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제비를 기다리며

하얀 제비

소세골이야기 2006. 7. 18. 09:55

 처음 둥지에서 내려 앉은 모습

 

..형제곁을 자꾸 파고 드는데 귀찮은 듯 옆 걸음으로 피해 가다가 는 곁을 주곤 한다.......

 

온세상이 물 웅덩이에 풍덩 담가 진듯  위에도 아래에도 물 구덩이다.

 

수박 밭엔  둥그런 수박이 터지고 물려 내려앉고. 고추 밭도 마늘 저장 창고도 . 콩순도 칠때가 넘어 서고.....

 

사랑체  처마 아래 아기 제비 세마리가 서로 한껏 몸을 붙여 앉아서도 온기가 성에 차지 않는듯 서로 몸을 비비적 거리고 있다.

아침 일찍 어미와 아비를 따라 먹이 찾기와 비행 연습을 끝내고 돌아온 참이다.

포르륵 거리는 날게 짓이 스치는 곁눈 질에도 유난 스러운 건  그 중 한마리의 날개며 온 몸이 유난희 흰 빛이여서다.

왜소한 그 몸을 두마리 형제가 가운데 두고 꼬옥 품어 안듯 하고 있다. 둥지 에서의 습관데로...

 

초파일을  전후하여 며칠  안체 처마밑이 부산 스러웠더랬다.

제비 몇 쌍이 번갈아 드나들며 보금 자리를 탐색하느라 분주 해 진 것이다.

 

이사 온 지 4년째 . 오래 묵은 옛 집의 정취에 이끌려 새 집 설게도를 백지화 하고 기울어져 가는 기둥을 바로 세우고 받치고 이어내고 메우기를  석 삼년 . 이제는  손때도 적당히 올라 제법 내 집인양 정이 붙었다.

우리 세 악동들이 이젠 고향으로 삼아 뼈 궅히며 자랄 터전이다.

어찌 알고 주인을 본떠 닮나?

일주일 남짓이나 탐색전을 펼치며 드나들던 제비중 한 쌍이 처마 밑에 오래 비어있던  옛 제비집 한체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들은 행여 청국장을 말리는 건조기 소리에 놀라 날아 가기라도 할까. 드나드는 문 바로 위인지라 사람에 놀랠까 부엌 문으로 피해 드나들며    조바심으로 지켜 보았다.

 

아빠는 '그래도 집 둘레 터밭이며 내 밭엔 제초제며 농약  안 치는 농사를 지었더니 그 덕인가 보다.

집 앞에 즐비한 장독대에서 나는 구수한 된장 냄새가 귀한 제비 손을 끌여 들였나 보다"하며 기뻐 하였고, 아이들도  할머니의 제비 똥 성화에 맞서가며 제비 가족 맞이에 온 정성을 기울였다.

 

올해 열 다섯인 큰 아이가 첫 돌을 맞이하던 해

그 때도 꼭 초파일 이었다.처마밑에 다섯마리나 세끼를 쳐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던 어미 제비가 갑자기 머리를 벽에 부딪히며 마당에 떨어져 움직이지 못했다.

마침 집 앞 논에서 농약 냄세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농약에 중독 된 벌레를 물은    것이다.

온 식구가 제비를 둘러싸고 아직 날지도 못하는 새끼 다섯 마리를 들여다 보며 걱정에 싸였다.

아빠가  평소 아이를 보살피며 키워온 자연 건강법으로 제비를 손에 보듬어 유기를 하고 보살폈다.

오래 시간이 흐르도록 기척 없던 제비가 깨어나고 설사를 하며 주춤거려 날더니 살아났다.

 그 이후 제비는 무사히 어린 다섯 마리 새끼를 모두 키워 날아갔다, 

그 길로 바로 태기가 있고 들어서 얻은 둘째를 우리는 늘 어미제비가 가져다 준 선물이라 여겨왔다.

 

제비에 대해 그리 유난한 추억이 있는 우리 가족인지라  걱정이 많았다.

요즈음 제비가 농약과 공해 때문에 무정란을 낳거나 알을 잘 부화하지 못한다는데 더구나 늦게 마련한 보금자리라 제대로 새끼를 칠까 늘 조바심이 났다.

 

드디어 드나들던 어미 제비가 조용히 알을 품기 시작했다.

 마침내 제제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미가 물어온 먹이 앞에  노란 입 셋이  별처럼 벌어지곤 하는 모습이  기다리던 우리 가족에게 경이로운 선물로 주어졌다.

머릿 수 까지 우리 아이들 셋을 닮은 세마리 새끼 제비 들은 꽁지를 집밖으로 내밀어 연신 깔아놓은 신문지 받침을 지적셔 가며 ,지랄할 놈들 똥 싸댄다고 지팡이 휘두르며 성화 곳하는 할머니의 잔소리에도 아랑 곳 없이 무럭 무럭 자라났다.

