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르르....또르르르.......
뚜뚜르르....... .?
뚜르르르르......뚜르르르.....
한 바탕 빗줄기가 적시고 간 저녁 으스름
앞 마당 창문아래서 들려오는 벌레소리... .
방울벌레 ?
아닌데,저보다 곱고 섬세한데.. .
귀뚜라미 ? 아니.
전에 듣지 못한 우렁찬 느낌까지 주는 굵고 또렷한
울림이
잠깐의 침묵뒤에 다시 이어지곤 해 밥짓던 손을 멈추고
생각을 뒤적이는데 떠들썩 하던 아이들조차 그소리가 예사
롭지 않은지
갑자기 조용 ~해 진다.
'엄마,저거 무슨 벌레 소리야 ? ' '글쎄, 엄마도 지금 생각
해 보는
중이야 .
그 저녁 비온뒤 선선한 바람결에 제법 오래 그멋진 아름다운
노래를 들었는데, 주인공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방울 벌레의 노래를 바이올린의음색이라면, 그 노래는 굵고
맑은 저음의 무반주
첼로 였다.
엄마, 귀뚜라미 아냐? 방울 벌레 ? 여치? 방울 뱀 ? 깔깔 .. .
아이들도 궁금해 하며 '엄마
저 소리 너무 이쁘다 .' 소리죽여
들었다.
그 날 노래의 주인공을 알게 된건 한 참이 지난 동네
마실간
자리에서 였다 .
누군가 '지렁이 노래 들어 봤어 ? ' 그소리에 머릿 속 궁금증
이 되살아나
'어떻게, 어떻게 울어요? ' 눈이 동그레진 나에게
또르르르...또또르르 ... 그 분이 낸
흉내에
'아! 들어 봤어요!' 나는 무릎을 치며 아이 마냥 으쓱댔다 .
아, 그 멋진 음색의 주인이 바로 지렁이 라니....
.
그 자리에 함께했던 어느 시인의 아내는 '독일 에서는 여름 밤
아이들에게 지렁이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마당에 자리를
깔고
숨을 죽여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었다며 나를 부러
워 했다 .' 민정이네 마당에 지렁이 노래 들으러
가자 . 비오는
날.... .'
그날이후 밤마다 창문을 열고 벌레들의 합창에 귀를
귀울였지만
그 날 만큼 또렷이 그노래를 듣지 못했다 .
아이들에게 그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엄마 지렁이가 입이
어디
있어? 어떻게 그렇게 크게 노래해? 너무 신기 하단다 .
'글쎄, 어쩌면 그 맑고 투명한 피부속 몸이 온통
피리처럼 관이
되어 울리는게 아닐까?' 커다란 지렁이 ,특히 알을가득 밴 엄마
지렁이의 굵은 몸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엄마
지렁이는 민첩
하게 기어 가지도 못하고 힘겨워 했었는데 ... .
지렁이가 징그럽다는 건
어른들의 선입관 ... .
처음 지렁이와 만나는 아이들은 절대 징그럽다거나 무서워
않는다.
손바닥 가득 움켜쥐고 다니는 우리 막내처럼, 신기하고 예쁠 뿐
이다 . 어쩜 그 날의 노래는
제 예뻐 하는 아이들에게로의 '지렁이
의 화답'이었을까 ? 선물 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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