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민학교시절 우리때도 잘 그랬지.
소풍이다 운동회다 날 받아 놓으면 전날까지 멀쩡턴
하늘이 변덕부리는 건.
그 때 마다 용이 어쨌다니,이무기가 어쩐다느니
골골이 묵은 학교마당의 전설이 술렁여 나오곤 했지.
이곳 딸아이 학교도 작지만 오래지나온 나이 탓인지
곧잘 운동회날 소풍날 비치레를 잘한다.
일기 예보엔 저녁까지도 비소식이 없다고 장담했는데
흐릿하니 잔뜩 낮아진 하늘에 소슬하니 잔물방울 머금은
바람까지다.
그래도 운동장엔 이미 만국기와 하얀 차일이 일렁 일렁
"가을 대 운동회'의 분위기를 열고 있었다.
100여명 남짓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니 그야말로 동네 운동회다.
오늘은 그 바쁜 고추따기도 담뱃조리도 뒤 물려 밀쳐놨다.
차일 아래엔 거들먹하신 여느 유지들이 아닌 촌 할메 할베들이
자리잡아 그대로 시골 학교 운동회답다.
아침부터 딸아인 무에 잔뜩 긴장 상태다.
일등하는 아이의 자리가 주는 눌림 - 그 자릴 놓칠까봐 하는
조바심- 풀어 주려는 엄마의 어설픈 노력이 도로 긴장하게
만들어 버린 것같아 내심 오늘 경기는 힘드리라.... .
거기에 몸까지 공교롭게 저조기에 들어섰으니 .
아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항상 반복되는 몸의 주기가있다.
고조기엔 몸이 가볍고 빠르며 활동이 많고 저조기엔 언제냐
싶게 무겁고 느리게 처져있다.
민정이는 하필 벼르던 운동회 며칠전 부터 저조기이다.
거기다 통일 달리기 사건? 이후로 과잉 인정된 실력 탓에
오래 달리기에, 계주에 달리기 종목은 모조리 선수로 선발
되었으니 작은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모처럼 저마다 지켜보는 부모앞이라고 아이들의 눈이 빛나고
잔뜩 고조상태다. 출발점에 선....
신발짝 벗어 내던지고 죽어라 달리는 물찬 제비들은 이기는
자리가 급급하다.
지정 선이고 코너고 되도록 안쪽으로 가로지르면서까지 앞서는데
민정이만 멀찍이 바깥으로 돈다.
'아니 쟤는 왜 저리 바깥으로 멀리 뛰어? 따라 갈수가 없잖혀?'
동네 대항으로 응원하던 동네아줌씨들이 난리다.
'민정이가 바로 뛰는거야. 반칙하는 일등은 절대 하지 말랬거든.'
'아유 , 잘 났다 . 잘 났어.멀쩡한 아일 고지식허게... .'
핀찬이야 먹건 말건 몸이 무거운듯 굳어있긴 했지만 반듯한 자세
로 뛰는 모습도 자리가 잡혀 보이는 민정이가보기좋았다.
제 목표치를 계속 달성치 못하고 눈물을 비치며 일등에 연연하는
것이 잘 조정되지 않았지만.
아이 기분 돌려 보려고 나많은 엄마도 기꺼이 학부모 게임에 나서
민정이 업고뛰어 밀가루 뒤집어쓴 얼굴로 사탕 물고오기를 했다.
아이고, 근데 이런 ... . 그자리에서 부모들만 100미터 달리기를
하랜다.
학교때도 달리기 만큼은 등수안에 들어 본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어쪄. 비겁한 기권은 딸아이 앞에 안 되겠고.
그런데 요 앙큼한 동네 젊은 여편들 몇 살고롬 내옆에 줄서?
'너희들 나보다 먼첨 달렸다간 죽을 줄 알어?'
'그려, 알았어'
비실한 웃음이 하 수상쩍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 언니, 왕 언~니
해가며 따라 붙는것 봐선 저들이 그래도 싶어 말도 안되는 협박
으로 기 눌러 놨다.
