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해바라기

소세골이야기 2006. 8. 21. 00:16

아침 안개가 그뽀오얀 손끝으로
물축임 몇번 쓸어 내리더니
알듯 모를듯 누른 빛으로 숲이 뉘엿타.

동구 느티 할베도
아래 옷부텀 누릇 불긋 갈아 입고있다.

풀 마당 나서니 해바라기 꽃얼굴이
모두 앞바라기로 외면해 있다.

감나무 아래 바위너럭 나앉으니
그제사 옆 얼굴로 배싯 웃는다.

거름더미 아래 물먹은 해바라긴
장히도 크게 하늘 바래고
감나무 그늘 자락 뒤늦어 심은 씨아
아이 꼭 키만큼 자라
마주선 아미 입맞춤 할듯 가녀리다.

손안에 늘 연필 이랑 종잇장 떠나잖는
댓살배기 막내에게
해바라기 그려봐라했더니
1자하나 길게 내리긋고 윗 동그라미 하나
둘레 둘레 삐죽삐죽 꽃잎 돌아나가더니
미처 여물잖은 씨아자린 눈동그라미 두개
아래 1자 막대기엔 갈짓자로 잎새 내려 그린다.

어찌 저리 쉬이~될까?

그런데 정말 해바라기 같다.
고개 갸웃한 햇 노오란 웃음까지~.


                             200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