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어스름을 형광등빛으로 씼고나면 싱크대 턱받이 선반위에 놓인
작은 플라스틱통에 먼첨 눈인사를
주게되는것이 며칠전 부터의
아침 일과이다
집게발이라는 이름하곤 어울리잖게 여리디 여린 희다 못해 마알간
발끝을 고물거리며 저도
아는듯 아침 인사를 한다.
들여다 보는이의 맴속 ~저도 안다는 듯,
' 아직 이렇게 생생히 살아있다구요!'
하고 마치 간난이의
어릿진 몸짓마냥 마음 헤집고 들어와 안도의 숨을
쉬게한다.
장날 생선전의 맘씨좋은 아줌마가 동태국거리 한
소쿠리사니
미더덕 한줌 넉넉히 끼워넣어주었다.
집에와 손질하는데 미더덕속에 왠 곰실거리는 거미 만한?...
가만 들여다 보니
갓난 아기 새끼 손톱만큼한 등껍질을 가진
아주 작은 새끼 게였다.
등에는 작은 세로줄 무늬가 두개, 갈색의 거뭇한 발을
곰실거리며
안간힘쓰며 제게는 큰 바위 만큼한 미더덕위를 기어 오르는
아기 게가 곧 온 집안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커단 돋보기를
들이대고 남형이와 남경이는 저녁 내 몸은 어떻고
발은 어떻고... 하더니 곧 어떻게 키워얄지 걱정에 든다.
미더덕과 함께 딸려온 물과
큰 미더덕 하나로도 지금은 작은게의
집이 족하다. 작은 바위등걸도 하나 만들어 주었다.
남형이는 곧 백과 사전을 뒤진다.
먹이는 뭐지? 어떻게 숨쉬지? 보호자로써의 준비 자세다~
며칠을 아침에 일어나면 걱정이 되어 게집부터 들여다
본다.
염려와는 달리 지날수록 신기하도록 몸놀림이 더 재빠르고 힘차다.
조금씩 몸이 커 가는것도 같다.
아이들도일어나면
식탁에 둘러앉아 한참씩 들여다 보고 맘을 기울이는
게 일이다. 남형이는 일기장에 작은게의 모습을 꼭 그 크기만큼
그려넣고 옆에
미더덕을 그리고 우리식구가 된것을 기록했다.
참 신기하다.
한 생명이 다가와 그 작은 몸짓으로 맘 끌어 당기는 것이 경이롭다.
마알간 집게발 끝의 움직임이 지금은 그 생명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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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만체 며칠 지났다.
남형이가 구석자리에 백과 사전을 펴놓고 무언가 열심이다.
근데 고개가
떨구어져있다.....
녀석,내색도 않더니.....
큰게에서 부터 작은 게까지 양편 가득 게의
사진이다.
'엄마.... 이게 제일 닮았어.... 근데 우리 게는 발끝이 하얘.
더
귀여웠는데..'
어느사이 남형이의 가슴속에도 그 마알간 집게발끝 놀림이
헤집고들어와
있었던가........
어제 아침
여느날처럼 아침인사 보낸 눈길에 작은통안엔 움직임이 없었다.
가슴이
철렁~
돌맹이 아래에도, 미더덕을 뒤집어 봐도 보이질 않는다.
아침밥안치는 것도 잊고 싱크대 선반 구석 구석 물통속
거름대까지
뒤졌는데 도무지 간곳이 없다.
어디에 기어 나왔나? 누가 쏟았던 걸까?
별 상상으로
가늠되는곳 모두 뒤져도 흔적이 없다.
발밑에 뭐가 '툭'떨어져 놀라보니 세면장에서 겨우살이하던
귀뚜라미다.
저놈이 혹시? 하지만 귀뛰라미가 잡아먹긴 만만찮은데?
찾기를 물리고 아침준비하는 내내 마음이
수런코 끝이 아리다.
그러다 슬몃 걱정드는건 아이들이다. 그중 유난한 남형이다.
일어나자마자 눈비비며 다가앉을텐데 빈통을 어찌
내어놓지?
엊저녁 물갈아주고 좀 높이 올려둘껄. 내 건망증땜에 수도꼭지 곁에
둔게 후회스럽다. 물도 미더덕도
모두 그대로인데...?
그나 저나 어쩌나 ? 뭘로 달래지?아이 맘을 ...
대안도 없는데
날따라 남형이가 일찍일어난 기척이다.
앞에 와 앉는 아이에게 매 먼저 맞겠노라고
'남형아, 게가 없어졌다. 엄마가 암만 찾아봐도
없네.
어디 갔을까? 참... '
이럴땐 그대로가 좋다.
한참 반응이 없다.
눈길은 탁자 한곳에만 주어놓고... .
쟤가? 잠이 안깨 아직 못 알아 들었나? 하는데,
'엄마는.. 참 게가 가긴 어딜
갔겠어?
지네 집으로 갔지~
생각해봐. 싱크대 물따라 자꾸가면 되잖아.
그럼 자꾸 자꾸가면 바다에
가겠지.'
............
'엄마 아빠가 보고싶어 갔겠지 뭐.
그렇잖아. 엄마 , 아빠도 맨날 서울가서는 우리가
보고싶다고
집으로 돌아 오잖아.
그러니까 게도 지네 집에 가고 싶은거야.'
............
'참 다행이다. 엄마
싱크대 위에 놔 둬서... 다른데 있었으면 게가 기어가다 말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싱크대에 있었으니깐 계속 물하고 함께 갈수
있잖아.그지?
잘..됐어.. . '
...............
그 생각하고 있었니? 한참을 ?^^ ^^
(다행인건 엄마다.)
그런데 잘됐다는 말끝 여운이 아쉽기짝 없다....
그러고는 아스럽던 맘
접고 잊었는데,
한참을 지내놓곤 저리 사진속에서 아기게의 모습을 찾고있다....
미더덕 한 웅큼 아직 그대로
있는데...
이만큼이면 오래 오래 먹고 살겠다고 냉장고 속에 꽁꽁
얼려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