에구, 그런데 요런 괘씸한 ... . 미리 박차고 나가 기를 쓰고
달리는데 어린 딸아이들 승부욕은 갖다 될게 아니다.
'니들, 내가 내년 운동회 돌아올? 까지 들 볶을겨!'
꼴찌 엄마 앙심 무는데 곁에 있던 아들 아이가 더 가관.
'엄마, 몇등 한거야?' ' '응, 4등... ' '왜?'
지 엄만 당연 일등이래야 되는데 납득이 안가는지 아들 아이 반문.
'저 아줌마들이 먼첨 나가서그래... .' 궁색한 엄마 변명 한마디에
아들아이 벌떡 일어 서더니
' 아줌마들 나뻐! 반칙 했지?씨..."
순식간에 반칙꾼의 불명예를 뒤집어 쓴 앞선 죄인 세 엄마,
'그게 아녀, 니 엄마가 빨리 못 뛴겨!' 암만 변명해도 막무가내
두아들에 딸까지 합세' 아냐! 아줌마들이 반칙 했어.'
'아이구, 얘들 교육을 어떻게시키면 저런겨!' 모두 두손들고 항복.
'그러엄, 얘들아 꼴찌가 반칙 하는거 봤냐?'
동네별 줄다리기에선 우리부락이 이겼다 . 신바람난 아이들
엄마 아빠 아우 손잡고 마지막 휘날레 '강강 수월레'
온 운동장이 먼지범벅이 되었지만 모두들 흥에 겨웠다.
집에 돌아 와서도 어쩐지 맥없는 딸아이
'민정아. 이럴땐 일등하는거 중요한게 아냐. 즐겁게 놀았으면
그게 제일 좋은거야.'
'엄마 사실은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래 . 뭐라고 해? 아빤 내가
잘하면 100미터 달리기랑 계주랑 오래 달리기 모두다 이겨 삼관왕
될거라고했는데 하나도 일등 못한걸.' 또 울먹거릴려고... .
어이구 이런 골치, 잘하라고 북 돋아준 아빠 소리가 오히려 짐이다.
'아냐, 아빠도 엄마랑 같은 생각일꺼야. 도로 잘 했다고 칭찬 할걸.'
시계들고 아침 마다 달리기 시간 재가며 신경써준아빠가 못내 마음
에 걸리나 보다.
그래도 .. 하며 머뭇거리던 아이가 아빠 차 소리 나자 먼첨 달려
나간다. 죄지은 아이 속죄양처럼 시무룩히 고개떨군 모습에
눈치 챈 아빠, '민정이 잘 달렸냐 ?
'그럼, 다른 아이들 빨리 뛰려고 안으로 뛰고 가로 지르고 해도
민정이는 끄떡없이 규칙지켜 달렸어.
달리는 폼도 이젠 선수같다고 아줌마들도 칭찬했어.'
'그래. 그럼 보나마나 우리 민정이가 일등이네. 큰 경기나 세계
대회 같은데 가봐. 작은 규칙하나라도 안지키면 안돼. 암난 잘뛰어
일등으로 들어와도 그런 사람은 탈락이야. 민정이가 잘 했군.'
딸아이 기분 눈치 챈 아빠의 재빠른 풀이에 그제서야 베싯 웃으며
얼굴이 살아난다.
'맞어. 우리 선생님도 반칙한 얘들은 무조건 제일 뒤로 보내.'
오늘 운동회에 담임 선생님이 없었던게 내심 서운하고 맥빠졌나 보다.
호랑이 선생님 소리가 쩡쩡 울리면 아이들도 제대로 뛰었을껄 ... .
선생님은 오늘 갑자기 어머님 상을 당하셔서 못 나오신 거다.
이래 저래 딸아이 기분 풀어 주느라 억지 춘향이 노릇 좀 했다.
그저 자식 앞엔.
그런데 아침 자고 일어나니 내몸이 내꺼이 아니네.
벅적지근하니 결리고.... .
오는계절도 나이도 제자린 못 어기는걸.
