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골 이야기

태백에서 소백으로~ 아버님을 새로 모시고

소세골이야기 2007. 4. 14. 15:13

 

 

참 오랜 염원 이었다.

 

드디어 4월 4일  아주버님 두 분과 터전 자리를 보아주신 외 숙부님 을 모시고 포크레인을 동원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집안에서는 제올릴 음식과  가족들이 먹을 먹거리 마련으로 분주한 하루였다.

 

저녁엔 곳곳에서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가족회의에서 일의 순서와 담당을 정하고  일정을 짜고  새벽일찍  아버님 묘소로 떠널 준비물들을 챙겼다.

새벽 세시 . 아드님 형제분들 넷. 조카 남훈이그렇게 외숙부님을 모시고  대현 평천 솔안 아버님 묘소로 떠났다.

산신과 조상님들께 고하고  아버님묘를 파묘하여 유골을 수습 모셔오는 일이 첫 순서였다.

 

일찍 떠난탓에 새벽 다섯시에 도착 오히려 한참을  동트기를 기다린다 하였다.

집안에서는 음식과 준비물들을 서둘러챙겨 8시경 보발리 성금에 도착하였다.

 

가는길 체험 학습으로  학교를 쉬고 함께하던 세녀석들이 할아버지께서 지금 오시는 중이라는  제 아버지 전화에  막내 남경이 왈" 할아버지가 지금 차 뒤에서 전 속력으로 달려와?'  남형 왈," 아냐, 임마 , 할아버지 유골이 안전벨트메고 지금 앞자리에 앉아서 오고계셔,>>>?? 한바탕 웃었다.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웠다.

 

준비하던 오랜기간중  참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다지고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었다.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 그랬고,  일찍 여윈 아버님에 대한  저마다의 마음속 애틋함을  한뜻으로  하는일도  그랬다.

 

그래도  한 마음으로 터전을 만들고 드디어 이리 모시는 작업을 하게 되니 저마다의 마음이 조심스런 중에도 설레였다.

 

도착하자 바로 아버님을 모셔온 일행도  뒤이어 들었다 .

 

바로  새벽길 나섰던 일행들의 간략한 아침 식사가 끝나고  작업에 들었다,

자리를 준비하고 유골을  수습 하여 모셨다.

 

모두들 숙연했다.

돌아가시던때. 장례날 억수비가  퍼부어  모셔 안장하기가 힘들었다던 이야기처럼일까, 파묘한 아버님의 자리가 바르지도 못하고 편치않아 보였다 한다.

 

처음 ~유골의 모습도 , 할아버지의 모습도 처음인 어린 세녀석들, 가족들  모두 숙연히 숨을 죽여  마음갈피 깊이 아버님의, 할아버지의 모습을 새겨  담았다.

 

 유골을 모시는 내내 안타까움속에서도 그리 마음이  안온하던지. 오레 불편하셨던 세월 벗어던지시고 이제 부디 편안하옵시고  가실 길 메임없이 마음껏 훨훨 날아 드시기를  빌고 또 염원하였다.

생전에 유난히 튼튼하셨다던 치아가 사십오년의 세월 너머 아직도 가지런하셨다.

 

식구가 많으니 고기를 먹을때면 늘 뼈를 잘 잡수셨는데 철없던 어린시절이라 그게 정말 뼈가 맛있어 드시는 줄 알고 아버님게는 늘 뼈만 드리곤 했다는 고모의 안타까운 추억담.... .

 

 봉분을 올리고 주변에 잔디심는 작업과 함께, 준비한  상돌과 비석등 석물을 배치 하였다.

아버님 자리 옆에는  어머님 자리 마련도 하였다.

아버님 묘소 옮기는 자리를 함께하고서도 금새 그누구묘여? 묻기를 되풀이 하는 미수를 넘기신 연세다.

 

주변을 에워 선 오랜 소나무 군락들 때문일까?

새로 모신 자리가 오래 그리 계셨던 자리인양 익숙하고 편안해 보였다.

소나무 가지 사이로 멀리트인 앞쪽에  소백산 등성이의 천문대가 마주 바라보이는 자리, 일찍 뜬 해가 늦도록 지지않는 해밝은 땅에 아버님 누우셨으니 이제 아니 편안 하시랴.

 

시키지도 않았건만 남형이 남경이는 주워낸 돌들을 모아 돌탑을 쌓았다. 무너지고 쌓고 되풀이 하더니 둘이 저마다 개성있는 4개의 탑을 쌓았다.

남형이는 튼튼한 석가탑을 , 남경이는 다보탑을 쌓았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시겠다.

 

자리 정돈을 마치고 준비해간 음식들을 새로 안치한 상돌에 차리고 제를 올렸다.

 

"유세차.....  외숙부님의 축문을 들으며  아버님께, 할아버님께  절을 올리는 저마다의 숙연한 맘자리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묘소앞에서 비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였다. 오롯이 가족 사진이다. 아버님을 모시고  찍었으니...

