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담배먹고 맴~맴 고추먹고 맴~맴

소세골이야기 2006. 8. 13. 12:33
새벽 덧창을 열면 왠 짙은 담뱃내음?
신선한 산골 아침 공기는 간곳없이 며칠을 그랬다.
참, 왠 골초영감이 새벽바람부텀 남의 창문밑에 앉아 한대
피고갔지?

낯바람에 텃밭메는데,앞집 세면장 창문너머 그집 안주인네
기색이 하 수상타.
꺼억,왝... . 왠 토악질?
이 바쁜 시골 살림에 어쩌자고 눈치없이 에유,쩟..... .
혼자 혀까지 차며 측은해  했더랬다.

시골 살림 시작한 이듬해 여름
웃지못할 아이러니로 내가 오히려 웃음꺼리가 되어 버린건
그며칠후.
동네일로 몇몇모인 자리서 며칠간 계속되던 세면장의 소음에
대해 근심깔린 목소리로 앞집 댁네에게 슬몃 말을 건냈다.
'괜찮어?  '   '무얼?' 도로 반문이다.
'수상쩍은 소리 들리던데 속 괜찮은 거냐구?'
갑자기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더니 옆엣 사람까지 몇마디
귀엣 말에 함께 웃음을 놓지 못한다.
'아이구 , 언니는 참. 아, 담뱃 때문여.  담뱃진내.'
겨우 웃음이 진 하자 나온말.
그거 하루 따 만져 꿰고 말리면서 뒤적이다 보면  담배
두어갑 피우는 사람 유가 아니란다.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강제로 피운꼴이니 속 뒤집히고
머리아프고 헛구역질 할수밖에. 

내 사는 곳엔 유난히 담배 농사가 많다.
쌓인눈밭 체 녹기도 전부터 하우스치고 모판시작하면서 부터
제일 이른 농삿일거리이다.
처음엔 유난히 입넓은 큰키의 그 작물이 밭마다 지천인걸
보고도 , 분홍빛 꽃이 둔한 잎새와 어울리잖게 예쁘게 핀걸
보고도 무언지 몰랐으니.

아침마다 정체 불명이었던 골초 영감이 누군지도 그제사 알았다.
벌크마다 밤새 쪄 새벽 바람에 내어씐 담뱃잎이 범인이었다.

모판하고, 옮겨심고, 밭에 내어심고, 자란 잎사귀 이른 여름부터
구슬땀 범벅되어 따서꿰고 쪄 말릴땐 밤 새벽으로 뒤적여 바람
쐬이느라 밤잠 설친다.
농삿일보고있노라면 손놀림않는 쉬는 시간이 부끄럽다.

이제 담배가 한소큼 손마무리되자 마당 담배 쌓이던 자리엔
붉은 고추 무더기가 자리잡았다.
며칠 태풍바람에도 장대 빗줄기에도 여념이 없다.
빗물 젖으면 다 익은 고추가 무르고 터져 버리니 비 바람 아랑곳
하고 피할 겨를이 없다.

덕택에 요즈음 아침공기는 달코롬 매운 고추맛이다.
담배 먹고 맴맴 고추 먹고 맴맴....
우리 동네 매미 소리는 분명 그럴테지.

땅기운 술렁대는 이른 봄부터
손발 쉬일 틈 없이,' 죽을새도 없수'하며 수건 내리쓰고 밭이랑
에 붙어 살아야 하는 우리동네 아짐아씨들, 할메 할베들..... .
하늘 보답받아 주어지는 수확이 풍성해도,그저 붉게 그으른
얼굴 슬몃 훔치며 속기침 한번 할뿐 내색이 없고,
고추값 콩값 내리박질 수입 농산물 싼값에 농약값도 못 건져도
비 바람 돌풍에 우박에, 포기마다 자식같은 땀밴 작물이 하루
아침 무참히 스러져도 , 그땅을 외면하지 못하고 묵묵히 늘 같은
손길로 다시 일구고 가꿔내는 그들의 삶..... .


장자의 '소요유' 그 아니더라도  그들은 대지와 하늘의 품에
노니는 삶을 알고
노자의 '무명의 도' 그 아니고도 생명의 순리를 얼개짜는 삶.

그들에게 뭇 사람의 영악한 계산이 없고
그저 주어진 작은 것들로 보듬고 살뜰히 여며 사는 건

그네들 몸으로 하늘 받아 안아 사는  땅살이의 섭리가 있으메다.



                         
태풍 바람에 바닥 떨구어 마구 내뒹구는 커단 플라타너스 잎새가
어느사이 성긋해진 동구밖 느티 할아버지의 잎새머리가...... .

                   

.               
  이천년  가을 그 문턱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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