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민초들의 힘

소세골이야기 2006. 8. 11. 00:36

 

 

 태풍지나간 젖은 땅에 벼르고 벼르던 풀뽑기~마당 풀밭 제거 작전~ 이틀에 걸쳐그 지독한 바랭이 뿌리와의 싸움을 끝내고 돌아보니, 와! 환한 흙 마당!
  그런데 뭐 좀다르다. 마당이 아니다. 시멘트 지꺼기랑  돌이랑 딱 ~ 하니 굳어있던 에전 마당이 아니다.
  뭘 심어도 부드러운 싹이 쑤욱 고개 내밀것 같은 푸석 푸석하니 부드러운 밭이다.아!' 풀 나는 자리면 뭐든 심궈 먹어.'노인네들 말이 이거였구나.
 몇년을 불모의 굳은땅으로 그저 마당 한귀퉁이로버려져 있었는데,악착같은 그바랭이풀이 뿌리내리고 뻗어나더니... 이거 였구나! 풀 뿌리의 힘!
  그래, 예전엔 소 꼴 베어먹이고 퇴비하고, 마을 외딴 둑길에도 길섶에도 한길넘는 풀밭은 흔치 않았다.
  이제 사료 먹는 소,거름은  쇠똥, 비료..하다보니 지천인 풀밭은 귀찮은 일거리로만 남았다.  심고  가꾸고 거두기에도 진절머리나게 바쁜 일손을 풀베고 뽑기에 돌릴여력이 없다. 그저곳곳이 누렇게죽은 풀 밭..제초제....  .
  
  이맘 쯤이면 한 낯의 시골 마을은 시끄럽기 짝없어야 한다 . 그런데 올 여름은 무엇허전함이 있다.묵은 느티나무 밑에도,산모퉁이에서도, 요란스레 서로 다투는 메미울음 쓰르라미의 울음이 귀하다. 앞마당 감나무에도 아직 메미 친구가 들지않았다.
멀리 몇몇 소리가 나고 멈추고 ... .
  풀 벌레 소리도 마찬가지, 창문을 열어놓은 밤  시골 마을집에서만의 풍요로운 누림이었던 온갖 풀벌레들의 오케스트라 ~  아직은 이른 걸까 ? 풀 벌레~ 귀뚜라미도,베짱이도 ,여치도 ,사마귀도 아직 모두 어려서? 그 때문이라면 좋겠다.
  그들의 요람이 그저 귀찮은 풀밭으로 사라져 가고,땅은 죽어 파도 파도 지렁이도 굼뱅이도 기어가지 않는 죽은 흙만 남아.... .
  아! 허리 펼 시간도 없는 농부님들의 제초제를 어찌 탓하랴!
  그들 또한 무참히도 무참히도 짓 밟히고짓이겨 내던져 지는 풀 뿌리 인것을.
 달리는 시골 길 처마 밑마다 주렁 주렁 엮인 마늘 접이 유난히도 눈에 아프게 많이든다. 그뿐이랴! 병에 ,우박에 스러지고,잘되면 값이 폭락하고.....  .
  그래도 씨뿌리면 보듬어 싹틔우고 푸른 생명으로일궈내고 어김없이 열매로 되돌려주는 묵묵한 땅의보답 ㅡ 그 환희로 가슴을 씻고 터를 지켜 일구는 이들....  .
  높으신 곳에 높이 사시는 마음 자리 높은 어르신네들,
  그네들의 생명의 뿌리  - 묵묵히 땅위에 허리 굽혀 사는 민초들의 삶위에 심어져있음을 ......   .잊지나 마소 ! 그네들이 짓 밟고 일어선 등이 뉘 것이오!

 

                                                        200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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