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골 이야기

느티할베와 소낭 각시

소세골이야기 2007. 6. 4. 00:40

 

내 사는 소세골 골짜기 가운데쯤  솔막 언덕위 풍경이다.

오년전 처음 이 마을을 찾아 들었을 때 장히도 동네 가운데 우뚝 선 모습으로 우리 가족을 맞아 주었던 모습이다.

그땐 바로 이 나무앞의 밭을 구입해서 흙 집 한채 지을 계획이었다.

아이들이랑 이곳에서 새 터전을 잡고 내 보금자리 잘 마련해 살게 해 달라고 기원 하였더랬다.

신기하게도 다음 번 마을을 찾았을 때 이언덕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로 아래 다소곳한 낡은 집 하나를 , 그리고 예 딸린 밭 자락들을 우리 가족의 텃거리로 자리잡도록 마련하여 주었다.

정자와 돌께단은 지난 겨울에  동네 반장 소임을 강제다시피 얻어맡은 민정이 아버지의 요청으로  동네 사업으로  마련해 준 것이다.

(맘속으로 느티 할베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운 표시가 되었으려나..생각했다)

이사오고나서 조금씩 아파오던 민정이가  그예 한동안 큰   아픔을 걲으며  지날때 나는 늘 오가며 눈에 드는 느티할베한테 우리 딸 아이 맘껏 당신 그늘을  뛰어 오가며  건강히 커 나가도록 보살펴 주옵소사 ..그리 .. 그때는  하늘과 땅  모든  섬김으로 마음모아 빌었다.....

 

그 소원도 들어 주었다.

이제 민정이는 아침 저녁 느티 할베 있는 언덕을 제 동생 둘이랑 오르 내린다.

 

 삼백살도 훨씬 넘겨 산 상 할베이시다.

 

그 앞에 마주서 있던 내년이면 아흔의 나이가 돌아오는  솔막 할메의 오두막은 할메가 지난 겨울 아들따라 떠나고 이젠 흔적이 없어졌다.

수박밭 귀퉁이양철집이 이젠 그저  수박밭이 되었다.

 

지나 다녀도 늘 무심했는데  어느 날 문득 느티 할베 곁에 다소곳 웅크린 왜소한 소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었다

가슴에 싸아한 바람 한줄기가 스쳤다. 그 모습이 드는 순간......

허리를 굽히고  느티 할베쪽으로 뻗은 가지일랑 모두 오그락 손이되어 ,벼랑쪽으로 뻗으려니 거기엔 뿌리 지탱할 바탈이 없으니  다시 안으로 굽어들고.

 지난 겨울 잎 성긴 갈피 사이로 웅크려 뭉쳐진 가지 끝 손을 보았을 때 그 형언할수 없이 가슴을 쓸어내리던 싸아한 아픔 줄기....

오랜 시간 내 어머니들의 모습.

 이땅을 살아오고 , 나고 지고 숱한 세월 . 내 어머니의 모습들이 거기 있엇다.

 지금 소세골에도 모두 칠순을 훌쩍 넘긴 노모들이 몇분 계신다.

꾸밈도 여밈도 없이 늘 일에 헤쳐 풀린 피곤코 곤한 초라한 모습들이다.

그련 그네들의 눈이 형형히 빛나고 붉을때가 있다.

살아온 세월  때로 먼저간 영감님 이야기. .. 젊어 힘이 장사라 쌀 두 가마니는 너끈히 지게짐지고 다니셨다는 아직은 두분이 나란히 밭일을 가는 승기네의 낭랑한 목소리도 영감님 이야기 할때치면 얼굴이 밝다.

그리고 어미의 자리에 설때.

 

자식이야기엔 한없이 자근 자근 하지만   내 자식의  허물이나 업신여김에는 서슬 퍼런 날로 눈빛드는  여인네가 된다.

 

이땅의 어디 어느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그러랴.

 

느티 할베가 이미  할베 연세였을적에  소낭은 여린 아기였으리라.

 

커다란 나무아래 밝은  언덕 에 아직은 어린 나무로 가득 어여쁨받고 자랐으리라 .

 

세월 오래 각시가 되어  할베의 턱아래 키가 닿으니 . 어쨌으랴.

할베 가지 이미 장하 디 장하여 끄덕도 않는데. 허리를 웅크리고 고개를 숙여도  키는 자꾸만 .가지는 자꾸만 내어밀어 자라나니.... /

어디 못나서 고개를 쳐들고 뜷어나지 못했으랴. 팔자락 맘껏 뻗어  활개치지 못했으랴.

행여나 할베의 뻗은 가지 다칠세라 . 조심히 조심히 그저 고갤 낯추고  .가지끝 손등걸 웅켜 움켜 갈무리 하느라 그리 조신히 세월을 살았으니.

 

문득 눈에든 그모습이 처염토록 아프게 아름다움으로  박혀오렸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