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무제

소세골이야기 2006. 9. 11. 21:01

겨우내 그저 은빛 침묵으로 익숙턴 산빛들이
어느새 슬그머니 바람이 들었다.
어디서 그리 붉은 빛이 타 나오고 화사함이 터져 나오나?
가슴이 묵묵히 견뎌내면 사람의 속내도 그리 터트려 낼 봄빛이 있으랴?
오만가지 잡다한 일상의 언어로 휘돌아 치는 머릿 속 ,쉴사이 없이 쏟아 낸 수다에
그저 대나무 속같은 텅빈 속내와 마른 속껍질 같은 가비얄븐 가슴피만 남았는디.....
주인 없는 낡은 울타리 너머 적막속에 핀 목련은 어찌 청승맞도록 더 소담스럽다.
어울리잖는 폐가의 남루한 우울을 애써 억누르기라도 하려는 듯...
밭이랑마다, 산어귀마다 스물대는 농투성이  봄맞이......무심한건 굳은 사람의 맘 뿐.
검은 흙덩이 산야가 뾰죽한 생명 잎새 일굼으로 온통 꿈틀대고 부스스 일어서는
그래.........봄 이다.  봄 볕이다.
빈 대나무 통속이라도
구멍 몇개 뜷어 봄 바람이라도 피리 불게 혀.......?
가비얇은 막이라도 떨림음하랴?

 

 

 

                                    2002.                4월에    무너미에서

'무너미 옛집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남을 준비하며  (0) 2006.09.12
봄날의 기지개 소리  (0) 2006.09.11
별 헤는 맘................  (0) 2006.09.11
아기 돼지 세마리의 점심  (0) 2006.09.11
시골 아줌니 면허 따기  (0) 200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