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끝 가을 햇살이따갑다.
빨래를 너는데 엄마 사마귀 한마리가 아주 힘겹게 돌담을 기어
오르다 중간에서 그만 떨어졌다.
기운이 진한듯 아주 천천히 다시 오르지만 또 떨어졌다.
몇번을 되풀이 허리를 돌려 굽혀 살펴 가며 오르지만 무언가
제가 찾는 마땅한 자리가 없나보다.
아, 벌써 사마귀가 알을 낳을 때 인가?
세면장에 들어서니 어느 틈으로 들어 왔는지 아까보다 더큰
어미 사마귀가 방충망에 붙어 있다.
'얘, 여긴 춥고 습기가 많아 안돼. 좋은 자릴 찾으렴.'
중얼거리며 막대끝으로 밀어내는데, 이 녀석이 좀체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하긴 여름내 방충망이 사마귀의 서식처 였으니..... .
이른 봄날이었다.
텃밭에 돌고르기하고 있는데 수선스럽던 마당이 이상스레
고요했다.
수상히여겨 둘러보는 시야에 큰아들 아이가 감나무 둥치앞에
잔뜩 웅크려 선체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엄.... 마... "
잔뜩 무엔가에 억눌린 조심스러운 부름에 나도 긴장돼
살금 등뒤에 가 서니, 따뜻한 양지쪽 햇살이 내비치는
감나무 등걸 꼭 제 눈 높이 만큼의 자리에서 여리디 여린
움직임이 스멀거리고 있었다.
꼭 봄햇살만큼 연노란 빛깔의 아주 작은 아기사마귀들이
제 알집에서 서툰 몸짓으로 기어나와 나무 껍질 틈바구니를
기어 오르고 있었다.
아! 나도 몰래 작은 탄성이 ,그리고 눈물이 나왔다.
그 사마귀 알은 지난 가을 부터 남형이가 갈무리 해온
두개의 사마귀 알집중 하나였다.
지난 가을 느티나무아래서 사마귀에게 손을 물렸다는 할메는
사마귀만 모습보이면 여지없이 '요 못된 짐승!' 하며 손에든
막대기로 후려쳤고 담벼락에 나뭇등걸에 할것없이 붙은 알집
만 보이면 막대 끝으로 긁어 내렸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남형이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할머니, 왜 자꾸 자연의 친구를 죽이는 거야?
사마귀도 내 친구란 말야!' 그렇게 맞서몰래 잃어버리고도
돌틈에 붙은 하나와 감나무 둥치의 알만은 겨울을 넘겨 이봄
내 살아 남았다.
그런데 어쩐 기연일까?
늘 붙어 놀던 막내마저 낮잠들고 제 누나도 학교가고 유독
혼자 세 세상을 나서는 아기 사마귀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긴장이 아기 사마귀들의 행렬이 길게
퍼져 나가자 그제야 조금 풀리는듯 나무 둥치 아래서 위협하고
있는 큰 개미들을 저만치 떼어놓는 작업을 시작한다.
'엄마, 개미가 아기사마귀 잡아 먹으먼 어떡해?' 근심어린 목소리다.
그렇다 상상이 안 가겠지만 처음 태어나는 아기 사마귀는 그만큼
여리다. 큰 개미 앞에서도 여지없이 약해 보인다.
'아기 사마귀가 저를 보호해준 대장을아는구나. 그래 대장이 보는
앞에서 알집을 나오는 거로구나. 저를 보호해 달라구... .'
'응, 맞아 엄마. 내가 지켜 줄거야.'
그날 오후내 감나무 둥치 이곳 저곳 흩어진 여린 아기 사마귀들을
떨어지면 올려주고 개미랑 큰 벌레들 멀찍이 내어 던지고 남형이는
바빴다.
이후 남형이는 정말 '자연의 친구'들의' 수호 천사'가 되었다.
다리 떨어진 벌레는 풀숲위에 놓아주고 아기 개구리에겐 엄마 찾아
가라고 속삭여 놓아주고 여름에 날개 찢어져 땅에 떨어진 매미는
남형이의 성화에 못이겨 아빠가 바늘끝에 강력 접착제를 묻혀가며
날개를 붙여 기어이 날려 보내 주었다.
