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남형이의 마디 일기

소세골이야기 2006. 9. 1. 23:29

11월 3일 금요일

어제 누나 학교 학예회에 다녀오며 뭔가 불만스럽게 뒤틀려 있더니
오전 8시경 일어나서 전혀 식욕이 없고 침잠된 모습  미열이 있었다.
11;30 분경부터 측정 예상대로의 체온 38'6 .
남형이의 체력으로는 열 오름이 수월 하리라 생각.
오후 2시경 39'에 오른걸 보고 발물을 해 주었다.
끝내고 옷 갈아입고 눕자마자 열이 올르기 시작 눈물을 보이며
엄마를 찾는다. 미련스럽게 하던 빨래 마치고 나오느라 시기를 놓쳤다.
조금 시간이 지나야 오르려니 짐작으로 3시경측정하는데
벌써 열이 내리고있다. 항상 한발이 늦는다.
목표치를 달성한 열은 순식간에 하향한다.그래서 40'의 열을
체온계로 잡아 내기가 어렵다. 내 둔한 소치이지만... .
감으로 지나감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
39'까지는 여유를 가지는데 40'의 열에서는아이가 조금 당황하고
잠결에는 헛것이 보이는시늉도 한다. 무언가 아무것도 없는데
손에 걸리적 거리는듯 벗겨내려는 시늉을 하고' 저것 저것'하고
손짓한다(남경이의 경우).
남형이는 가볍게 운다. 당황이 되는 듯..
오후 03: 15분 현재 38' 7부로 내려서 평온히 누워있다.

엄마에게 게임기를 뺏기는 등 몇번 제맘대로의 자유로움에 제재
를 당한 응어리에, 동생이 아프면서 주의가 그리 집중되니
나름대로 소원했던가보다.

열이 오르면서 부터 줄곧 '엄마,빨리 열 재봐!' '뜨거운 수건 해줘'
동생이 하던대로의 것을 요구하고있다.

한잠 잔후 5시경 겨우 39'에 턱걸이, 그 열로는 미흡하고 이미
한차례 오르고 난후라 정리하는 열인줄 알지만 제 요구가 충족되어야함이
중요한지라 머리 뒷 부분에 뜨거운 수건으로 20여분 데워주었더니.
금방 목소리에 생기를 찾으며,
'엄마, 뜨거운 수건하니까 이제 다 난것 같애. 오늘 만화 하는거야?'
하며 일어나 앉는다.
이런게 아이들이다.

저녁엔 종일 굶은 속이 허해오는지 미열이 있는데도 좋아하는
꼬마 오무라이스 한 접시를 거의 먹었다.

남경이는 사흘이었는데 남형이는 하루로 정리해내는것 같다.


11월 4일 토요일

밤에도 잘자고 아침엔 어디서 나는지 힘이 넘치는 모습으로
6시반 일찍 일어나 큰 목소리로 고조되어 떠들며 깔갈거린다.
제누나 아침 달리기 하러 나갔는데 런닝과 짧은 펜티바람의
남형이도 갑자기 없어졌다.
부엌창으로 황급히 내다보니 그 차림으로 새벽 달리기를 한다고
나서고 있다. 된 소리에 놀라 뛰어들어온 놈이 볼멘 소리다.

'나, 달리기 해서 백원 벌려구 했단 말이야1'

내년 초등학교 입학준비로 읽기는 동화책 읽기까지 무리가 없이
익숙한데 쓰기를 도무지 싫어한다.
벌써 컴퓨터 타이핑을 즐겨 쉽게하는 눈치, 연필들기가 영 싫은
기색.
어제 아침 갖고 싶어하는 '경주용 리모콘 조종 자동차'를 사기
위해 달리기 시간 단축할때마다, 글씨 쓰기 한장 할때마다 '100원'
으로 정해 돈이 모아지면 사 주기로 했다.
제 공부도 돈주어가며 해야 할판이다.
그래도 마음을 솔곳 끌어놔야 하니 제가 좋아하는걸 이용할 수
밖에.... 그 생각에 갑자기 몸이 아직 따끈한 아이가 새벽바람에
뛰쳐 나간거다.
'씨이,그럼 엄마가 못뛰게 했으니깐 보너스로 100원  줘!'
이건 장사가 어떻게 되는건지 모르겠네, 통..... .

남경이는 몸 살이 쏘옥 내렸는데, 남형이도 덕분에 걱정되는 살좀
내릴려나 했더니 이건 순 꾀병났던 아이처럼 짱짱하다.

