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데기 안되는 땅 마지기
그래도 요것 조것 조목
조목 심기는 씩씩하게 심었는데
그런데심은 곡식보다 더 부지런히 움트고 자라나는 옆동네 더부살이들...
(사실은 사람의 주관이지 그들
모두 땅의 어엿한 주인이다.)
풀은 참 무성히도 끓임없이 나고 자란다.
제초제 만큼은 사양코 사는 농사를 고집하려니, 눈뜨면 풀과의
싸움이다. 말끔한 골흙은 아니더라도 심궈 먹을 곡식보다 풀이성해서는 아니 되겠기에......
무더운 땡볕가리고 아침 저녁 서늘한 풀메기
호사 부릴 겨를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타.
어깨가 아프고 저녁이면 온몸이 손가락하나 못 움직이도록 늘어지는
피곤속에서도,
아침이면 일으켜 지지않는 허리를 안간힘써서 일으켜서도
다시밭이랑에 서면 몇 웅큼 흙질하느라면 몸은 파란
하늘마냥갠다.
눈이 따갑도록 흘러내린 땀을 흙묻은 손으로 쓰윽
훔치느라면 문득 내어다 뵈는 파란 하늘 ... 구름.... 젖은 흙살을 한웅큼 쥐어
뿌려보고픈...........
그래 이것이
평화로구나.
그래 이것이
넉넉함이로구나......
세상에 하는 숱한 노동의 유희중에 이보다 더 이름다운
노동이 이보다 더 흥겨운 삶의 유희가 없음에랴.......
오늘도 끝없이 못다 뽑아 씨가 앉은 콩반 풀반인 내 콩밭옆을 지나다니지만 ,
그리고 무를 속아내고 풀 긁어내려야지만
그래
사는일이 밭이랑에 퍼질러 앉아 풀내는 땀냄새만큼한 거라면 ,
그래 삶은 지극히 향기롭고 지극히도
아름다여라.........
흙발로 흙손으로 일구는 그 삶있어 모든 생명이
받쳐지느니..
200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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