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작은 여울이 진눈깨비 며칠 흩날리는 궂은 날씨 아랑곳 없이 어느사이 졸졸 목청을 높이내고있다.
절기는 어이 이리 적절히도
산천과 눈맞춤 하는 것인지.
입춘을 놓쳤으니 내일은 열일 젖혀놓고 소금물 풀어 앉혀 모래 장담그기 좋다는 말날이니 장을
담그어야겠다.
겨우내 따뜻한 난롯가에서 메줏장은 마를대로 마르고 적당히 떴다.
서말 넉넉하니 해 넘겨 먹을 밑간거리 양식은
되리라.
소금물 간과 달포넘는 해거리 바람거리 잘 간수하여 뜨면 올 한해 맛난 된장한단지, 간장 몇말
푸짐하려니...
어린날 찬바람에 소금물 독에 푸는 큰집 엄니곁에서 진저리 치도록 손발 시리던 장담그는 기억이
이제 손맛아는
내 살림이 되었으니, 지난 겨울 먼길 떠나신 큰엄니...
내머리 희끗하니 이제 그 삶의 노정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따르는 대열에 섰나보다....
사는 자리 무에 그리총총히도 바쁜지 큰엄마 가시는길 분향도 제대로
못드렸다.
이제사 맘에두어 명복이라도 빌어 드려야겠다.
.....
너무 오래 묵은 먼지털고 앞뜰 쓸고 단장 좀해보려니
참도 어설프다.
참 긴 한해였고 참 긴 겨울 이었다.
이제 그 겨울의 끝에서 기지개를 펴볼수 있는 다행함이 내게
주어진것을....... ,
그래 그건 눈물 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축복이다..........................
하루 하루 밝아지고 작은 걸음으로 건강해 지는
딸아이 ,
밤부터 아침까지 아픔없이 포옥 단잠자는 딸아이의 모습
참 소중코 아름다운 축복입니다.
깊이,
마음속 깊이 겸허로움으로 껴안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의 보살피심에 마음 허리굽혀
절하옵니다............
이천
삼년 봄날의 기지개를
보며.......
이월
스무사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