지금껏은 여치나 배짱이가 세면장 방충망에 날아들때면 땟장난
남형이 달래는 도구로 잘 써먹은 엄마였다.
'으응. 남형이가 지난번 구해준 아기 배짱이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왔나 봐. 아무리 심통나 울다가도 그런 만남 앞에선 뚝 그치는
남형이라 난 속으로 음흉히 웃어 가며 써 먹었더랬는데... .
그런데 속은건 엄마 였다. 제 꾀에... .
'엄마 저것 좀 봐. 아기 사마귀들이 여기까지 찾아왔어. '
힘이 좀 생긴 두배쯤 자랐지만 아직도 연 노란 햇살빛 아기 사마귀
들이 세면장 방충망에, 안방 창문의 방충망에 숱하게 메어달려
오르 내리는 것 아닌가!
여름내 사마귀들은 그 곳에 붙어서 귀퉁이 거미줄에 걸리는 날파리
같은 작은 곤충들을 먹이삼아 자랐다.
남형이는 올여름 사마귀가 나고 자라는걸 지켜보며 함께 자란것이다.
대장의 집을 찾아와 보호를요청하는 아기 사마귀들을 눈으로 마음
으로 지켜준 수호 대장이 되어... .
그래 여치도 배짱이도 결코 우연히 날아와 붙은게 아니었다.
남형이의 마음이 그들에게로 가듯이 그들도 천연히 온 것이다.
그곳에 함께 끼어들지 못하는건 이미 때묻은 어른의 맘일 뿐.
아이들이 쏘일세라 할머니는 돌틈마다 잉잉대며 집짓기 하는 땡비
만 보면 짓는 집 내려 버리고 잡는다.
할머니와 남형이의 심심찮은 숨바꼭질이 또하나 시작된다.
'할머니,땡삐 없으면 토마토도 딸기도 호박도 다 안 연단 말이야'
죽이지 마.' 그 속에 지 어미인 며느리의 세뇌가 든줄 아는 까닭에
지기 싫은 시어미의 맘내,남형이를 꼬인다.
'너 땡비 쏘이면 얼마나 아픈지 아냐? 저게 얼마나 못된 짐승인데.
잘못하면 죽어. 남형아 이 막대기루 떨궈 저기 내던지면 된다.'
속살거리는 할머니 꾀임에 흔들려 그예 막대기 한번 휘둘러 땡비
집 떨구어 봤다.
근데 땡비한테두 좀 미안코 영 맘 편치 않고,
엄마가 맘 캥겨 걸리적 거리는 아이 ,
뒷 곁으로 돌아와 부엌 창문 너머로' 엄 마~' 한번 그냥 불러본다.
에구, 시어미 며느리 세력 다툼에 아들아이 맴 멍들라~
그나마 남아있을 땡비집도 더 안 남아 나겄다.
남형인 초파일날 농약뿌린 논에서 벌레 잡아 먹고 마당에 와 떨어진
어미 제비를 아빠가 '유기'(생명의 기운으로 나누어 보듬는 방법이
있다) 하여 살려 낸 보답으로 물어다준 아기씨 이다.
우화냐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어미 제비는 그때 우리 처마끝에
여섯마리나 새끼를 쳐서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던 터 였다.
그때 마당에모였던 외갓집 식구들이랑 우리 가족 모두 아기 제비가
걱정이 되어 마당을 배회하는 아빠 제비와 함께 얼마나 간절한
맘으로 지켜 봤던지... .
그 아기 제비들이 자라 날개짓을 배울 무렵 엄마 품에 찾아든
남형이를 우리 가족은 모두 제비의 선물이라 알고 있다.
어쨋든 남형이는 올 봄 우리 마당에 찾아 들 자연의 친구들을 위해
유치원도 가지 않았다.
유치원 선생님의 끈질긴 회유에도 '내가 없으면 우리 마당에
오는 자연의 친구들 가버릴 꺼예요. '하며... .
