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힘껏 사는 길

소세골이야기 2006. 8. 13. 11:58
개학이 아직 일주일남았지만 방학중 특기 적성 교육이다하여
서예 준비물 싸들고 민정이는 어제부터 등교 길 나섰다.
아빠랑 차 시간이 맞지않아 아침에도 십오분 남짓 걸어 내려가
버스를 타야한다.

오늘 아침엔 비까지 치적여 우산 받쳐도 버스 정류장에 다다르니
바짓 가랭이에 물얼룩이 많이져 축축해 보인다.
'아빠 차타고 맨날 편하다가 아침 부터 걸어 내려와 버스타니
힘들지? ' 좀 안스러워 슬쩍 물었다.
'아니 엄마, 괜찮은데. 더 재밌어.' 좀 뜻 밖이다.

과수원 할머니가 '화정이 할아버지 곧 내려 갈꺼여. 같이 타고
가여!' 소리 질렀는데 ㅡ화정인 같은 반 친구다. ㅡ
그래도 굳이 버스타고 가겠단다.

'민정아, 여기 걸어 내려 온 만큼, 힘 든 만큼, 네 힘이 없어
졌을까 ? 그만큼 생겼을까?

'으 .. 응, 힘은 든데 , 기분이 좋고 이제 버스 타고 다니는거
겁 안나니깐.... ? '
 
'그래, 그거야.  사람들은 보통 힘든 거 하고나면 힘이다빠졌다
고 생각하고 축 늘어져 버리지.
그런데 민정이는 3분 30초에 달리던 거리 열심히 있는 힘껏 달려
3분 15초 까지 단축했을때 어땠어?'
 
응? 그다음에 자신감이 생겨서 학교 가서도 일등하고,그리고
달리기가 좋아졌어. 이젠 달리는거 재미있어!'

'것 봐 . 어려웠던 게 쉬워진건 너한테 그만큼 힘이 생긴거야!

'맞아 엄마, 나 학교갖다 와서도 여기서 집에 까지 9분만에
뛰어 올라 갈 수 있다! 그러고도 많이 숨 안 찼어. '
 
'너 저번에 아빠 방에 '활원 전생' 써 있는거 뭐냐고 물었지?'

'아빠가 커야 안다고 안갈춰줬어....  .'

'거기 '전생' 이라고 한 말 바로 지금 민정이가 알은 그거야.
힘은 쓰면 줄어드는게 아니고, 쓴 만큼 더 많아지는 것.
무슨일이든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 다 그렇게 있는 힘껏
열심히 하면서 사는걸 '전생'한다 그러는 거야.
민정이가 쓴 만큼, 전 힘을 다한 그 크기가  바로 '민정이의 힘'
그릇이 되는거야.
그 그릇의 힘은 쓴다고 줄어 드는게 아니거든.
쓴 만큼 그릇은 커지고 힘은 가득차게 되지.그게 자신감이 되고
즐겁게 할 수 있게 되는거야.'

'알았어 엄마, 근데 난 하고싶은게 너무 많아 큰일이야.
선생님도 하고 싶고, 마라톤 선수도 되고 싶고....
진짜는 뭐 되고 싶은지 알아? 여자 대통령도 해보고 싶다고..해해!
 
마알간 웃음, 힘이 넘치는 가벼운 몸짓으로 마침 온 버스에 달랑
오르는 딸아이가 참 예쁘다.

아침 일어나 별 이유도 없이 찡 ~징 할땐 한 대 쥐어 박고싶게
밉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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