 

그런데 제비 둥지위로 검은 머리가 내밀어 보일 때 쯤 .가운데 녀석의 머리꼭지가 어찌 수상 쩍었다.

희끗한 모습이 나머지 두놈과 영 달라 아직 속털을   못 벗었나? 의아스러웠다.

 

드디어 한마리 제빠른 놈이 금새라도 떨어질듯 위태롭게 집 가장자리에 메달려 파닥거리며 날개짓을 하다가 겨우 올라 앉는 모습이 눈에 자주 듸었다.

그때 마다 어미 제비는 주위를 맴돌며 지켰다.

 

며칠 연이은 장마비로 궂은 와중인데 이른 아침 소란스런 제비집에서 역사가 시작 되었다.

어미 제비는 두 마리 새끼 제비를 먹이로 유인 ,앞 사랑체 지붕위로 불러 내었다.

서툰 한놈은 물받이에 뒹굴어 빠져 호된 신고식을 치루었지만 그래도 처마끝에에 올라 앉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몸을 추스르자 지붕위를 서너바퀴 처녀비행하는 연습도 해냈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못내 우리에서 몸을 내밀지 못하고 고개만 내 비치고 있었다.

어미와  아비는 두마리새끼를 처마끝에 안위 시키자 번갈아 둥지가 있는 안체 처마밑을 나즈막히 비행하며 막내를 유인해 내려 애를 썼다.

어미는 먹이를 물고와서는 주지않고  몸을 활처럼 뒤로 젖혀  자꾸 새끼가 우리 밖으로 몸을 내밀도록 했다.

드디어 우리 가장자리에 올라 앉은 막내 제비가 모습을 나타냈다.

염려했던 데로 작고 왜소한 몸을 가진  막내는 몸 전체가 흰 빛에 가까운 옅은 회색 이었다.

그러고도 어미와 아비가 애쓰기를 두시간여 남짓 드디어 하얀 날개를 펴 파닥거리며 둥지를 떠나 날았지만 위로 날아 오르지 못하고 바로 2 -3 미터 앞 나무 그루터기위로 덜어지다시피 내려 앉았다.

한동안 놀란 이미제비의 찍어 대듯이 주위를 치며 날아 오르는  부산한 움직임에도 힘이 빠진 새끼 제비는 다시  날아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오두마니 앉아만 있었다.

우리집 세 아이들은 학기말 시험날 임에도 등교 시간이 늦도록 집을 나서지 못하고 세끼 제비 주위를 맴 돌았다.

망설임 끝에  겨우 조금 높이 있는 나무그루터기로 옮겨 앉은 다음에야 고양이로 부터의 위험은 면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며 주위를 더나지 않는 어미와  아비에게 맞기고 등교길에 올랐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11시쯤 돌아오니  히얀 제비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두마리만 옆집 처마아래 앉아있었다.

어미와 아비는 두마리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틈틈이 온 집 주위며 뒷산  언저리를 낮게 날며 배회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사라진 흰 제비를 찾는게 역력했다.

속이 탄 어미는 빈 둥지를 다시 와 들여다 보곤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장대 비에도 몸을 피할줄 모르고  공중을 배회하다 지치면 제 모습을 알리려는듯 높은  줄에 앉아 있었다.

집을 드나드는 도둑 고양이에게 당하기라도 했으면 어쩌랴. 나뭇더미 틈새에 빠져 끼이기라도 했을까 바쁜 일손 젖혀 두고 덩달아 찾아 헤메는데 숲 언저리를 날던 두마리 어미 제비의 검은 그림자에

무언가 희끗이 석여 드는게 보였다.

수풀 속에 날아들렀더랬나 보다.

어미와 아비의 숱한 헤메임에  그 비행에 드디어 하얀 막내 제비가 모습을 나타내 그 비행에 합세한 것이다.

 

순간 그  짧고 안간힘 쓰는 팔랑개비 같은 날개짓이 .

그 하얀 눈부심이 주는  감동이란...... .

 

함께 공중을 몇바퀴 선회하는 세 가족의 재회에 크게 소리쳐 박수라 도 쳐 주고 싶었다.

 

몇바퀴 공중  선회 하다가는 어미의 유도를 따라  줄에 내려 앉지가지 못하고 나무위로 내려 앉기가 일쑤.  결국 서툰 착지로 오후 늦게는 지붕위 높은 전깃줄 위에 내려 앉는데 성공 했지만  밤이 와도  앞 처마 밑에는 새끼 두마리만 오두마니깃들었을 뿐 어미도 아비도   지친 몸을쉬지도 못하며 바깥을 오락 가락할뿐이었다.

저래 가지고 어떻게 살아 남아 강남까지 가려나?

