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손주 첫돌 잔치날 앞두고 '뭐 옷이 언간이 있어야제'...
입고 갈 입성 챙기자하니 투정
먼첨나오는 노인네 옷장 뒤져 내 놓으니 참 옷이 없다.
철마다 맘 살가운 둘째 딸 해드린 옷만 해도 적잖은데 어디로 갔는지 궤속에
가득하리라 생각했던 옷이 허리 잘라 버리고 단추 구멍마다 억지 손질로 꿰메어놓은것 못입게 된 것밖에 없다.
아들 앞서고 읍내에
나갔다.
몇 곳 둘러 보도록 마땅찮다.
앞주머니 꼭 있는거 아니면 안입겠다 버티는 노인 요구에 마땅한 나들이 옷에 아들 생각대로
깨끗하고 점잖은 거 다 구비하자니.
언듯 다홍빛 화사한 하늘거리는 얇은 사파리 하나 눈에 띠었다.
늘' 볼또리하고
보드리한거...'할메 말이 스쳤다.
이것 사자 하는말에 아들은 영 마땅찮은 기색이다.
'빨간걸 노인이
입을라고?'
노인 세월 산 나이만 알지 맴속 나이는 모르제........... .
할메 입이 함박 꽃이다.
'어데 이런게
다 있어? 내 나중에 옷값 많이 주지...!!'
오히려 놀랐다.
참 그리도 노인 맘에 고운 옷이 좋을 줄이야.
방에 혼자
앉아서는 뺨에 문질러도 보고 손끝에 비벼도 보고... .
할메 얼굴이 가득 꽃분홍빛 웃음이다.
늘 옷가지 사들여 오면 만지작
거리다 그냥 가위질 바느질 몇번 해대다가는 옷장속에 박혀버리는 신세라 은연중 옷 사다 드리는 건 좋아하는 둘째 딸 몫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저리 좋아하는 맘 자릴 몰랐던가.
여든 훌쩍 넘긴 노인 맘에 저리 고운것 살뜰해 하는 자리 접혀 있는 줄
.
그래 꽃다운 다홍빛, 꽃 분홍 시절이 어찌 없었을텐가?
맘갈피 채곡히 접혀있는데 그저 자식들은 주름 진 얼굴만
본다.
늘 예뻐하는 것이 '뽈두리하고 보드레한' 것인줄 귀에 그 소리만 익숙히 들었지 맘으로 살피진 못했으니 얼마나 가까이 부대껴
살아도 먼 마음이었던가!
길어야 사흘이던 노인네 흥겨운 맘이 이번에는 길~다.
참'볼도리하고 보드레한
평화'다 . 목하...... .
어젠 그 고운 빛깔 옷 차려입고 기다리던 서울 나들이 다녀왔다.
참 노인맘이
아이맘이라서 일까?
그리 살뜰히 맘 가있던 보고 싶던 자식들 노인은 그저 어루 만지는데 그날 주인이 작은
증손자 꼬마동이이니 모두의 마음이 그리 쏠린 탓일까?
곁에서 훔쳐보는 내눈엔 그 나들이 와중에도, 돌아 와서도 어찌 소슬하니
기운적어 보이는게 뭔가 맘에 서운한 그림자 드리운게 보인다.
그악스레 억지소리 카랑한 목소리로 할퀼땐 그저 맘꼬임이
눈흘김으로만 가는 미운 노인네인데, 그게 아니다.
망연하니 아무 생각없이 앉은 모습이 눈에 들라치면 괜히 맘이 서늘타.
노인네 카랑한
목소리가 그저 제 기운인데... .
외려 미워도 좋으니 당신답게 그저 목소리 높이고 아이들 뒤쫒아 다니며 잔소리 소일 삼는 모습으로 얼른
돌아 갔으면....... 문득 생각킨다.
그러고 보니 즈음들어 적잖이 그 헤족한 기운 사윈 모습이 눈에
든듯싶다.
노인의 삶은 하루 볕이 다르 다는데.. .
괜스리 나들이 에서 무심했던 자식들이
원망스럽다.
노인 맘 다독이는 건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 무에들 그리 정신없고 바쁜지....
아이들
키우느라 집 살림 자리하느라 여태 함께 모셔살면서 윤달 든 해 몇번 넘겼건만 마음은 캥겨하면서도 노인네 먼길 나들이옷 장만 못해
드렸는데,
다음달이 돌아오는 윤달이니 이번엔 놓치잖고 할메 입고가실 입성이나 내손으로 마련해야겠다.
좋은 베 몇필
끊어, 박음질도 안되고 메듭도 안된다하니 무명실 꿰어 바느질 땀마다 할메한테 마음 맺혔던거 풀어가며 지어 볼란다.
그리 마련해
드리면 오래 건강하게 사신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