 

뒷 이야기........................

 

 45년간을 누우신 아버님의 자리가 편치 않으시다는 생각이 늘 가족들의 맘에 밟힌 터였다. 모실 자리를 마련 하고저 말이 나온것이 지난 92년 어머님 수의를 마련하던  윤년이었다. 그해 수의 짓는 일을 마치고 몹시 힘이들었더랬다,

충주 무너미 시절의 일이니 육년전이다.

 

꿈속에서  길손의 차림으로  집에 들르신 아버님의 모습을 뵌 곳이  신기하게도 지금 살고있는 이 집의 마루문밖 마당이었다.

그땐 이사할 계획도  이집의 존재도 모르던 때였는데 ...

 

환하게 불이켜진 하얀 샷시 유리문 밖에 서서 마루에 누워 앓고 계시는 어머님을 좀 보아 달라하는 내 말에 ' 미수는 넘기겠군.' 그 한마디를 툭 던지시고는 다시 길로 나서시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후 윤달이 드던 해  그리고 지난해까지.

정초엔 꼭 한번씩 그 모습을 보여 주시고 아이들을 높이 보듬어 주시고는  다시 길에 나서시곤했다.

 

 

생시인양  뵈면 반갑고  기뻤지만 늘 길에 서 계신 모습이라 안타까웠다.

 

 

아버님 얼굴도 뵈온적이 없는 내게  그 모습을 뵙는 일은 비록 꿈이지만   유난하였다.

 

잔디를 심고  사진을 찍다가  작은 고모와 민정이 , 셋이서  아래쪽 식사 준비하던 자리에 앉아 쉬던때였다.

 

 

어디선가 까만 나비 한마리가 갑자기 내 왼 손목위에 날아와 앉았다.   뜻밖에도 바로 날아오르지를 않고 종종걸음으로 팔을 따라 내 어깨위로 오르더니 목 아래를 지나 가슴을 한바퀴 돌아  오른 쪽 가슴에서 잠시 머뭇 거리더니 날아올랐다. 

그 순간 아주 특별한 안온한 정적이 찾아들었다. 

 

어머나 , 세상에 아버지가 나비가 되어 오셨네.

딸인 나를 두고 니가 고생 한다고 네 몸에 앉으셨구나...

고모의 넔두리도  아득히, 나비와 나만의 오래 젖드는 아무 생각없는 편안감....

 

민정이가 보니 엄마 머리위를 한바퀴 맴 돌더니 날아가더란다,

저만치 둘째 아주버님 트럭에 제 지내려고 준비해 둔 건어물과 실과.  음식이 세상자 가지런히 있었다.그리 날아가 하나 하나 맴돌이를 하더니 다시 차 위를 한바퀴 크게 선회 하고는 아무 망설임 없이 산등성이로 날아 올랐다.

 

잊고 있었는데 , 아버님 모시던 자리에서 제일 섧게 울음을 터트리던 둘째딸을 그냥 지나쳤다고 두고 두고 맘에 서운했던지 큰 고모가 전화로 옮긴 이야기에 생각이 났다.

 

 

마치고  돌아와 종일 비워 두었던 집을 들어서는데 ,

처마밑이 소란스러웠다.

반가운 손님이 든 것이다.

'어머나 웬일이냐, 삼월 삼진날이 차례로 멀었는데  제비가 벌써 오다니....아버지 새로 모시고 오니 제비가 왔구나.'

조용한 처마밑을 저들끼리 지절대며 돌아들던 까만 제비 두마리가 놀라 높이 날아 전깃줄로 옮겨 앉았다.

 

고모의 목소리에 우리집 세놈들 난리가 났다.

 

엄마  하얀 제비,하얀 제비 왔어?  어딨어?

우리 다섯 식구의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런데 하얀 제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가슴 귀퉁이가 살풋  아려오는 ... 그도 같으리라 . 아이들의 눈빛에 묻어나는 서운함이.

 

아냐, 아직 삼월 삼진날이 멀었는데 뭐. 쟤들이 먼저 온거야.  민정이의 애써 힘준 변명이다.

 

며칠째 처마맡을 들락거리는 두쌍의 제비중 옛집을 서슴없이 날아 드는  한마리는 몸이 짧고 통통한 것이 아무래도 눈에익다. 지난해 새끼중 늘 하얀제비곁에 붙어있던 형제인냥하다.

 

하나는 설핏보아도  몸이 작고 가녀린 것이 아직 어린티가 역력한데 늘 사진 액자틀에 올라앉아 아직도 집 자리를 탐색중이다,

그런데 까만  오른쪽 날개등에 하얀깃털이 점으로 박혀있는 것이 아무래도 하얀제비의 흔적만 같아 처마밑이 지절거림으로 소란해 지면 자꾸 훔쳐보곤한다.

 

 

 제비도, 나비도

 

우연도 거기 사람의 마음이 빛깔을 덧 입히면 

필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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