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골 영농 일지

[스크랩] 제주의 장아찌

소세골이야기 2009. 1. 29. 22:01

제주의 장아찌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장시간 저장하는 음식들을 살펴보면 장류는 콩을 이용해서 발효시켜 만들고 젓갈은 주로 어패류 등 비린 재료를 발효시켜 만드는데 이외의 채소류를 이용한 저장음식들을 일컬어 장아찌 또는 지, 절임이라고 부른다. 제주의 낭푼밥상에도 이 장아찌는 빠지지 않는 반찬이었기에 오늘은 장아찌에 대해서 거론해 보자.


  무우, 오이, 마늘, 깻잎, 고추 등을 소금, 간장, 된장, 고추장, 또는 식초에 담가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을 “지”라 부르는데 김치 또한 원래는 지의 일종이었다가 조선시대 고추가 도입되어 고춧가루가 양념으로 이용되면서 요즘과 같은 김치가 된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과거 궁중이나 사대부에서는 ‘지’를 “장과”라고 부르고 그중 오래 저장하지 않고 절인 후 즉시 먹을 수 있는 것을 “갑장과”라 불렀다.


  ‘장아찌’의 ‘지’ 는 ‘절임’ 의 옛말 ‘디히’ 가 변한소리이고 이 디히가 ‘딤채’ 딤의 어원이기도 하다. 즉 채소를 절였다는 뜻의 딤채가 바로 옛 김치의 이름인 것이다. 또한 ‘장아’는 장을 이용한다는 뜻의 장앳(장의)이라는 말이 변한 것인데 이 두말이 합쳐져서 결국 장에 절인 음식이란 뜻의 우리말 ‘장앳디히’가 변하여 불려지는 이름이다.


장아찌를 담는 방법은  크게 소금에 절이거나 간장에 절이는 방법, 된장이나 고추장에 절이거나 식초에 절이는 방법등 다양한데 반찬은 아니지만 일종의 간식이나 후식으로 꿀에 절이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절이는 방법 가운데 역시 가장 중요한 재료의 성질은 소금기(염분)라 할수 있는데 절임류의 음식에서 염분이 해주는 역할은 

- 삼투압 작용 : 음식물 내부로 쉽게 침투하여 본래의 수분을 제거 하는 역할을 하여 절임의 속도가 빨라진다.

- 음식물 부패 방지 : 일반적으로 많은 유해 미생물 들은 고염분 농도에서는 생육하지 않으며 음식물 내부의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여 천연 방부, 멸균 작용을 한다.

- 빙점 강하작용 : 바닷물이 얼지 않는 것은 파도가 움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농도의 소금물은 영하 20도 이상이 되어야 동결되므로 겨울철 음식물 저장을 용이하게 한다.

- 미생물 생장에 영향을 미치므로 발효균의 발효 속도조절 기능 : 장류의 사상균과 효모균, 치즈의 사상균, 김치의 유산균등의 증식이 염분농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염분의 량을 조절하여 발효속도를 조절할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염분농도가 적절하지 못하면 음식자체의 맛이 좋지 못하게 된다.

 

깻잎 송이로 담가먹는 유송아리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담가 먹었던 장아찌로는 깻잎장아찌, 마늘 장아찌, 오이 장아찌, 통마늘 장아찌, 고추 장아찌, 송이 장아찌, 더덕 장아찌, 가지 장아찌, 마늘 종 장아찌, 참외 장아찌, 죽순 장아찌, 무 장아찌, 콩잎장아찌, 실파 장아찌, 등 모든 채소를 이용했다고 할 수 있으며 심지어 굴비나 북어등도 고추장에 절여서 먹었고 제주에서는 지는 아니지만 더운 여름철에 돼지 고기를 된장에 박아놓고 보관했다가 꺼내어 구워먹거나 삶아먹기도 하였다. 요즘 간간히 보이는 '된장 숙성 삼겹살’이라는 메뉴를 제주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먹어왔으니 이 또한 음식문화의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장아찌는 사실 그다지 어려운 요리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처음에 조금만 주의하면 누구나 맛있는 장아찌를 담글 수 있는데 그중 중요한 몇가지 잘 담그는 요령을 기술하면


- 껍질이 질긴 야채(오이, 고추, 무 등)는 장물을 뜨거울 때 붓는 것이 좋고

- 깻잎, 콩잎 등 부드러운 재료는 완전히 식혀서 붓는 것이 좋다.

