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화단에 심은 산수유 한그루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미처 두터운 겨울 옷을 벗을 새도 없이 이제 겨우 북산
기슭의
잔설이 사위고 있는데, 어느 사이 저리 여린 나뭇 가지에 물 올려
꽃 망울 터트리는가!
겨우내 잠든듯 눈꽃아래
살에이는 바람 아래 흔들리던 그 마른 가지가
쉬지않고 자지않고 그리 애써 봄 꽃을 마련함인가!
산수유 무르익는 태백산
기슭.... .
봄이면 산골 마을 이곳 저곳에 제일 먼저 꽃눈을 터트려 눈부신 노란
봄빛을 화사하게 익혀내는, 들여다 볼수록 섬세하고
여린 모습...
내 고향 태백 기슭에 어린 초등학교 시절 교가의 첫 머릿 말....
겨우내 눈꽃속에 그를 흠모한 마음인가, 꼭
그를 닮았다.
.................. ~``~ 닫고 며칠,
삼월 한달 아들 아이
초등학교 입학 시켜놓고, 유치원도 학원도
통 모르는 아이가 처음 집떠난 바깥 생활에 혹여 제대로 적응이나
되려나 ...엄마 아빠가 더
긴장되고 조바심 친 시간였다.
남 다가는 다 치르는 그 숱한 일이 내것이니 유난타^^
아침마다 이제 삼학년이
된 제 누나가 일곱시만 되면 발 동동 굴러
가며 잠을 깨우는데 이녀석은 도무지 서둘고 급한게 없다.
선듯 일어나잖는다고 되풀이 깨우는
제누날 오히려 귀찮타고 발로 차
울리질 않나 일어나서는 하품만 쩍 쩍.. 하다가 밥상에 앉아서는
그 바쁜 아침, 세월 아랑곳 없다는
듯 마냥 느긋~한 밥술 질....
참다 못해 민정이 왈
' 야! 넌 전생에 태평양에서 살다 왔냐? 어쩌면 그렇게
태평이냐,
태평이... 어휴, 속 터져!
그래도 눈도 꿈쩍않는다. 느긋이 먹을거 놀아가며 다 먹고
세면장 들어가 이 닦으며 치약
방울 만들어 세면 거울에 잔뜩 붙여
놓고 그리고는 휘적 ~옷 주워 입고 가방메고.... .
'아, 학교는 왜 있지?일찍
일어나 가야 되니까 싫다...'
한마디 중얼 거리곤 나선다.
한동안 그리 갈때는 괴롭고, 급식 먹으러 식당 갈때와 집에 올
시간이
제일 즐거운(!^^) 학교 생활이 이젠 좀 때가 묻어 익숙해 졌다.
아이들이랑 토닥거려 다투기도하고 그저 뭐든 제가
일등하고 싶어
엉뚱한 욕심도 부려보고 선생님 칭찬 들으면 신바람나고...
그런데 집에만 오면 학교에서 뭘 공부 했는지 어쨌는지
영 까마귀
괴기먹은 껌둥 머릿 속 된다.
' 다 잊어 버렸어. 생각 안나....' 그게 다다.
집에 오는 길 ~
학교까지 걸어 15분 , 버스타고 10여분 하교 시간이면
가서 데려와야된다.
한시간 남짓한 간격으로 오가는 버스를 혼자 타고
오기가 아직 만만
찮타.
황사와 거친 봄바람에 한나절 봄 빛에 이마며 콧등이 검붉게 타 영락없는
촌
아해다.
엊그제 집에 오르는 길가 물 웅덩이에서 개구리 알을 발견.. 오르 내릴때
마다 큰 볼일꺼리가 생겼다.
큰
개구리 한 마리가 휘적하니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숱하니 많은 그 알
들의 모습에 맘 내려놓고 집에 갈 생각을 잊고있더니, 내일도 모래도
또
만날수 있다는 소리에 겨우 떨쳐 일어섰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개구리 책 봤는데 개구리가 알에서 21일쯤 되면
올챙이가 되어 나오고 또 4일인가 7일 있으면 뒷다리가 나오고 또 뭐
더라 .. 또 며칠 있으면 꼬리가 들어가고..
그렇게 개구리가 된대.'
더러 잊고 빼 먹고 , 학교에서 있던 일 다 까 먹었다더니, 책 본
이야기
주섬대며 오르는데 느티나무 아래 너럭 바위에 누군가 개구리 알을
길게 한줄 말아 올려놨다.
물기가 많이 마른게 꾀 오래
시간이 지난듯 했다.
놀란 남형이가 숨이 가빠진다.
'엄마, 어떻해? 저기 있다가 올챙이도 못 되고 죽잖아?
누가
저렇게 나쁜짓 했어. 빨리 좀 살려주자.
아, 맞다. 엄마. 아까그 엄마 개구리가 자기 알이 없어진 걸 알고
찾고
있었나 봐.'
좀 피곤하던 터라 슬몃 귀찮은 맘에, 남형이 더러 종이에 담아주며
무심히'저 다리 아래 물에
던져줘'했더니,
이녀석 갑자기 눈을 부라리며 소릴 지른다.
엄만 그럼 어떻해. 개구리 알이 바위에 떨어져 터져 버리면
어쩌라구?
그러구는 기어이 '엄마 여기서 기다려'하곤 쪼르르 두손에 개구리 알을
받쳐들고 아까 엄마 개구리를 봤던
물웅덩이로달려갔다.
한참 뒤 숨이 살짝 가쁜 아이가 빈손털며 돌아와 하는 말
'엄마 , 엄마 개구리가 무척 기뻐 할꺼야.
어쩌면 여름에 고맙다고
우리집 마당에 놀러 올지도 몰라~'
얼굴이 환하다.
이제 올 여름 우리집 마당의 갈색 줄무늬 개구리는 그
엄마 개구리이고
작은 새끼 개구리는 오늘 남형이가 살려준 알 속에서 태어난 아기 개구리
일것이다.^^
아이
맘속에 생명있는 것들에의 자리메김이 너무 귀하고 예뻐 보였다.
오늘은 노트에다 서툰 글씨로 개구리가 알에서 나와 올챙이가되고 커
가는
과정을 옮겨 쓰다만 것을 내게 가져와 보여 주었다.
숫자가 자리 바꿈하고 글자가 빼 먹고.. 쓰다 만 것이 종례 시간에
급히
옮겨 쓴 것인가 보았다.
교실 책상위에 남형이 자리에만 동화책 한권이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