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울어야하나! 웃어야 하나!

소세골이야기 2006. 8. 21. 00:13
싱크대 구석에서 여름 한철 잊고지난 밀가루 그릇이 그대로 뽀얗타.
배에 싣고 오는 동안 싹이트고 썩으니 농약처리, 표백, 등등 한철
메뚜기 마냥 들고 일어서다 지나면 잠잠 잊고 타성에 길들어져
언제나 처럼 먹고 살아온 이젠 주식이 되다 시피한 수입밀... .
눈으로 직접 보곤 도저히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장마에 폭풍에 비치레 한번 하고나면 광 속에 잘 갈무리한 곡식들
도 바구미 일기 일쑤, 게으른 여편네 살림 솜씨 들춰내듯 여기 저
기 날아 다니는 작은 쌀 나방, 곰팡이, 그 어느 하나도 전혀 생기
지 않은 뽀오얀 밀가루가 내어린 자식들의 살이되고 피가되는 먹거
리의 주요소라는것이 새삼 끔직했다.
벌레도 피해가고 먹지않는 걸 우리는 먹고 산다.

농협 하나로에 가니 우리밀이 있었다.
값이 수입밀의 4배가 넘지만 제품화된 수입밀 먹거리 가격에 비하면
그게 그거다.
하도 속임많은 세상이라 누런 밀가루 빛깔 확인 하고 농협 마크
확인 하고서도' 진짜 우리밀이긴 하려나'반신 반의 ... .
우리집 간식꺼리인 안흥 찐빵아닌 엄마 찐빵 만들려고 1킬로 그램
두봉 뜯어 쏟아 놓으니,
왠일 !까맣게 고물 거리는거 .....바구미 다섯 마리가 제 세상
인줄알고 헤집어 살았더라.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그런데벌레든 밀가루 이니 우리밀이 맞아 안심 되었고 , 벌레도
먹으니 나도 먹어 되는거라 좋았다.
팥 삶아 설탕 듬북넣어 단팥 속 만들고 술약 넉넉히 넣어 세시간
부풀려 만든 빵 찜기로 쪄 내 놓으니 검 누릇한 빵 빛깔이
간데없는 옛날 보리 개떡이다.
구수한 내음도 맛도 예 아니다.
조금만 말라도 비닐처럼 질겨져 버리는 하얀 밀빵이 아니라 좋다.

먹거리가 흔하디 흔한 너무 넘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 어렸던 시절과 지금, 어느 사이엔가....  .
그런데 그 흔한 먹을거리 속에 정말 먹을것은 점점 귀해져 가고
있는 세상이 이젠 두렵다.
바탕자리가, 생명이 발딛음하고 서있는 그 바탕자리가 어느사이
심하게 균열이 가있는것을 보는 느낌.... .
어디서 부터 어떻게 다시 살아야 하고 어떻게 바로 잡는 자리가
있는지 조차 막막해 지는... .

어젠 고추를 샀다. 한해 먹거리....  .
우리 동네 아짐씨 하나, 희노 엄마는 고집이 세다.
몇차례씩 약 안뿌리곤  벌레 먹거리로 병거리로 좋은일 다해
버리는 고추 농사를 그래도 해마다 끈질기게 농약 아껴 농사
짓는다.
올해는 단 한번 소독 했단다.
귀한 고추다.  농약 세례 한번 받고 자란 고추라면 그대로
무공해 청정 먹거리 일수있다.
당연히 소출이 적다.  그래도 작게 거두어도 고집스레 약 덜한
고추 농사지어 서울 사람들네 알음알이로 조금 나은 값에 팔아
왔는데 올핸 그 알음알이로 사가던 서울 사람들네가 의료 분쟁
으로 투쟁중인 관계로 요즈음 저 먹을 밥 챙기기도 바쁜지라
고추 돌아볼 겨를이 없으니 예전 판로가 막혔단다.
참! 사먹을래도 구하기 귀한 고추인데... .
고추값이 오른다고 T.V뉴스는 연일 시끄러워도 사먹는 소비자의
체감꺼리이지 농사지은 당사자들에겐 별 혜택 없다.
돈 아쉬운 명절전에 어지간히들 장사꾼 손에 넘겨졌고
이젠 밭에 고추가 비에 물러 터지고 병나고 없으니 말이다.
고집 부리고 밭골에 풀도 제초제 안뿌리고 같이 키워가며 지은
자식같은 고추, 그저 남덜마냥 헐값에 장사꾼 손에 넘기긴 너무
아프다.
그래도 먹을 사람 내입같이 생각해 약 안뿌려 농사짓기가 얼마
나 힘들었는데...  .
고추 푸대 쌓아놓고 만지작 거려 아직 미련 부려 보아야 하는
농사꾼 아줌마......
농촌 살아보면 약 안뿌린 농산물 생산하라고 먹기 좋은 먹거리
만들라고 할소린 안나온다.
그만큼 이미 그런 꿈꺼린 할수없는 척박한 땅과 실정의 농촌이니.
그러니 우린 이제 무얼 먹고 어찌 살아야나.
저마다 내 작은땅에 내것 심어 키워 먹는 꿈아닌 꿈이나 꾸어야
할까?
 청정 산속 풀뿌리 나무 열매캐어 먹으며 살러 가야할까?
내 바로 앞 너무 절실한 문제 이건만 우린 너무 많이 길을 어긋나
살아왔나 보다.  되돌아 다시 바로 걸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자리에 서있으니... . 
 
그 옛 자리 에서도 노자의'소국 과민.은 그 예서 였던가!

이땅 한 방울 나지 않는 기름값 오르 내림에 깨춤출 일도 없으렸다! 



                          200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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