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친정 엄마

소세골이야기 2006. 9. 4. 09:07
밤새 피어오른 골 안개가 온 산천 벗은 나목 언 살갗을부드럽게
부드럽게 어루 만져 꽁꽁 뭉친 겨울 잠을 푸새로일구더니 
한나절 햇노란 빛살에게 자리 비킴하고있다. 

밤새 뒤척이던 뒤틀리듯한 내 살갗 아픔도 바로 저 겨울잠 털음인가?
제대로 잠들지도 깨어있지도 못한 어정한 상태에서 끙끙거리던 신음
속에 나도 몰래 훌쩍 잠깨어진 단어하나.. 엄마..
내입에서 나오는 되풀이 소리에 내가 놀라 잠이 깨었다.

아이 셋 둔 머릿발 희끗한 어미가 되어 찾는 엄마라니... .

잊고, 내삶에 늘 바빠 까마득히 잊고사는 제 살붙이 내린 엄마를
그 살갈피 아픔에 저도모르게 찾아뇌인다...

부모의 자린 거기인가.  거기 있었던가....

늘 다소곳한 ,칠순을 맞도록 세상 물정 밝히 모르고
오종종한 일곱 남매 낳고 키우느라 그게 당신의 온 삶이고 생활이었던
여인.
어느 날에서 부텀가는 여리디 여린 그 심성과 집안 살림만 맴도느라
물정어두운 엄마곁에 맏이인 내 자리는 늘 타관에 나가있기 일쑤인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는 보호자로,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교섭자로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의식적인 삶이 우선된 나이의 철든 생활에서
엄마는 늘 안스럽고 여린, 보호해야하는 대상이었다.

그런데 그 의식의 껍질을 벗어던진 저편  아픔속 질펀한 마음이
나도모르게 엄마를 부르고 찾고있다...

안개가 어둠을 모는 새벽창을 쳐다보며 오래 내 엄마의 삶을
그 유난한 측은지심의 성정을 생각했다....

우리 가족의 삶속엔 묘순이, 묘련이 라는 두마리 고양이의 삶이
끼여있었다.

어느 지인이 당신이 받은 선물인데 키우기 곤란타며 체 젖도 떨어지잖은
어린 새끼 고양이를 수건에 싸서 들려 주었다.
거절키 곤란한 처지라 그걸 받아안고 집에 오는 내내 처음 느끼는
뜨뜻하고 물컹한 생명체의 꼬물거림에 몹시도 당황하고 긴장해서
팔이  떨어질듯 굳어 아팠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너무 어려 생쥐에게 귓바퀴를 물려 혼이나는 헤프님에 묘순이라
이름붙인 고양이는 게으르고 순해터졌지만 방안에서 부뚜막에서
우리 식구 모두의 대접받는 식구였다.

동네를 떠돌던 도둑 고양이 한마리가 새끼를 낳고 먹이가 없으니
우리집고양이 주변을 맴돌았다.
앙칼진 녀석이어서 좀체 곁을 주지않는 그 암코양이를 담바깥에서
부텀 먹이그릇으로 조금씩집안으로 끌여 들인 엄마였다.

좀처럼 정주지않던 녀석이 엄마의 정성들인 보살핌에 털이 윤이
날 즈음 손끝을  피하지 않고  슬슬 묘순이의 짝이 되었다.

그때 부터 시작된 엄마의 기행(?)은 끝이 없다.
두 고양이와 연이어 낳는 그 새끼들에 대한 거둠은 물론 ,
식빵을 잘 먹는 강아지 덕에 막내는 제 간식을 늘 앗겼다.
병들어 주인에게 버림받은 비루먹은 개도 무엇 아는지 곁을
맴돈다.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않고 남은 음식 찌꺼기라도 꼭
거두어 먹이니  그럴 밖에..
가축 병원을 찾아 몰래 약을 사다 먹이고 식구들 성화에 헛간에
숨겨놓고 때마다먹이챙겨 거둔 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몰라 보도록
늠름하고 때깔나는 큰 개가 되었다.
어느 하루 대문이 소란 스러웠다.
개주인이 몰라보게 달라진 살아난 개를 보고는 죽으라고 내쳤던
기억은 잊어버린거다.
어이 없게도 개를 살린 사람은 개 도둑이 될뻔... 한마디 못하고
정든 개를 돌려 보내고 밥이나 잘 챙겨 먹일래나.. 개장수에게
팔지나 않을래나 .. 그저 안스러워 조바심치던 엄마.

