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할아버지 이러시면 안되요.
지난번 에도 계속 주셨는데 . 또 이러시면....'
소포를 부치는 아침 우체국 창구에서다.
옆 창구에서 예금을 받던 미령씨의 한옥타브 높아진 당황한 목소리가 시선을 끌었다.
'
통장 그릇위에 큼직한 젤리 사탕 한 봉지'
중절모 아래 여윈 얼굴의. 카랑한 눈빛이 아래로 잠긴 노인 한분이
못들은척 그저 사탕 봉지만 내 밀어놓고 돌려 받을 통장만 기다려 계신다.
'할아버지 그럼 이거라도 가져가 집에서 타 드시겠어요?
설록차 인데....'
가끔 볼일보러 나오실 때 마다 꼭 잊지않고 젤리 한 봉지 씩을 건네곤 하신 모양이다,
송구함과 부담감에 참다못한 미령씨가 질좋아 보이는 설록차 티 백을 한줌 모아 담아 할아버지께 두손으로 내 밀었다.
, 집에도 있어요. 잘 먹지않아 가져가봤자 쌓이게 되요......'
그제사 잔잔하게 갈앉은 노인의 말소리가 들렸다.
문득 갈릴 지브란의 고독한 왕자가 떠 올랐다......
...두손에 가득한 황금과 보물을 아무리 외쳐도 나누어 줄이 없는 .
고독한 성안에서 가진것의 풍요가 넘치는 만큼 질식할 듯한 외로움에 외쳐되는 왕자의 절규를.
'차라리 성문 앞에서 두손을 벌려 구걸하는 거지이기를. 그리 외쳐대는 ..
물론 그가 나누어 주고 싶어하는 넘치는 황금과 보물은 지혜의 샘에서 그 마음의 창고에서 흘러 넘치는 것이지만...
그러니 알아보지 못하는 시 ~인들은 외면하고 밟고 지나갈 밖에,,
할아버지의 젤리 봉지도 그렇다.
그건 노인의 가슴에서 넘치는 외로움의 응고이다.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시골 마을에선....
정정해 보이시지만 칠순을 넉넉히 넘기셨을 연세이시니 대부분 한쪽 반려를 떠나 보내고 홀로이신 여느 노인 분들의 처지나 다름 없으 실게다.
안 노인네 들은 나름대로 밭일이다. 집안 일이다 또 어울려서라도 조금은 생활사가 쉬이 세월을 넘길 소일 꺼리가 있지만 바깥 노인들은 훨씬 어려워 보인다.
성품 따라서는 가까운 도시로 늘 나들이 다니며 어울리시는 분들도 있지만 쉽지는 않다.
노인의 풍기시는 성품으로 보아 곧게 홀로 청정히 지내실 모습이 선연타....
미령씨는 이 곳 읍내 출신이다.
그러니 할아버지 에게는 타지에 나가 있는 여느 비슷한 연배의 딸 자식이나 아들 이 연상되실 법하다.
어려서 부텀 자라는 모습을 어울려 보아 오셨을 테니...
그러니 우체국 창구에 일보러 나오실 때면 집에 들른 자식 손엔 뭐든 들려 보내야 성이차는 노인네 들의 마음자리 비롯하여.
떠오르는 마주 칠 딸 같은 미령씨 얼굴앞에 쥐어 줄 것 무엇 하나 없나 주섬이 챙기셨을게다.
묵묵히 볼일 다 보시고 창구를 돌아 나가시는 노인네 등 너머로 시선을 두며 ,
마흔줄 넘어드는 중년의 여인네 이면서도 , 여린 맘자리 소녀처럼 .받는일이 늘 거북 스럽다는 미령씨...
그래서 그랬다.
미령씨.
받아두어. 그게 할아버지께는 젤 좋은 선물이야.
사탕 봉지는 할아버지의 외로움 봉지이니.
반가이 받아주면 그 미소만큼 .맛있다 하는 만큼.
덜어드릴 터이니.......
우리 동네 솔막 할메 생각이 났다.
가끔 들르는 아들 며느리 조기 상자며 닭 몇마리며 할머니 좋아하는 커피 믹스 몇봉지에 사탕 봉지에 그리 풀어놓고가면
그렇잖아도 동네 사랑방인 그 좁고 남루한 움막집 이 며칠 북적인다.
동리 그만 그만한 노인네들 몇씩 불러모아 닭 삶아 먹이고 사탕 한줌씩 주머니 넣어주고 돌아가는 손엔 조기 몇 마리씩 봉지 넣어 들리고....
그러면서도 당신 좋아하는거는 돼지고기이니 닭 말고 돼지 고기 얇게 썬것 한보퉁이 사오면 좋으련만...
늘 속내는 그래도 세월 가도록 한번도 자식 앞에선 그리 내색 못 한다.
다음엔 자식들 오면 그리 말하소 하면
'야, 며느리가 사들고 오는거 그저 맛있다 고맙다 하고 좋아라 먹어야제 이것 싫고 저것 어쩌고 하면 다음 부텀은 사들고 오고 싶것냐?
그러니 암말 말아야제이.
그라고 이것 저것 사들고 온거 나눠먹고 주고 그래야 이 늙은거이
들여다도 보고 놀다가제 암껏두 없으믄사 , 아 누가 이 늙고 얼굴 시꺼먼 할망구 죽든 살든 들여다나 보고 가겠나?
안그려 ?
솔막 할메 .
우리 할메와 동갑내기 올해 미수를 넘기시도록 ,혼자 밥 끓여먹고 ,
산등성이 오르내리며 나물띁고 약초케며 정정히 사시는 노인네의 지론이다.
할메 집 앞을 오갈때 마다 들여다 보고
그 한평 남짓한 거적방에 웅크려 들어앉아 생전 잘 씼지도 않고
닦지도 않은 손때묻은 그릇들에 받쳐내는 할메의 과일 한조각
커피 한잔, 주는 거 먹거리 맛있게 받아 먹으면 그저 그리 좋아할 수 가 없다.
외로움의 나눔이다 . 사람 사는거 어디에도 끓이지 말아야 할
그저 정 흐름이다.
노인네 들이란 그저 그 오가는 것에 ,
마음 흐름에 배고파 허기지고 추운 것이다.
겨울 약장사 동네들면 속는 줄 번히 알면서도
내밀어 봤자 자식들 반가와 하지 않는 변변찮은 물건들
여름 내 품 팔아 모은 돈으로 사모아 이불 장 위에 차곡 차곡 쌓아놓고 날 풀리고 봄오면 자식 며느리 오기 기다리는 마음.........
그렇게 겨울 하나 지날 때 마다 되풀이 되는 그 기다림
몇번을 더 지나실려나?
우리 할메, 솔막 할메. 개미할베네...
가을 바람 소슬하니.
잔 기침에 감기 몸살에.무릎 저림에,
여름 품일 바쁜 자리 끝나니 몸살앓이 하는 노인네들
오는 봄 다시 볼려나 ..
산등성이 물들어오는 세월이 서글 퍼 올
그네들 맘자리가 밟힌다.
2006,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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