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순 치기
미늘 밭후작으로 장엽콩(수확 시기가 빠르고 병해가 적어 마늘 수확 후 .그리고 무농약 재배용으로 적합한 종자다)을 심었다.
샘물 밭에 심은 황금콩과 큰 밭의 왕 태는 이미 본 엽 3ㅡ4엽이 피는 시기였으니 많이 늦은 샘이다.
심어두고 콩 떡잎이 펴나올 때 쯤 이면 콩 특유의 배릿한 냄새가 비둘기들을 끌어 모으는 지 자칫 머리꼭지 따먹은 빈 콩나물대만 남아있기 일쑤 , 콩 심고 일주일을 세 부자가 아침 저녁 15분 간격으로 번갈아 콩밭을 오르내렸다.
막내는 작다고 깔보는지 훠어이 소리쳐도 도무지 비둘기들이 꿈적 않는다고 속 상해하더니
꾀를 냈다.
스텐 양푼과 막대기를 들고 내려가 꽹과리 치듯 쳐대니 두 녀석의 때 아닌 아침저녁 쇳소리 장단에 비둘기뿐만 아니라 온 동네가 들썩여 소문이 났다.
그래놓고 콩 밭 머리 지나 학교 오갈 때면 퍼런 콩밭이 다 제 덕이라나 ? 흐뭇~ 해가면서 히죽거린다. 무어든 제 손길이 닿아야 정이가고 눈이 가는 모양 마련이다.
앞 선 두 밭은 콩 꽃이 벌써들 활짝 피고 질 판인데 마늘 밭 콩은 겨우 콩 순 칠 시기가 됐다. 마침 두 녀석이 방학 중이니 기회만 있으면 컴퓨터 앞에 코 박혀 있을 터 인지라 밭으로 이끌었다 .
남형이는 6학년이니 이제 덩치도 몸무게도 제 엄마 보다 많다. 당연히 힘도 앞서건만 일은 그저 뒷전으로 물러서려 꾀 집 부린다.
막내 남경인 5학년이지만 터울은 두 살 아래인지라 형보다 가녀리고 힘이 많이 딸린다.
그래도 집안일이다, 밭일이다 곧 잘 나서지만 서툴러 공 보다는 꾸지람꺼리를 더 만들어
혼자 억울해 씩씩대곤 한다.
숙제해야 되는데, 뭐...갑자기 바빠진 척 하는 두 놈 억지다 시피 콩밭머리 세워 놓고
‘이거 두 닢짜리는 본 엽, 그리고 일 엽, 이 엽, 삼 엽.... 오 엽째 까지는 놔두고 육 엽 ,
칠 엽부터는 모두 자르는 거야.
여기가 콩의 생장점인데 여길 잘라 주어야 키가 크지 않고 가지가 튼튼히 벌어져 콩이 많이 달린단다. ‘일장 연설,
그러면서 속웃음이 났다.
콩 농사 첫 해 ,
기술 센터에 전화로 콩 순 치는 것 배우고선 일 엽, 이 엽을 쌍으로 세어 배로 큰 콩 순치기하고 가지가 덩굴처럼 벌어져 콩 섶만 무성한 농사지었던 헤프닝이 생각나서다.
그리고 한 골씩 자리 배정하고 일일이 세지 못하니 대략 맨 끝자리 작은 새순을 한두 개 모두 따도록 일렀다.
한 잎, 두 잎 잠잠 따 나가는데 영 서툴고 마땅찮아 큰 녀석은 몸이 꼬이고 작은 놈은‘ 후, 허리 아프다’나.....
콩은 콩 많이 달리라고 가지를 꺾어 아프게 하면서 사람은 콩 많이 먹자하며 허리 아픈 수고도 안하고 되겠니?
잠시나 잠잠하나 했더니 ‘이얏! 콩 폭탄이다. 받아라!’큰 녀석의 장난기 발동.
콩 순 딴 거 한 웅큼 모아 쥘 동안 잠잠, 손아귀 콩 순을 제 동생에게로 던진다.
작은 아이도 질세라 저도 똑 같이 콩 순을 모아 움켜쥐어 던진다.
주고 , 받고 . 콩 농사 위한 콩 순이 아니라 콩 폭탄 던지기 위한 콩 순 따기이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뛰고 쫒고 한바탕 법석이더니 갑자기 조용, 넘어진 작은 녀석의 무릎에 치여 콩 포기 몇 개가 부러 지고서야 슬금슬금 눈치 살피며 어디 까지 했지 ? 줄 찾기 바쁘다.
그래도 반줄이 채 못나간다.
‘형, 여기 메뚜기 있다.’
‘어디? 이 바보야! 이건 방아께비잖아? 히히 얼레 꼴레 방아깨비 보고 메뚜기래요’
또 시작이다.
‘여긴 사마귀도 있다 . 이거 새낀데 아빠 예초기 오면 다치겠다.’
‘우리 저 쪽에 갖다 놔 주자’이젠 화해 모드다.
이거 자 벌레도 있네. 어 진짜다.
큰 녀석은 곤충들만 보면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개구리도, 지렁이도, 사마귀도..
무너미 옛 집 어린 시절 . 저희 세계였던 그 마당안의 곤충들에게 큰아인 ‘자연의 친구들의 보호자‘였다.
‘형, 이제 우주 수비대장 꿈은 접었냐? ’티라노 공룡 타고 뭐, 공룡 세계도 다스리고?!
손바닥에 저마다 자 벌레와 여치와 사마귀들을 올려놓고 두 녀석도 똑 같이 무너미 마당 시절로 생각이 달음질 쳤더랬나 보다.
작은 녀석이 그 시절 밤마다 제 형이 우주 수비 대장이 되고 저와 누나는 수석 대원이 되어
우주로 출동하고 공룡 세계로 출동 하고 그리고 한바탕 싸우고 쳐부수고 정의의 사자가 되어 은하계를 평정한 후에라야 잠이 들곤 했던 잠자리 이야기를 떠올린 소리다.
큰 아인 벌써 그런 것이 쑥스런 나이인가? 손바닥만 잠잠히 내려다보며 ‘으응.....’하곤 말이 없다.
손 벌겠다고 두 놈 데려와 봤자, 콩 순치기는 그저 이틀꺼리 내 몫이다.
콩 골과 밭두덕 풀을 예초기로 깎느라 땀범벅 풀 범벅으로 초록 인간이 되다 시피한 제 아버지 왈, ‘남형이 남경인 언제쯤 커서 이 예초기 어께에 메고 풀 깎을래?’
고개 갸웃해 보던 남형이, ‘ 아직은 어렵겠는데요’ 제 딴엔 진지하게 가늠해 본 모양인데 아버지의 작업을 지켜보니 어깨위의 짐하며 요란한 기계음에 , 풀 파편에 ,근처에 있다간 잔돌 세례까지
받아야 하니 영 만만찮은 모양이다.
작은 놈‘ 형 ,배 안고파?’
참 , 콩 순은 댓 골도 제대로 못 치구선... .
콩 순친 자린 이가 빠지고 , 콩 포기 몇 개 부러졌어도 ,
그래도 이게 남는 농사다!?!!
2006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