소풍이다 운동회다 날 받아 놓으면 전날까지 멀쩡턴
하늘이 변덕부리는 건.
그 때 마다 용이 어쨌다니,이무기가 어쩐다느니
골골이 묵은 학교마당의 전설이 술렁여 나오곤 했지.
이곳 딸아이 학교도 작지만 오래지나온 나이 탓인지
곧잘 운동회날 소풍날 비치레를 잘한다.
일기 예보엔 저녁까지도 비소식이 없다고 장담했는데
흐릿하니 잔뜩 낮아진 하늘에 소슬하니 잔물방울 머금은
바람까지다.
그래도 운동장엔 이미 만국기와 하얀 차일이 일렁 일렁
"가을 대 운동회'의 분위기를 열고 있었다.
100여명 남짓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니 그야말로 동네 운동회다.
오늘은 그 바쁜 고추따기도 담뱃조리도 뒤 물려 밀쳐놨다.
차일 아래엔 거들먹하신 여느 유지들이 아닌 촌 할메 할베들이
자리잡아 그대로 시골 학교 운동회답다.
아침부터 딸아인 무에 잔뜩 긴장 상태다.
일등하는 아이의 자리가 주는 눌림 - 그 자릴 놓칠까봐 하는
조바심- 풀어 주려는 엄마의 어설픈 노력이 도로 긴장하게
만들어 버린 것같아 내심 오늘 경기는 힘드리라.... .
거기에 몸까지 공교롭게 저조기에 들어섰으니 .
아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항상 반복되는 몸의 주기가있다.
고조기엔 몸이 가볍고 빠르며 활동이 많고 저조기엔 언제냐
싶게 무겁고 느리게 처져있다.
민정이는 하필 벼르던 운동회 며칠전 부터 저조기이다.
거기다 통일 달리기 사건? 이후로 과잉 인정된 실력 탓에
오래 달리기에, 계주에 달리기 종목은 모조리 선수로 선발
되었으니 작은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모처럼 저마다 지켜보는 부모앞이라고 아이들의 눈이 빛나고
잔뜩 고조상태다. 출발점에 선....
신발짝 벗어 내던지고 죽어라 달리는 물찬 제비들은 이기는
자리가 급급하다.
지정 선이고 코너고 되도록 안쪽으로 가로지르면서까지 앞서는데
민정이만 멀찍이 바깥으로 돈다.
'아니 쟤는 왜 저리 바깥으로 멀리 뛰어? 따라 갈수가 없잖혀?'
동네 대항으로 응원하던 동네아줌씨들이 난리다.
'민정이가 바로 뛰는거야. 반칙하는 일등은 절대 하지 말랬거든.'
'아유 , 잘 났다 . 잘 났어.멀쩡한 아일 고지식허게... .'
핀찬이야 먹건 말건 몸이 무거운듯 굳어있긴 했지만 반듯한 자세
로 뛰는 모습도 자리가 잡혀 보이는 민정이가보기좋았다.
제 목표치를 계속 달성치 못하고 눈물을 비치며 일등에 연연하는
것이 잘 조정되지 않았지만.
아이 기분 돌려 보려고 나많은 엄마도 기꺼이 학부모 게임에 나서
민정이 업고뛰어 밀가루 뒤집어쓴 얼굴로 사탕 물고오기를 했다.
아이고, 근데 이런 ... . 그자리에서 부모들만 100미터 달리기를
하랜다.
학교때도 달리기 만큼은 등수안에 들어 본 기억이 없는데.
그래도 어쪄. 비겁한 기권은 딸아이 앞에 안 되겠고.
그런데 요 앙큼한 동네 젊은 여편들 몇 살고롬 내옆에 줄서?
'너희들 나보다 먼첨 달렸다간 죽을 줄 알어?'
'그려, 알았어'
비실한 웃음이 하 수상쩍긴 했지만 그래도 평소 언니, 왕 언~니
해가며 따라 붙는것 봐선 저들이 그래도 싶어 말도 안되는 협박
으로 기 눌러 놨다.