가을 ` 어미 사마귀를 보며~
2000
20002
빨래를 너는데 엄마 사마귀 한마리가 아주 힘겹게 돌담을 기어
오르다 중간에서 그만 떨어졌다.
기운이 진한듯 아주 천천히 다시 오르지만 또 떨어졌다.
몇번을 되풀이 허리를 돌려 굽혀 살펴 가며 오르지만 무언가
제가 찾는 마땅한 자리가 없나보다.
아, 벌써 사마귀가 알을 낳을 때 인가?
세면장에 들어서니 어느 틈으로 들어 왔는지 아까보다 더큰
어미 사마귀가 방충망에 붙어 있다.
'얘, 여긴 춥고 습기가 많아 안돼. 좋은 자릴 찾으렴.'
중얼거리며 막대끝으로 밀어내는데, 이 녀석이 좀체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하긴 여름내 방충망이 사마귀의 서식처 였으니..... .
이른 봄날이었다.
텃밭에 돌고르기하고 있는데 수선스럽던 마당이 이상스레
고요했다.
수상히여겨 둘러보는 시야에 큰아들 아이가 감나무 둥치앞에
잔뜩 웅크려 선체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엄.... 마... "
잔뜩 무엔가에 억눌린 조심스러운 부름에 나도 긴장돼
살금 등뒤에 가 서니, 따뜻한 양지쪽 햇살이 내비치는
감나무 등걸 꼭 제 눈 높이 만큼의 자리에서 여리디 여린
움직임이 스멀거리고 있었다.
꼭 봄햇살만큼 연노란 빛깔의 아주 작은 아기사마귀들이
제 알집에서 서툰 몸짓으로 기어나와 나무 껍질 틈바구니를
기어 오르고 있었다.
아! 나도 몰래 작은 탄성이 ,그리고 눈물이 나왔다.
그 사마귀 알은 지난 가을 부터 남형이가 갈무리 해온
두개의 사마귀 알집중 하나였다.
지난 가을 느티나무아래서 사마귀에게 손을 물렸다는 할메는
사마귀만 모습보이면 여지없이 '요 못된 짐승!' 하며 손에든
막대기로 후려쳤고 담벼락에 나뭇등걸에 할것없이 붙은 알집
만 보이면 막대 끝으로 긁어 내렸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남형이가 반기를 들고 나섰다.
'할머니, 왜 자꾸 자연의 친구를 죽이는 거야?
사마귀도 내 친구란 말야!' 그렇게 맞서몰래 잃어버리고도
돌틈에 붙은 하나와 감나무 둥치의 알만은 겨울을 넘겨 이봄
내 살아 남았다.
그런데 어쩐 기연일까?
늘 붙어 놀던 막내마저 낮잠들고 제 누나도 학교가고 유독
혼자 세 세상을 나서는 아기 사마귀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긴장이 아기 사마귀들의 행렬이 길게
퍼져 나가자 그제야 조금 풀리는듯 나무 둥치 아래서 위협하고
있는 큰 개미들을 저만치 떼어놓는 작업을 시작한다.
'엄마, 개미가 아기사마귀 잡아 먹으먼 어떡해?' 근심어린 목소리다.
그렇다 상상이 안 가겠지만 처음 태어나는 아기 사마귀는 그만큼
여리다. 큰 개미 앞에서도 여지없이 약해 보인다.
'아기 사마귀가 저를 보호해준 대장을아는구나. 그래 대장이 보는
앞에서 알집을 나오는 거로구나. 저를 보호해 달라구... .'
'응, 맞아 엄마. 내가 지켜 줄거야.'
그날 오후내 감나무 둥치 이곳 저곳 흩어진 여린 아기 사마귀들을
떨어지면 올려주고 개미랑 큰 벌레들 멀찍이 내어 던지고 남형이는
바빴다.
이후 남형이는 정말 '자연의 친구'들의' 수호 천사'가 되었다.
다리 떨어진 벌레는 풀숲위에 놓아주고 아기 개구리에겐 엄마 찾아
가라고 속삭여 놓아주고 여름에 날개 찢어져 땅에 떨어진 매미는
남형이의 성화에 못이겨 아빠가 바늘끝에 강력 접착제를 묻혀가며
날개를 붙여 기어이 날려 보내 주었다.
