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닭쫓던 개 ? 닭 잡은 개!

소세골이야기 2006. 8. 11. 16:47

새벽바람에 마당에 나선 딸아이의 예사롭지 않은 외마디 소리
화들짝 뛰쳐나간 눈앞의 광경 ...
닭장안에 왜 ~엔 송아지 만한 개?
다섯마리 암탉과 새벽마다 잠 깨워 주던 수탉 한 마리가 처참히
닭장 구석 구석에 아무렇게나 쳐 박혀 있고 험상궂은 개 한마리
가 개선 장군처럼 닭장안을 휘돌아 나갈 구멍을 찾아 헤메고있다.
  오늘따라 아침잠이 곤하더라니 한참을 설쳤을 꼬꼬댁 소리도
못듣고... 갑자기 빙글 도는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생각도 할수
없었다.
  '엄마, 저 윗 집 개야. 우리 닭 다 ~아 죽었어. ' 아이 울음 소리
에 겨우 전화기를 찾아 개주인을 불렀다.
'  어이구, 난 왠 호랭이가 누런게 내려온줄 알었네 .시상에 .-할메
소리. 온 식구가 나서 아이들은 닭이 불쌍해 울고, 한 바탕 아침 소동 .

  이사온 다음해.어린이날 선물로 병아리 스무마리를 사오고 닭장을
만들고 그렇게 모이주고 풀 뜯어 먹이고 키운 닭이 ,찬바람 불 때쯤
되자 닭장 밖을 날아 나와 묵밭을 헤집고 다니며 꼬꼬댁 거렸다.
  수상쩍어 하루 뒤를 밟아 봤더니 ,  닭이 헤집고 들어가  앉아 있던
자리 꼬꼬댁 거리며 털고 나간 덤불밑에 뽀오얀 알이 소복하니 앉아
있었다.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난 보물 찾기였던지, 그뒤로 꼬꼬댁 꼬꼬
암탉소리만 나면 서로 뛰쳐 나가 보물 아닌 알찾기로  바빴다.
다니러온 외 할메까지 앞섶에 한아름 알을 찾아 안아온 일을 두고
두고 못잊어했다.
어찌 그리 은밀히도 둥지를 트는지 바로 앞에 두고도 찾기가 ?지않았
지만 시장에서 사는 달걀에서는 볼수없었던 노오랗고 큰 노른 자위와
유난히 고소한 맛에 ,여섯 마리 닭 식구들이 주는  알선물에  길들여
져하루만 달걀 구이가 없으면 허전해 하는것이 남형이와 할머니이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그 여섯마리 꼬꼬가 하늘 나라로 가 버렸다.
키우던 닭을 잡아먹는 모습이 싫어 죽은 닭을 개주인에게 모두 들려
보냈더니 그집 할아버지가,미안해 하며 닭 값을 들고 왔다 .
'할아버지, 그냥 장에 가시거든 닭 병아리 몇마리 사서 주셔요.'
할아버지는희색이 만면 돌아가더니 ,한나절뒤 붉은 얼굴로 상자 둘을
들고오셨다.  마침  장원 장이라서 갖다 오셨단다.
병아리 사 들고 버스 타고 오는게 힘들었다고 되뇌이며 병아리 상자
하나 풀어 놓는데,( 어이구 그럴땐 좀 가만 계셨으면 좋으련만) '
'에유 할아버지 이거면 됐어. 됐어 . 대엣 마리면 돼 . 그거 한상자는
가져가 . 집에 키워.' 두손  휘휘 내 저어 가며 경우바르고 남 주기
잘하는 생색내기 좋아하는 우리 할메 ~
풀어 놓은상자엔 겨우 암평아리 세마리, 숫 병아리 두마리인데,아니....
난망 스럽기는 이럴 때 .  욕심 많은 시골 노인네 한번 더 제대로 권해
보지도 않고 '안 키워유? 할머니 필요 엄때면 우리 키우지 뭐.. .
삼천원씩 주고  큰놈 병아리로 열마리 사고 한마리 덤 얻어 열한마리
라며시원한 냉커피 한잔 훌렁 비우고선 나머지 상자 열어 보지도
않고일어설 기색이다.
'아니, 큰 닭 여섯마리면 육계값만 해도 얼만데, 게다가 앞으로
병아리 다 클때 까지 몇달은 알도 못 얻어먹고 사료값만 축나야
되는데....
그리고 암탉 세마리면 알은 두개씩 밖에 안 낳는데.
내 둔한 머리도 그럴 땐 뱅그르르 돌아 머릿 속이 손익 계산으로 범벅.
도저히 이대론 안 되겠다 . 우리 할메 체면은 접어두고,
'아저씨, 이닭  집에서키우려구 일부러 사 오신 거예요?  능청~
'아아니, 할머니가 안 키운 다니까 그게...' 갑작스런 급습에 당황.
이때다 .  "할아버지 병아린 키우다 보면 두어마린 죽어요 . 그리고
우리 할머닌 한끼에 달걀 네게는 잡수셔야 돼요.
' 미운 김에 할메까지 찍어! (근데 그건 사실이다.달걀 후라이 세 네게
는 드려야 흡족하지두개만 놨다간,얘도 두개 어른도 두개 하며 빈정.) 
'야는 내가 언제 ? ' 할메야 노려 보건 말건 아랫배 숨 한번 몰아 넣고
'그리고 우린 수탉 두 마리씩 필요 없어요.'
갑자기 벙벙 해진 할베, 그래도 욕심 자루 금방 끌러 놓을 기색이 없이,
'요즘은 안그래유. 잘 키우면 안죽어유. 가을 이면 알 난텐데..  .'
미적거린다. 안 되겠다.
'아저씨! 수탉은 바꿔 주시구요, 암탉 두마리만 더 내놓고 가셔요 .'
결국 암팡지게 한다고 숨몰아 쉬었지만 ,열한마리 다뺏지도 못하고
일곱마리 ~  그으런데 이럴 수가?
새로 풀어놓은 상자에 든 암 평아리~ 쌩 쌩 하고 큰 놈만 있는거 !
우리집에온 암병아리 중 한마린 꽁지도 제대로 없는  덤으로 온 놈
이었다 . 으이그 ,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데 ..  .
그저 입빠른 우리 할메 때메..  저녁늦도록 병아리 몇마리 넣어도
허전하기만한 닭장 처럼 손해본 기분 , 할메 미운맘으로갔다.
달걀후라이 며칠 주나 봐라 .

(결국 암닭 한마린 가시고 여섯 식구 원상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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