고양이는 병이 나면 쇼크때문에 약이 없다고 한다.
설사병이나 축 늘어진 앙상한 고양이를 거두다 거두다 약방으로
달려간 엄마는 사람의 설사약을 사와 아이에게 먹이듯 숟가락에
개어 고양이의 입을 벌리고 먹였다.
그 지극한 정성에서 였으랴. 모두 죽으리라고만 생각했던 고양이도
기어이 살았다....

성정이 유난한 독일병정이라는 별명을 지닌 아버지의 그 대쪽같은
성품을 그대로 닮은 우리집 둘째 ~딸?은 고양이 알래르기였다.
고양이를 두고 엄마와 끓임없는 갈등이었다.
(이것 보구 누구!딴지 걸지말어!)

유난히 사람곁을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는 기회만 있으면
아이들의 방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는 자다 보면 꼭도 제 유난한 미움받이인 둘째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밤중에 일어나는 한바탕의 소동....
그런 다음날 아침 ?겨난 고양이는 꼭 앙갚음을 했다.
아침 방문을 열고 축담에 내려선 둘째가 신발에 발을 들이미는 순간
의 외마디 소리...
고양이가 새벽녘에 노획한 제 사냥감을 그곳에, 꼭 둘째의 신발에만
정확히 넣어두는양을 보면 고양이가 영물이라던 옛말이 절로 떠오른다.

세숫물 가지러 들어간 둘째와 부엌 따뜻한 구석자리에 숨어있다 마주치는
야옹이와 그 앞을 얼버부려 막는 엄마와의 삼파전....
고양이는 날쌘돌이 처럼 냉큼 달아나 버리니 제대로 쥐어박지도 못한
둘째의 속상한 눈물만으로 싸움은 일방적인 패.
자식 보다 고양이가 더중요하냐고 해악 부려보는 푸념만 늘 남지만
엄마에게 있어 병들고 불쌍한 동물에 대한 집착은 유난한 것이어서
자식들의 불평이나 눈총앞에 설라치면 마치도 데려 들어온 자식 감싸
치맛폭에 숨기는 양이었다.
십여년 제 수명을 다한 두마리 고양이는 몸을 가누지 못하도록 늙어서
털이볼품없이되어서도 안온한 보필을 받으며 눈을 감고 양지바른 동산에
어린 동생들의 눈물머금은 손길로 묻혔다.
그 자손들 여기 저기 살림 내 보내고도 그저 궁금코 안스럽던 엄마의
유난한 애착은 얼마전 까지도 그대로 였다.
3층 건물 시내 가운데로 살림을 옮기면서 부텀은 짐승 거두기도 만만
찮은데 또 어디서 애완견 한마리가 찾아 들었다.

그 강아지도  엄마 손에서 애지중지 늙어 뒷다리를 마음데로 걷지 못하게
되었다.
자식들이 찾아오는 날이면 성화에 못이겨 구석방에 숨겨놓아 가며 몇년을
수족 못쓰는 그 강아지를 거두더니 얼마전 다니러 가서 부텀 그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어찌 되었는지는 되새기는 엄마 맘이 혹여 아플까 묻지 않았다.
유난했던 엄마의 그 동물 사랑은 어쩌면 어린날의 유년의 외로움 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형제가 없이 혼자 자란 엄마에게 품어 안는 정의 자리
더욱 외롭고 병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애착은  오히려 당연함인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거세어도 세찬 바람에도 유난히 여리고 가슴 뛰어했던 엄마에게
여리고 약한 그들을 품어안는 자리가 오히려 고향같은 편안함일수도
있겠다.
 
나이들어 살림하고 동물들을 키워보지만 나는엄마처럼 그런 애틋함도
측은지심도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
바쁜생활속에 때로 먹이 주는 일 조차도 성가신것이 솔직함이다.

그리 살아보니 엄마의 그 삶이 그 여린 정 살가운 보살핌이 새롭다.

가끔 우리집에 다니러 와도 강아지 집으로 닭장으로 돌며 그들 자리
보살펴 주는걸 마다 않는다.
지난 가을엔 외할머니 발걸음 걸른 탓에 우리집 고양이 두마리
변변한 집도없이 추운 광속 빈 박스속에서 오들 떨며 났다.
그 지난 겨울엔 헌옷깔고짚깔고 포근한 상자에 작은 구멍?어
아늑한 보금자리 만들어 주고 갔는데 나는 매일 살면서도 그도 귀찮아하여
흉내도 못 내었다.

오늘은 모처럼 딸 목소리도 잊었을 친정 엄마한테 안부 전화라도
넣어야겠다.
감기 조심하고 발물 자주 하시라고... 기름 아끼지말고 따뜻하게
주무시라고.....
 


                                                      200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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