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뜨락의 감나무

소세골이야기 2006. 8. 22. 23:15

지난해 가을엔 앞마당 감나무 가지가 휘어 지줏대 몇개를 받쳐야
했다. 
열접너머 달린 노란감 쉬엄 쉬엄 따서 광속에 배부른 단지 하나
놓고,짚 한켜놓고 감 한켜 놓고, 서릿내림하고 부터 늦가을 내
즐거운 소일꺼리였다.
가끔 들여다 보고 만져보아 말랑 말랑 홍시된것 하나 찾으면
제몫, 꼼쥐마냥 광속 들락거리던 아이들의 즐거움.. .
할머니 생신날, 큰집, 작은집, 고모네, 조카네 집집이 한접남짓씩
상자에 담아 나누고도 꽁꽁언 홍시감 겨우내 먹고 올 여름 나도록
냉동실 구석에 몇알 남아있었다.

올 감나무엔 아직 퍼런 잎새만 무성하다.
열매 넘칠땐 일찍 떨구어 버리던 잎새가 올핸 일없이 무성타.
이제 단풍들기 시작하는 잎새 구석 구석 겨우 감나무 인줄 알아나
보겠다.
참 귀한 주홍빛 알이 세 악동놈들 입치레나 겨우하게 생겼다.

나무도 해거리를 한다더니... .
감나무 한그루로 이리 풍성할수 있는가 하고 놀랐던 만큼
올핸 적막하다.
서리 내리면 올핸 예쁜 단풍든 감나무 잎은 많이 줍겠다.
마당에 떨군 그 잎새로나  가을 잔치해야겠다.
잎이 두텁고 윤기나는 감잎 단풍은 알록 달록 참 예쁘다.

비록 나무만이 아닐게다.
생명있어 피고 지고 열매맺는 모든 것 땀흘려 일하고
수고한 자리 쉬임이 필요하다.충전의 자리일게다.
그것 또한 생명의 리듬일진데, 땅도 계절도 모든 그담겨 사는 것
들 따라감이거늘.. .
사람의 자리는 어떠한가?
풍성함을 두고도 무엇 허전해하는 모습들,
실체도 없는 욕심을 두고
그저 앞으로 달리기만 해야하는 숨가쁨들,
그 앞에 쌓이는건 무언가!
끝없는 피로, 짜증.... .벗어버리고 싶은 올가미들.. .

생명의 리듬으로 땀흘리는 노동엔 그런 부산물이 없다.

열매와 아름다운 잎떨굼과 휴식이 있는 삶이무엇인지
이 아침 갈 빗줄기가 무얼 재촉하는지를
창 밖 감나무에게 물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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