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잉?

소세골이야기 2006. 9. 4. 09:03

봄눈녹듯 한다더니.........

지붕 위에서 마당에서 그리 완강하게 버티던 두터운 눈 얼음이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 마다에 제 살을 쉬임없이 깎아내더니
군데군데 언제나 보랴싶던 반가운 흙땅이 거뭇하니 드러난다. 

근데 먼저 녹아 버린 것....
사람의 살이 더 무른가, 며칠 부드러운 바람살 비치더니
녹아 죽이 되다못해 짓이겨 지는 기분이다.
살집 갈피 마다 뼈 마디마다 이리 녹아 내리듯 아픈 몸살 
해마다 한두번 연레 행사처럼 치르던 그 치레도 아이들 함께
복작대면서는 한동안 잊고 산듯한데 이번엔 된 바람든것같다.

밤 새 끙끙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뒤척이다
새벽녁 겨우 딸아이 밥먹여 학교 보내고 상차려 식구들 밥먹이곤
싱크대 설겆이 수북 쌓아둔체 들어 누웠다.

땀범범으로 밤에 못다잔 진한 잠 자고 일어나니 한나절..
막내가 하는 말...
'엄만, 뭔 잠을 그렇게 많이자.'
'우유 줘.'  '옷 입혀 줘.'
바깥 따슨 기운이 불러대니 엊그제 부텀 마당에서 사는 아이들이
아직 못 나가 놀은게다.

일어나 지지 않는 몸을 억지 추슬러 옷 입혀  간식 챙겨 내보내고
뜨거운 물에 들어 앉았다.
머리에서 땀이 흐를 때 까지 서서히 뜨겁게 온도를 올리며 하는 반신욕..
가슴이 약한 건지 편도선 부텀 시작 된 감기가 기침이 속으로 파고든다.
이럴땐 제일 약이지. 뜨거운  물이.

온통 두놈이 난장판 쳐놓은 거실 바닥, 설겆이 산을 이룬 싱크대,
개밥, 고양이 밥도 줘야하고..빨래도 널어야하고... .
아무것도 손이 가지않고 몸이 늘어져 땅속으로 기어 들것만 같다.
그래도 마디 마디 뼛골 쑤시던건 갈앉았으니, 이제 서서히 움직일수는
있겠다.

여태 당신 방 문턱 경계로하여 죽이 끓는지 밥이 타는지 내다보잖던 할메
옆방에 아이들 들락거리는거, 바로 옆 세면장에서 물소리주루룩 거리는 거
알면서도 '니 에미 어디갔냐?  마실이라도 간듯 여기는 척 하더니
며느리 오락 가락하니 이제 옷 입고 현관문 나서며 난장판속에
컴퓨터앞에 앉았는 며느리 무슨?..... 뭐 보듯 얄궂은 얼굴이다.

가만 지나 가야제.
며느리 얼굴이 죽을상이어도 모른척 , 안 아픈 척 서로 안그런척 해야제.
아픈 내색 보이고 아들이랑 손주놈들 입에서 보듬는 소리 한마디라도
내색했다간 내일 아침으로 바로 수건 머리 동여 메고
' 내 난생 처음 이리 아픈 건 아이구.,.."가 시작 될 판이니...

에이구,어린 딸래미나 그나마 빨리 오면 덕 좀 볼랬더니,
오늘따라 친구집에 갔다나?
' 엄마, 나 놀다갈께'  전화다.

이젠 그래두 살 만 해졌다.  그저 내 몫인걸..끝도 없이..
또 부둥켜 안고 시작해야지.
그래도 이젠 한나절 드러 누울 뱃짱이라도생겼으니... 십년 쯤 묶으니께..

누구 말 따나 '왜 그리 사느냐구? '
 난도 몰~ 러....... 

그래두 내집(?)이라구 이리 맘 내키는데루 푸념두 하구 참 세상 좋지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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