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골 이야기

소세골 이웃 승기네 노부부

소세골이야기 2007. 8. 19. 00:04



`너무 더워서....(지난 겨울 소세골의 한모습~승기네 노부부를 닮았다?

장마가 지나간 자리,
한낯의 폭염은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대지의 열기가 숨을 막히게 하지만 여름밤의 수풀은 벌레들의 합창이 한참 무르익어가고있다.
단연 방울 벌레의 구르는 듯한  음색이 으뜸..........
또르르르..........또르르르르..르
..............
서늘한 밤하늘엔 백조의  양 날개를 탄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위를 한없이  날아가고있다.....
고추밭마다 시들고 마르는 안타까움, 값없음...
그ㅡ래도 숨막히는 더위를 무릅쓰고 따내린 고추 푸대를 실어 나르기 바쁜  농심.
수박밭마다는 빈  덩굴과  썩어 따내지 못한 수박들을 말끔히 치우고 가을 배추 심기가 한창이다.

그동안 마늘 손질에 밀린 청국장 분말을 연 사흘 만들고 띄워 말려 오늘 네곳 발송하였다. 두번째 작업분인 마늘 청국장 콩이  벌크에서 바람에 건조중이다.

오후에는  마늘밭옆 소세골 입새 밭을 갈고 메밀을 풀었다.
메밀은 먹거리로도 좋지만 갑자기  연이은 분봉으로 대식구가 된 우리집 토봉들에게도 좋은 밀원이 된다하니 이효석의 팔월 그믐밤 봉평 메밀밭 그 아니더라도 소세골에도 눈밥같은 메밀꽃이 흐드러질 터이다.

승기네 두 노인은 그제부터  연 사흘째 들깨밭을 메고있다.
폭염아래서도 꿋꿋한 참 대단한 농꾼이다. 칠십이 넘어 팔순을 바라보는 두 노익장이...... 늘 안타깝다.
대부분 일손놓고 쉬실 연세에 , 마늘이며 고추며, 콩에, 수수에 큰 농꾼이시다.
애막골 골 깊어 사래 긴  밭에 할미도 없이 혼자 일 하실땐 너무 적적타 하여 ,
며칠전 cd 카셋트 라듸오를 하나 인터넷으로 주문 , 오늘 배송 되었기에 선물해 드렸더니 한사코 그냥 못 받으마 하신다.
비오는 날 마다 두 양주가 마늘 손질하는 창고옆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손 빌려 주셨던 맘자리가 고마워 , 그리고 무에든 드리면 맛있어 하시고 좋아라 하는 그 순수함이 즐거워 민정 아버지가 마련해드린 선물이었다.
옆집 대식 아버님께는 전화기를, 승기 아버지는 카셋트 라듸오를, 원하시던 것들을 선물로 풀고나니 맘이 덩달아 즐겁다.
이웃에서 농삿일 하시는 분이라고 모두 노인들 이시니 늘 조심스럽고 안타깝다.
승기아버지는 일하시다가 드시는 과자 한쪽도 늘 맛있다하며 드시고,
감자볶음 하나에도 맛있디 식사를 잘 드시는 참 순후하신 이웃 어른이시다.
승기 엄마는 오늘도 깻잎 순 친것을 한 망태기 반찬해 먹으라고 쏟아놓고 가셨다.
호박도 한덩이 들어있었다.
늘 인정이 많아 한 아름씩 푸성귀들을 대문간에 내려놓고는 종종 걸음쳐 가시는 노인 뒷 모습이 내 사는 동네를  항상 정겹고 아름다이한다.
어제 아침 부식 장사 차가 들어왔길레, 돈 아치러워 선듯 사지못하는 승기 아버지 좋아 하신다는 오징어 젓갈을 한봉 슬쩍 콩나물 봉지에 밀어 넣었더니, 그예 또 깻잎순이 한 망테기 돌아온거다.
밭가에 라듸오 틀어놓고 흥겨이 일하실 승기 아바지 모습이 선하다.
옛날 노래  cd ,몇장 마련해 드려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