- 초절임 장아찌는 먼저 소금이나 간장으로 절인 후 식초물에 담그는 것이 좋다.

- 된장 장아찌는 최소한 1년 이상 묵은 장을 쓰는 것이 좋다.

- 된장 장아찌의 재료도 가지, 애호박 등 수분 많은 재료는 소금에 절이거나 건조시켜담근다.

- 고추처럼 속이 비거나 자극적인 재료는 바늘구멍을 내면 좋다.

- 모양이 흐트러지기 쉬운 재료로 된장이나 고추장에 절일 때는 베보자기등에 싸서 활용하면 나중에 털어낼 필요도 없고 깔끔하다.

- 가능하면 재료가 완전히 잠길 수 있도록 장이나 소금물을 넉넉히 준비한다.

제주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마농지.

 

  제주의 장아찌들을 살펴보면 다른 저장음식들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다양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식탁에는 일년 사시사철 빼놓지 않고 올렸는데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 마농지 : 풋 마늘대를 5월초에 식초간장에 절이는데 한여름에 밥을 물에 말아 마농지 한쪽을 손에 잡고 쪽쪽 빨아먹었던 기억들이 지금 40대의 제주사람들은 모두 기억할 만큼 추억의 코드를 지닌 음식이다.

- 양에간지 : 양하를 완전히 피지 않은 상태인 것을 따다가 식초 간장에 절인다. 가을이면 누구나 접할수 있었던 음식인데 아쉽게도 요즘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설탕을 조금씩 사용 하기도 했다.

- 유잎 송아리지 : 깨밭에 가본 사람이 아니면 깻잎 송아리를 본적이 없을 것이다. 깻잎 송아리는 늦가을에 간장에 재워서 먹는데 제주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용한 장아찌는 아니었는데 그 모양이 특이하고 예쁜 장아찌이다.

- 제피잎지 : 초여름 한라산 자락에서 따온 제피잎을 자리물회에 넣어서 먹기도 하고 남는 것은 간장에 절여서 깻잎 장아찌처럼 한 장씩 밥에 올려 먹곤 했다. 제피잎은 알싸할 정도로 아린맛이 강한데 간장에 절여두면 그 아린 맛이 어느정도 가신다.

- 고추잎지 : 초가을 고추잎을 소금에 살짝 절인 후 간장에 담가먹는데 뒷맛이 약간 씁쓰레 한 것이 절로 밥맛을 당기게 한다.

- 통마늘지 : 여름 철 통마늘을 간장이나 소금물에 절여서 먹는데 타지역에서는 대표적인 장아찌로 많이 이용되는데 제주에서는 마농지 때문에 뒤로 밀린 느낌이 강하고 실제로 통마늘지는 마농지에 비해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았다.

- 꿩마농 : 봄철 달래를 간장에 절여 먹는데 갑장과처럼 바로 먹는다

- 고치지 : 탐스런 고추를 멸치젓국에 절여서 가을이 깊어갈 때 먹는데 고추를 절였던 멜젓도 고추의 달고 매운맛으로 서로 어우러 진다.

- 몸지 : 여름철 모자반을 멜젓이나 자리젓에 버무리는데 지라고 하기보다는 나물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반치지, 세우리, 콩잎, 패마농, 등등....

제주에서도 주로 남쪽 지방에서 즐겼던 반치지

 

  제주의 장아찌는 고추장을 이용한 것이 없다. 고추장 자체가 없었으니까 당연한 것이다.대부분이 간장을 이용하는데 타지역의 간장을 이용한 장아찌는 간장을 달여서 쓰는 것이 보통인데 제주에서는 끓이지 않고 담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제주옹기의 통기성이 뛰어나고 또한 장독대의 일조량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끓인 효과를 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제주와 전남 해안지역에서만 자생하는 걸로 알려진 양하로 만든 향애지

 

 

 

출처 : 제주의 전통음식
글쓴이 : 물허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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