에구, 그런데 요런 괘씸한 ... . 미리 박차고 나가 기를 쓰고
달리는데 어린 딸아이들 승부욕은 갖다 될게 아니다.
'니들, 내가 내년 운동회 돌아올? 까지 들 볶을겨!'
꼴찌 엄마 앙심 무는데 곁에 있던 아들 아이가 더 가관.
'엄마, 몇등 한거야?' ' '응, 4등... ' '왜?'
지 엄만 당연 일등이래야 되는데 납득이 안가는지 아들 아이 반문.
'저 아줌마들이 먼첨 나가서그래... .' 궁색한 엄마 변명 한마디에
아들아이 벌떡 일어 서더니
' 아줌마들 나뻐! 반칙 했지?씨..."
순식간에 반칙꾼의 불명예를 뒤집어 쓴 앞선 죄인 세 엄마,
'그게 아녀, 니 엄마가 빨리 못 뛴겨!' 암만 변명해도 막무가내
두아들에 딸까지 합세' 아냐! 아줌마들이 반칙 했어.'
'아이구, 얘들 교육을 어떻게시키면 저런겨!' 모두 두손들고 항복.
'그러엄, 얘들아 꼴찌가 반칙 하는거 봤냐?'
동네별 줄다리기에선 우리부락이 이겼다 . 신바람난 아이들
엄마 아빠 아우 손잡고 마지막 휘날레 '강강 수월레'
온 운동장이 먼지범벅이 되었지만 모두들 흥에 겨웠다.
집에 돌아 와서도 어쩐지 맥없는 딸아이
'민정아. 이럴땐 일등하는거 중요한게 아냐. 즐겁게 놀았으면
그게 제일 좋은거야.'
'엄마 사실은 아빠한테 미안해서 그래 . 뭐라고 해? 아빤 내가
잘하면 100미터 달리기랑 계주랑 오래 달리기 모두다 이겨 삼관왕
될거라고했는데 하나도 일등 못한걸.' 또 울먹거릴려고... .
어이구 이런 골치, 잘하라고 북 돋아준 아빠 소리가 오히려 짐이다.
'아냐, 아빠도 엄마랑 같은 생각일꺼야. 도로 잘 했다고 칭찬 할걸.'
시계들고 아침 마다 달리기 시간 재가며 신경써준아빠가 못내 마음
에 걸리나 보다.
그래도 .. 하며 머뭇거리던 아이가 아빠 차 소리 나자 먼첨 달려
나간다. 죄지은 아이 속죄양처럼 시무룩히 고개떨군 모습에
눈치 챈 아빠, '민정이 잘 달렸냐 ?
'그럼, 다른 아이들 빨리 뛰려고 안으로 뛰고 가로 지르고 해도
민정이는 끄떡없이 규칙지켜 달렸어.
달리는 폼도 이젠 선수같다고 아줌마들도 칭찬했어.'
'그래. 그럼 보나마나 우리 민정이가 일등이네. 큰 경기나 세계
대회 같은데 가봐. 작은 규칙하나라도 안지키면 안돼. 암난 잘뛰어
일등으로 들어와도 그런 사람은 탈락이야. 민정이가 잘 했군.'
딸아이 기분 눈치 챈 아빠의 재빠른 풀이에 그제서야 베싯 웃으며
얼굴이 살아난다.
'맞어. 우리 선생님도 반칙한 얘들은 무조건 제일 뒤로 보내.'
오늘 운동회에 담임 선생님이 없었던게 내심 서운하고 맥빠졌나 보다.
호랑이 선생님 소리가 쩡쩡 울리면 아이들도 제대로 뛰었을껄 ... .
선생님은 오늘 갑자기 어머님 상을 당하셔서 못 나오신 거다.
이래 저래 딸아이 기분 풀어 주느라 억지 춘향이 노릇 좀 했다.
그저 자식 앞엔.
그런데 아침 자고 일어나니 내몸이 내꺼이 아니네.
벅적지근하니 결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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