요즈음 아이들의 열치레에서 특징이 한번으로 끝나잖고 고열이
2 ~ 3 차례 반복되는 것을 볼수있다.
환경탓인가,아이들의 몸 속에서 싸워야 하는 대상도 만만찮은
상대인 것 같다.
그 만큼 아이들의 체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중고등학교에서도 초등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이라는 것이
슬몃 없어진지 오래다.
초등 2학년생인 민정이의 시간표에도 체육시간은 없다.
 다행히 민정이네 교장 선생님은 그에 대한 염려로 일주일에 한번
통일 달리기를 시행 토요일 아침엔 1~2학년은 운동장 5바퀴돌기 ,
3~6학년은 학교 뒤 저수지 까지 2키로 달리기를 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걷다시피하고 열의가 없다.그러니 2학년 짜리 민정이가
바지런히 뛰어 저수지 달리기에 끼여 늘 언니들 젖히고 여자부 일등
차지다. 아침 마다 오백여 미터  늘 달리는 덕이다.
편리함이 많아지는 만큼 몸의 자연 환경이란 더 척박해지고 어렵다.
그만큼 체력이 중요한 터인데 너무 등한시 되고 있다.
어느 선생님 이셨던 분의 이야기였다던가
'이대로의 교육이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하셨다던가,
자멸할 수밖에 없다 하셨다던가,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정말 절실한
말이지 싶다.

아이들이 홍역이 대 유행이라한다. 4000여명에 이른다하니 생각해
볼 일이다.흙에서 맨발로 뒹구는 아이들은 어려서 부터 면역체계
가 충실히 잡히는데 그걸 예방주사로 대신한다는 자리에 무언가
어긋남이 있다.
자라는 아이들의 몸이 충실한 면역력을 지닐수 있는 환경이 아닌것이다.
주어지지 않은 요소가 필요하니 자연이 강제로 이행시키는 거다 .
삶의 순리, 몸의 순리를 인간의 가비얇은 지식으로 너무 오만히
헤집어놓고 뒤죽 박죽 망가트려 놓은거다.
그나마 바로 잡고자 하는 자연의 안간힘이나마 바로 보고 인정할까?

몇년 주기로 아이들의 홍역이 유행처럼 돈다.
홍역이 심한 아이 하나를 병원에 데려갔을때, 홍역이란 예방 주사
밖에는 대응책을 모르는 의사 분이 열이 벌건 아이를 무조건 해열
시키려고 덤비는걸 보고 아연했던 기억이 있다.
십 여년전 일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별반 다르지않을듯하다.
열을 보호하고 올려 복돋아 열꽃이 피어야만 되는것이,
바람이나 찬 것은 금기였던 것이 오래 내린홍역앓이의 지혜인데
최소한의 그 배려도 없던 의사의 모습이란 .

뿌리에서 내려진 땅숨과 하늘 숨의 생명은 보지 못하고 가지끝 잎새끝만
잘라 분석하고 뒤집어 보는 모든 자리가 이미 그 아닌 것을.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삶이 앞의 날들이 참 걱정이다.
먹거리에서 부터, 생활에서 주어지는 몸의 조율,체육에서 부터,
바탕자리의 어긋남이 크니  먼 후일 무엇으로 그 감당이 되랴. 

11월 6일 월요일
남형이의 체온은 계속 38'이상이다.
4일엔 38'7부
5일은 38'4부
몸의 체온이 정상으로 올때까지 바람이나 차게 하는 것은 금물.
발물과 반신욕을 상태를 보아가며 시킨다.
고온뒤에는 많이 지쳐있기 때문에 반신욕을 힘들어 한다.
온몸을 씼으면 몸이 차게 되기도 쉬우니 발물 정도로.
어젠 오후에 잠깐 아빠차로 외출, 먹고싶어하는 양념통닭으로
갖힌 답답함만 풀고 돌아왔다.
일요일 마다의 행사인 산림욕장 나들이를 생략.
다음주나 되어야 둘다 정상이 될테니까.

6일 오전 10:00 현재 체온은 37'9 부
아이들의 경과를 체온과 맥박을 같이 일정 점검하여 기록표를
만들면 다음에도 참고가 되고 좋다.
이런 상태로 천천히 내린 체온은 정상 체온 이하로 까지 내려 간후
다시 평온으로 회복된다.
거기서 부터가 진짜 회복단계이다.
저온 상태를 잘 지내 주어야한다.


                                                 2000.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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