지금껏은 여치나 배짱이가 세면장 방충망에 날아들때면 땟장난
남형이 달래는 도구로 잘 써먹은 엄마였다.
'으응. 남형이가 지난번 구해준 아기 배짱이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왔나 봐. 아무리 심통나 울다가도 그런 만남 앞에선 뚝 그치는
남형이라 난 속으로 음흉히 웃어 가며 써 먹었더랬는데... .
그런데 속은건 엄마 였다. 제 꾀에... .
'엄마 저것 좀 봐. 아기 사마귀들이 여기까지 찾아왔어. '
힘이 좀 생긴 두배쯤 자랐지만 아직도 연 노란 햇살빛 아기 사마귀
들이 세면장 방충망에, 안방 창문의 방충망에 숱하게 메어달려
오르 내리는 것 아닌가!
여름내 사마귀들은 그 곳에 붙어서 귀퉁이 거미줄에 걸리는 날파리
같은 작은 곤충들을 먹이삼아 자랐다.
남형이는 올여름 사마귀가 나고 자라는걸 지켜보며 함께 자란것이다.
대장의 집을 찾아와 보호를요청하는 아기 사마귀들을 눈으로 마음
으로 지켜준 수호 대장이 되어... .
그래 여치도 배짱이도 결코 우연히 날아와 붙은게 아니었다.
남형이의 마음이 그들에게로 가듯이 그들도 천연히 온 것이다.
그곳에 함께 끼어들지 못하는건 이미 때묻은 어른의 맘일 뿐.
아이들이 쏘일세라 할머니는 돌틈마다 잉잉대며 집짓기 하는 땡비
만 보면 짓는 집 내려 버리고 잡는다.
할머니와 남형이의 심심찮은 숨바꼭질이 또하나 시작된다.
'할머니,땡삐 없으면 토마토도 딸기도 호박도 다 안 연단 말이야'
죽이지 마.' 그 속에 지 어미인 며느리의 세뇌가 든줄 아는 까닭에
지기 싫은 시어미의 맘내,남형이를 꼬인다.
'너 땡비 쏘이면 얼마나 아픈지 아냐? 저게 얼마나 못된 짐승인데.
잘못하면 죽어. 남형아 이 막대기루 떨궈 저기 내던지면 된다.'
속살거리는 할머니 꾀임에 흔들려 그예 막대기 한번 휘둘러 땡비
집 떨구어 봤다.
근데 땡비한테두 좀 미안코 영 맘 편치 않고,
엄마가 맘 캥겨 걸리적 거리는 아이 ,
뒷 곁으로 돌아와 부엌 창문 너머로' 엄 마~' 한번 그냥 불러본다.
에구, 시어미 며느리 세력 다툼에 아들아이 맴 멍들라~
그나마 남아있을 땡비집도 더 안 남아 나겄다.
남형인 초파일날 농약뿌린 논에서 벌레 잡아 먹고 마당에 와 떨어진
어미 제비를 아빠가 '유기'(생명의 기운으로 나누어 보듬는 방법이
있다) 하여 살려 낸 보답으로 물어다준 아기씨 이다.
우화냐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어미 제비는 그때 우리 처마끝에
여섯마리나 새끼를 쳐서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나르던 터 였다.
그때 마당에모였던 외갓집 식구들이랑 우리 가족 모두 아기 제비가
걱정이 되어 마당을 배회하는 아빠 제비와 함께 얼마나 간절한
맘으로 지켜 봤던지... .
그 아기 제비들이 자라 날개짓을 배울 무렵 엄마 품에 찾아든
남형이를 우리 가족은 모두 제비의 선물이라 알고 있다.
어쨋든 남형이는 올 봄 우리 마당에 찾아 들 자연의 친구들을 위해
유치원도 가지 않았다.
유치원 선생님의 끈질긴 회유에도 '내가 없으면 우리 마당에
오는 자연의 친구들 가버릴 꺼예요. '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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