저녁 밥상머리에서 우리 가족 모두는 그 걱정이었고, 몸이 아픈 딸아이는 딸아이데로 늘 두 형들에게 치이는 막내는 막내데로 저마다 마음속에서 흰 제비에게 저를 견주어 가며  하얀 막내 제비가 무사히 힘을 복돋우고 자라  주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 막내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고  다시 세끼를 찿는 어미와 아비의 부산한 날개 짓만 분주하더니 한나절 지나 드디어 막내는 다시 하얀 날개 짓으로 모습을 드러 내였고 숱한  착오와 되풀이 끝에 무사히 두마리 형제 옆에 드디어 내려 앉을 수 있었다.

둥지를 떠난지 하루 하고도 반나절 만이었다.

 

둥지 속 습관데로 자꾸 두마리 사이로 몸을 부비며 들어 끼일려고 하는 막내 는 빛깔도 유난할뿐더러 몸 체도 눈에 듸게 작아 더욱 안스럽다.

며칠 안위시키더니 요즈음은 날이 밝으면 일찍부ㅠ터 어미와 아비가 몰고 나가 훈련 시키는지 저녁 으스름이라야 처마 밑에서 세 녀석을 발건할 수 있다.

부지런히 먹고 지라 튼튼해 져라!

날개짓 연습도 많이 해서 꼭 강남까지 무사히 가서 겨울 나기하고 내년 봄 돌아 오렴.

아침 저녁 제비를 대하는 우리 가족의 기도다.

 

"엄마 흰 제비기 꼭 나같애. "하며 둥지를 떠난 날 밤 잠까지 설치던 막내도 한 시름 잊은듯 편히 잔다.

동생이 없어선가 여린 동물들에게 정이 유난한 막내다.

아이들의 마음에 기쁨이도록 하얀 제비가 건강한 몸이 되기를  늘 마음모듬어 염원한다.

 

끝도 없는 장마비에 밭 작물은 모두 시들고 망가지고 농꾼들의 마음이 말이 아니다.

수밭밭에 앉아 시름 겨운 이웃에게  인삿말을 건네기도 요즈음은 민망하다.

 

늦깍이로 시작한 농사에  생명 농사를 고집하며 제초제와 농약 사용을 마다하며 대들었다.

올봄 내 열손가락으로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비닒 마저 벗어던진 마늘 포기 마다를 빗 질 하듯 풀메기를  서너차례. 그리고 화학 비료도 끊고 유기농 거름, 친환경 자재들로 제조한 비료며 영양을 공급 하노라며 애써 한 마늘 농사 거둠이를 끝낸 자리.

 정신없이  빗 줄기 장마와 싸우느라 저녁 식사가 자정이 가깝기 일쑤였던 한동안의  날들 ..

 창고에 메어달고 엮고 나니  식구 수 데로 호된 몸살이 났다.

 

애초에 수익성을 시작하고 시작한 농사는 아니었지만  엄청난 노동과 안간힘 끝에 쌓인 수확이 그러나 생활 현실을 이어가는  이익으로 전환되지 않는 남루함으로 돌아 올때  늘 물먹은 솜 같은 피곤함이 젖든다.

 

단양 마늘  5일장 축제가 장대비와 함께 시작돼 빗속에 녹아 버렸다.

길이 끊기고 마을이 힘쓸리고 생명이 사위는 물 난리에 농사가 어떻다 말 올리지도 못할 실정...

창고 마다 그대로 빗줄기에 눅어 쌓이는 마늘 앞에 농민들의 시름만 무겁거늘...

 

단양 마늘 파워 브랜드화 심포지엄....

 군수님의 첫 마씀이 새로뤘다.

이제는 우리 농사가 당연히 가야 할길이라고 유기농업을 단양 군 전체의 농사로 이끌어 가시고 싶어 하시는 그 포부에 감동이 왔다.

꼭 가야만 하는 당연히 해야 하는 친환경 농사...유기 농업.

거기 생명이 있기에 .나에게서 자식에게로. 다시 그 자손에게로 이어져 가야하는  그 생명의 바탕이

기에.

그래 생명 농사다.

 

한 고을의 수장이 되신 어른의 말씀이시고 약속이시니 . 지금 껏 막막하고 힘겹게 여겨졌던 생명 농사꾼 에로의 길 . 다시 어깨를 추스르고 힘을 복돋워 봐야겠다.

 

그 말씀으로 받쳐 주실 자리, 그  약속이 헛되지 않으리라 믿음 하면서...

 

하얀 제비가 어찌 제비만의 일이랴.

 

내 자손에게 어미 제비의 아픔이 없기 위해서라도 .비록 열 손가락 마디 관절이 부풀고 아파와도

생명을 지향한 농사는 내 삶의 업이 되어야 하리라.

 

 

                                           2006.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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