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가운데 자리펴고 깔게에 홑이불 하나 덮고 누우니
세녀석 잔치 마당인듯 시끌 벅적이다.
잦은 비 끝에 모처럼 하늘이 맑고 바람 선선한 날
남형이의 방학 숙제인 별자리 관찰을 위해 마련한 멍석깔이에
이 녀석들 초롱한 하늘의 별보다 아무래도 마당 누운 재미가
더한듯 마냥 깔깔거리고 뒹군다.
저어기 하늘 가운데 제일 밝은 별 보여? 그게 직녀 별.
그리구 저쪽 북쪽으로 있는 밝은 별, 그 옆에 조금 밝은 별 셋
나란히 있고...그게 데네브, 바로 백조 자리야.
아 오늘은 은하수가 보이네.
저기 백조자리에서부텀 저쪽 닭장위로 뿌연 옅은 구름띠 같은것.
'맞아. 밀키웨이..' 민정이가 톡나서 아는체.
'아냐. 미리내야.'이번엔 남형이가 질세라....
별자리 판이랑 책두고 두녀석이 서로 경쟁하듯 알아 맞히기 하느라
말로 아는자린 엄마보다 한 수 앞이다.
그럼 은하수 건너 견우는 어디 있을까? 누가 먼저 찾~나?
'으응~ 저건가?' 갸웃~
'알았다. 감나무 가지 사이에 있는거! '민정이가 말이 먼저 빨랐다.
그럼 그 별 세 게 모인거 여름 별자리 ...뭐게?
여름 대 삼각형! 딩동댕... 남형이.
자 이게 하늘 전체에서 제일 밝은 별, 잘 보이는 별 찾아 봐!
남쪽 하늘 단연 붉은 별이다.
저건..남형이가 박사지! 전갈 자리 심장 . 안타레스...
그 옆엔 가만있자 저게 헤라클레스 자리던가..
엄마의 짧은 기억력이 겨울 별자리랑 햇갈린다.
어이구 엄만, 전갈 옆엔 궁수 자리야. 헤라클레스는 하늘 가운데 있잖아!
머릿 속 별자린 남형이가 더 정확하다^^
그럼 헤라클레스 찾아보자. 별이 큰별이 없어 자세히 봐야돼...
직녀옆으루.. 허리 쏙 들어간 H자....
찾았다. 저기 현관 지붕앞에....
서쪽하늘의 별자리만 가로등 불빛탓에 잘 안보인다.
다행히 큰곰자리 북두칠성이랑 카시오페아, 작은곰 북극성은 늘 지붕 윗쪽으로 볼수가 있다.
하늘에 무수한저 별들, 이름 없는 별이 없다.
모두 저마다의 별자리에 아름답고 때로 슬프고 재미있는 신화와 이야기로 얽혀있다.
별자리를 더듬어 하늘위에서 그려보고 거기 얽혀 읽어가는 그리스 신화는 지루함이 없다.
아이들은 서로 헤라클레스의 열두가지 모험을 엮어내고 달의 여신 다이아나가 오리온을 좋아하는데 잘못보아 활로 쏜 이야기...
오리온은 바다의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라서 물위로 걸어갈수있고..
질투의 여신 헤라가 전갈을 시켜 오리온을 쫒아 다니게 해 그 둘은 늘 숨바꼭질 한다는 이야기...
백조로 변한 제우스가 좋아한 왕비가 헤라 여신의 질투로 두개의 알을 낳고 그게 쌍둥이별자리의 카스트로와 플룩스라는 이야기
전갈은 해순이 별순이 달순이가 타고 올라간 동아줄이고 , 궁수자린 남두육성이라는 생명을 가져다 주는 신이라나... 책 빠꼼이 민정이 답게 미처 엄마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 까지 신바람이 나서 목소리 높여 들려준다.
직녀랑 견우가 만날때 까막 까치 다리를 밟아 건너 까치 머리는 대머리라나?
그러면서 낄낄...
저 먼 별 하나에 저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망망한 세계가, 또 다른 무수한 세계가 있다해도, 그러나 아이들의 마음은 모래성 짓고 허물고 숨바꼭질하듯 그리 쉬이 그 세계와 세계를 넘나든다...........
야, 남형아! 블랙홀 속에 들어가면 뭐가 있게?
으응.. 별똥... 방구똥.. 짖궂은 남형이가 장난기가 발동.......
아냐...아냐.. 제대로 끼어들지 못하고 아직 별자리 모양 같은 건 서툰 막내가 저도 끼어든다. ' 우주 불가사리... 유령 물고기....' 만화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남경인 아까부터 동쪽 산위로 외롭게 떠오르는 별 하나에 마음이 가있다 .
엄마 저건 무슨 별이야? 응.. 엄만 잘 모르겠는데... 카시오페아 아래쪽에 있는 거 ...남형아 너 알아?
페가수스 ,날개 달린 말 있잖아! 그 끝에 별 같은데!...
안에 들어와 별자리 판을 보니 , 정말 페가수스의 날아오르는 머리별이다.
눈 비비는 손길 잦아지니 이젠 꿈길로 들어야할 시간이다.
저기 남쪽 하늘 은하수 가운데 궁수랑 전갈 자리 별 많이 모인 곳
그곳이 우리 은하계의 중심 이라지?
은하계가 뭐지? 우리 태양계가 접시위 끝에 콩알 만큼 걸려 있는 큰 접시 모양의 별들의 모임... 그런 은하계가 무지 무지 많은 거라며?
그래..........
별들이 정말 많지? 우주는 얼만큼 클까?
...........만큼, ............만큼..... 서로 안간힘으로 부풀려 한껏커보인다.
그런데 참 저 큰 우주 다 담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다던데,... 어디 있는지 알어?
............ 아!알아! 저번에 아빠가 얘기해 준거잖아?
............ 그래 알아!나도 알아!
............형아...... 난 ,몰라... 뭔데? 막내가 울상이 되었다.
저만 모르는게 영 섭섭한 모양이다.
야, 임마. 넌 더 커야 알지.
여기, 여기 들어있는 주머니야. 너도있어!
제 동생 가슴을 툭 친다.
뭔진 잘 모르지만, 저도 있다는데엔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
그 주머니 하나씩 가득 담아 여며차고, 세놈 꿈나라로 떠났다.
서쪽 창 너머로는 전갈과 궁수가 숨을 여미고, 동쪽 산등성이에선 페가수스가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 오르고 있다............
2001년 8월 무너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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