...그렇게 다져 지면서 형제 곁에 붙어서만 늘 지내던 하얀 제비도 힘차고 씩씩한 날개 짓으로 높이 날아 오르며 먹이를 찾고 커갔습니다.

여름내  장마비와  폭우를 모두 견뎌내고 늦가을까지 어상천에 머물다 9월 9일  제비 무리가 남쪽으로 떠났습니다.


우리 가족은 오는 봄을 기다렸습니다.

늘 가슴속에서 포르륵거리는 하얀 제비의 날개짓을  그리워 하면서 말입니다.

돌연 변이의 모습으로 나타난 하얀 제비가 안타까워 올 봄 부터는  소세골 골짜기 안. 집 주위의땅을 최대한 우리 농토로 만들고  내 땅에서 만큼은 슬픈 어미 제비의 아픔이 없도록 모든 농사를 유기 농법으로 일구었습니다.



지난봄.4월 5일 아버님 산소 이장 조성을 마치고 돌아온 날 처마밑엔 반가운 손님이 들었습니다.

제비 가족이 네마리나 처마 밑을 부산스레 드나들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마리가 열흘남짓 집 지을 자리를 탐색하며 머물더니 , 하루, 소란스레 지저귀며 처마밑을 드나들기에 살펴 보았더니 제 짝을  한마리 데려와서 처마밑에 날아드는 비행 연습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마치 지난 해 어미 제비가 새끼들을 불러 들이며 하듯 집 앞 높은 전기 줄에 앉은 제비를 부리를 쪼으고는 원을 그리며 날아 처마 밑으로 깃들곤 하기를 몇 시간, 드디어 저녁 늦게는 두마리가 나란히 처마 밑 액자 틀 위에 내려 앉았습니다.


곧 집 짓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작업이 영 마땅찮아 보였습니다,

여기 저기 흙을 발라 보다가 액자 틀 위에 흙을 붙이기 시작 했지만 뒷 공간으로 자구만 떨어져 실패 였습니다.

창문 위의 나무틀이 미끄러운 비닐 표피를 입힌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부리로 쪼으고 흙을 물어 묻혔지만 며칠이 지나도 진척이 없었습니다.


저희에게 맡겨두는 것이 최선이라 지켜 보기만 하던  민정이 아버지가  할 수 없이 제비들이 시도하는 자리 바로 아래에 작은 나무 토막 하나를 조심스레  받혀 주었습니다 .

반신 반의 ..경계를 하며  살피던  두마리의 제비는 엉뚱하게도 튀어나온 나무 토막의  끝에서 부터  집을 다시 쌓기 시작 하였습니다 . 

밑이 뵤죽한 삼각형의 제비 집만 보아온 우리 가족은 당황하였습니다.

 

괜스레 사람의 아둔한 판단으로 나무 토막을 받쳐 주어 제비집을 망치는 것 아닌가,

각목 토막을 바닥으로  두고 대책없이 넓디 넓게 퍼져 나가는 제비집 공사를 지켜보며 얼마나 조바심을 했던지요.

 

그러나 야생의  생명들은 결코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우려와 달리 제법 위쪽을 오므려 안정된 감각으로 모양을 잡은 집안에서 어미 제비는 알을 품기 시작하였습니다.

 

초파일, 어미 제비가 하얀  얇은 막을 입에 물어 삼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음엔 두마리 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셋. 넷 ...

드디어 네 마리의 아기 제비가 재잘대며 어미와 아비의 부지런한  날개짓에 별처럼 노오란 입을 벌리고  아우성들 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뽀오얀 솜털이 벗겨지며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기 제비중에 유난히 힘세고  요란스런  한 마리의  날개짓에  익숙한 눈부심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못내 서운해 하며 늦게라도 꼭 오리라 기다리던  하얀 제비가  아기 제비의 형제 중에 다시 온 것 입니다.

 

온 가족의 염원 이었을 까요?

다시 돌아온 제비가 하얀 제비의 가족이었던 것이지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안타 깝습니다.

 

제 무리중에서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살아 가야할 힘겨움이  염려되어서 입니다.

 

다행인 것은 올해 태어난 하얀 아기 제비는 지난 해 왜소했던  하얀 제비와는 달리 제일 힘차고 몸집도 우량아입니다.

 

벌써 제 어미 만큼 컷습니다.

 

곧 날아 가기라도 할듯 하루에도 몇차례씩 집 가장자리에 올라앉아 날개짓을 합니다.

그리고 곁의 형제들도 날개가 더러 흰점이 보이기도 하고  희색빛이 도는 놈이 있어 혼자 외톨이로  힘들지는  않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다시 하얀 제비가 돌아 왔습니다.

 

더욱 소세골 안 만큼은 아기 제비의 가족들이 마음껏 날고 먹이를 잡고 살수 있는 땅으로 , 해마다 그 가족들이 안심하고 내 처마밑에  돌아와 깃들 수 있도록, 땅도 먹거리도 모두 그리 만들 것입니다.

 

돌아온 하얀 제비의 가족들에게  우리 가족이 할수있는  최선의 선물로   그리 해야하리라  맘 먹습니다.

 

반딧불이가 날고 하얀 제비가 나는  소세골입니다.

 

그동안 애써 땀흘리며  해 오던 친환경 농삿일,  그 준비 를 거쳐  체계를 갖추고 이제 유기농 마늘, 유기농 콩 , 그로 만든  마늘 메주 된장,

내가하는 모든 농산물에 . 먹거리에 . 유기농 인증 마크를  다는일이 올해 시작 되었으니 하얀제비의 선물입니;다.

 

  그 축복인듯  합니다.

 

 

이젠 어미 만큼이나 큰 몸집으로 곧잘 날개를 펴 파닥 거리는  아기 제비들이 곧 둥지를 떠나  비행 연습에 들것입니다.

 

하얀제비가족은   소세골의  맑은  바람으로 , 맑은 먹이로 힘차게 자라  올 가을  강남길을 나설 것입니다. 

 

제 집안엔 다시 돌아올 봄날을  고이 간직해 두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