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골 이야기

솔막 할메께 드린 편지

소세골이야기 2006. 8. 11. 01:48

조르바 할머니

어버이 날엔 꼭, 멀리있는 자식들 대신 꽃 한송이라도 달아드려야지... 벼르기만 하다가 무에그리 바쁜지 뵙지도 못하고 지났네요.

 솔막 언덕 해밝은 느티나무아래 녹슨 양철 문짝 덜컹거리는 낡은 외딴집의 주인이 누구일까 궁금타가 바랭이 하나지고 산길을 내려오시는 할머니를 만나고 한 동네 사람이 되어 산지도 어느덧  꼭 한해를 채웠네요.

밭이랑에 앉아 호미질 쉬며    올려다 보이는 솔막  ,그  언덕 위 커단 삼백살도 넘은 느티 할베랑 동무하며 거기  할머니가 산다는 생각 만으로 도  늘 마음이  그득해 옵니다.

할머니

이른봄 해를 넘겨 몸앓이 해온 어린  딸아이가  할머니가  한 바구니 정갈하게 다듬어 오신 달래 무침으로 입맛을 찾아 두그릇씩 밥그릇을 비우고 건강해 진다는 소리에 외려 ,

'고맙구나. 늙은이 것이라 더럽다 마다않고 그래 맛있다 하니 아가 고맙다.하시며

이후로  아쉬울 만큼하면 할머니는 한바구니씩 봄나물 하며 달래를 눈도 어두우시련만 꼭 말끔하니 다듬어서 건네 주시며

눈이 어둬서 티가 있을지 모릉게 니가 한번 더 살펴 먹어라.어디 다듬을 시간이나 있겠냐."

외려 염려하셨지요.

할머니 .

정갈한 집한칸 마련해 살게 해드린다는 아드님 채근에도, "늙은것이 얼마나 산다고. 그라고 새집 있으면 맨날 쓸고 닦아야 쓰는디 나는 내 한술 먹고 잡을때에  끓여먹고 그저 산에 들에 나가다니다가 그대로 딩굴어 자도 아무 탈없는 이 한칸 방이면 족하다" 그리 고집하시며 ,녹슨 양철문짝 하나 열고 들면 튓마루 하나, 그리고 쪽문 열고 들면 두셋이 모여 앉으면 꽉 차는 작은 방에서 들락거리는 새앙 쥐를 벗 삼아 지내시고도 늘 사는일이 모두 기쁨이신 할머니시지요.

동네사랑방인 그곳에 발길이라도 들면 늙은 것 찾아주니 고맙다 하시며 지난 살아온 이야기 타래 풀어 내실때면 언듯 언듯 삶의  향 짙게 녹아내리는 말씀 마디가 서늘한 샘물처럼 가슴을 타고내리지요.

할머니

무심코 늙은이 말이라며 한마디씩 흘려주시는 사는 이야기들, 늘 산천을 내 곡간삼아 봄이면 냉이 다래 봄나물,묶은 논에선 미나리. 산천마다 주섬 주섬 취나물 하며 산나물들을 한 바구니씩

챙겨 튓마루 앉아 다듬으시다가, 오가는이 손 바쁜이 찾아 다니시며 안겨주시고, 일빠쁜 날엔 어디서 보고라도 계셨던듯이 그 큰 걸음으로 성큼 성큼 나타 나셔서는 제일 모질고 궂은일 도맡아 좋아 하노라  그저심심해 하노라 하시며 주섬 주섬 쉬이도 거두어 주시고선 훌쩍 돌아서  언덕받이 오르시는 할머니 모습이 어느사이 제 마음속에 정깊이 앉았습니다.

 

할머니.

온갖 모진 험한 세월 궂은 자락 가슴속 깊이 갈무리하고 삭혀내려 그 곰삭은 아무러 하지도 않은듯 무심한 얼굴로 뒷짐진 걸음 오르시는 할머니의 몸에서 문득 갯펄 내음이 납니다.

이땅자락마다 할머니의 땀내 아니 젖은 흙이 있을까요?

그 땀소금내 절은 바람이 온갖 것 그러안고 생명으로 다시 일구는 갯펄 내음 마냥 해서겠지요.

할머니

애써 가지지않는 자유로움이 정말넉넉한 삶인것을 ,

손마디 마음 가짐 부지런 하면 온 산천의 것이 내 곡간이 되어 풍요로움을 나눌 수 있음을

할머니와 함께 이웃하여 지낸 지난 한해 동안  배웠습니다,

 어떤 큰 스승의 가르치심보다 소중하고 큰 삶의 지혜가, 덩어리진 한 생명으로 뒹굴어 더불어자연으로 사는 모습이 ,할머니의 큰 걸음속에  눌한 한 마디 말씀속에 녹아 있어

제게는 늘  언덕배기 느티나무 처럼  작은 산마을 우리들 삶을 지킴하여 주시는 고목같은 모습이지요.

 

참,조르바할머니란 제가 할머니께 드리는 애칭이랍니다.

어린날 성인의모습을 찾아 헤메던 제가  책속에서 만난 어느 성인 보다도 더욱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 있지요. 제가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요,

늘 제가 아는 익숙한 어떤이를 닮았다는 생각이 할머니를 볼때마다 스쳤는데 그 이름이 얼마전 문득 떠오르더 군요.꼭 할머니를 빼 닮은 사람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사이 할머니의 이름이 되었지요.

제 마음으로 할머니께 드리는 정 이름이지요.  

할머니

늘 건강하신 모습으로

이른 봄마다는 정갈히 목욕 재배 하시고 산을 오르시는  그모습

해마다 오래 오래 솔막 언덕애서 뵈옵기를 기원 하지요.

할머니 늘 고맙습니다 . 

젊은네들의 어설픈 살림살이 오래 오래 함께 계셔서 꼭  보살펴 주셔야지요.

 

              이천 사년    오월   고마우신 상 할머니께                                        

                                                              소세  민정이 엄마가  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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