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골 이야기

낡음에 대하여

소세골이야기 2007. 5. 8. 01:08

며칠전 전화 한통을 받았다.

청주에 계신 분이라며, 된장을 사러 오시겠다한다.

지역을 대략 짐작하고 있어서 길을 알려 드리기 수월했다.

약속대로 오월 오일  ,  근처에 오셔서 전화를 주셨다.

아침 일찍 모처럼의, 민정이 에겐 참 모처럼의 외출인 삼남매의 단양읍네 나들이를 위해  김밥을 싸고  제 아버지 차로 단양까지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은 버스를 이용 하기로 했다.

 삼남매는 어린이날 행사 중 시상식에 남경이의 상받는 둘러리로 , 남편은  아이들 내려놓고  어머니 뵈러 오는 큰 고모 마중하러 제천으로 나갔다.

밭일에 메어달리느라 집안이 늘 그렇듯 어수선하고  억망... .

주섬 주섬 치우다 보니 전화를 받았다.

고모도 도착하였다.

아침부터 자꾸만 무겁고 일이 손에 겉돌던 참이었다.

청주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다는 선생님 부부가 오셨다.

단양군에서 만들어준 농업인 홈페이지가 아직 정돈되지암은 터 였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시고 우리집 홈페이지에 마음이 끌려 오셨다는  말씀이 기뻤다.

매실차 한잔을 드리며 이야기 나누다 보니 열두시를 넘어섰는데 점심 준비를 까마득히 생각도 않고 있었다.

서둘러 밥 안치고 , 저녁에 까 두었던 더덕 한줌있기에  순 따와서 함께 무치고 , 김밥 싸느라 뒤안에서 뜯어 삶아놓은 취나물과 오대산 나물  한줌 무치고. 시간이 촉박하기 감자 몇개 썰어넣은 된장국끓여 간소한 상을 차렸다.

이리 소흘하지는 않았는데. 전화를 받고서도 식사를 함께 할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전혀 않고 있었다니, 상을 내어 놓으면서도 부끄럽고 자신이 속내로 한심스러웠다.

그런데 일은 그게 아니었다.

국그릇 받아든  민정이 아버지." 아니 국이 왜 이렇게 짜나?

어떻게 먹으라고?  늘 찌게보담 물을 많이 먹기위해 국으로 끓이느라 묽은 편이고 조미료를 넣지않고 멸치조차도 쓰지않는 장이라 별 맛은 없지만 짜다고는 전혀 생각을 못한 준비였다.

 

참. 맛있는 된장 사 먹고싶어 오셨다는 분들에게 짜서 먹지 못하는 된장국이라니 이런 실수가있나?

 

거기다 기 막힐 노릇이  당연히찰지고 기름기 도는 콩밥이어야할 밥솥단지 안의 밥은  마를대로 마른 꼬두밥이었다.

 

모두 말도 못하고 마지못한 식사..... 묵은 신김치만 젓가락이 오갔다.

 

아차 !했지만 이미 업질러진 물이었다.

 

한달에 두번 , 조심해야하는 . 하필이면 그날이었다.

 

아무리 해도 간을 느낄수없는 , 맹물같은 싱거움.. 그래 자꾸만 간을 넣다보면  못먹는 음식이 되어 버리는 ....

 그럼에도 더욱 딱할노릇은 내입맛에는 그 음식이 전혀 짜지 않다는 것이다.

 

배란기와  요일 직후 격게되는 행사인데  공교롭게도 오늘이 그중 한날이었다. 

손님오면 나름대로 나물반찬 몇가지는 맛있다하며 가셨더랬는데 이런 무안이 없다.

 

깔끔한 은백색의 폭스바겐에 올라타고 ,기이하게도 나이가 우리와  같은 잔나비 띠라면서 반겼던 부부를

 

 

장맛을 어찌 보셨는지 물어도 못 보고  배웅코 돌아선 자리에 괜시리 남루해진 자신이 맥 빠지게 느껴져 왔다.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이건가?

 

몸도 마음도 어느사이 낡아간다 싶었다.

 

예민함도. 긴장도 없는 무디어진 생활의 날...

 

그 미각으로 어찌 된장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먹인다고 하련?

 

음식 만드는 사람이 그것이 절대인데....

 어처구니 없는지  남편도 그저 혼잣소리만이나 하게 말던지고 만다.

 

한번 들은 목소리 한번 이해한 글귀는 그대로  내것이던 그런 시절이 내게도 있었건만, 이제 는 그저 머릿발 희어가는 무디어진 손마디 만 큼이나 몸짓도 맘짓도  무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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