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전화가 왔다.
아랫동네 형준이 엄마다.
'저,지난번 주먹밥 어떻게
만들었어요?'
지난 가을 운동회때 김밥을 별 즐겨하지 않는 아들 아이 몫으로
주먹밥 한 통 싸가지고 간것이 둘러 앉은 몫몫이 색깔스런
김밥
다 젖혀두고 말 그대로 마파람에 뉘 눈 감추듯 싹쓸이... .
저마다 나두 하나만 더 손 내미는 통에 아들 아이는 아예
뒷전
서성이다 입맛만 다시고 말았다.
그 얘기다.
별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별스런 탓이려니 했는데 그집 아들녀석
이 내일
소풍 도시락은 나도 주먹밥했단다.
'그거 별거 없는데... .
그냥 김밥 밥비비듯 기름 소금 깨 양념에 야채나 햄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조금 잘게 다져 넣어비벼. 아, 버터 좋아하면 그걸루 기름
대신해두 되고 .
찬물에 손 적셔가며 조물락 조물락
크기는 밥장사 맘대루... .'
그때 떠오르는 손이 있었다.
대구에서 이년 남짓 다녔던 국민학교.... .
점심시간
식당에 가면 김이 모락 모락나는 하얀 쌀밥을 소금물에
적신 손으로 어찌 그리도 뜨거운 밥을 맵씨있고 재빠르게 궁글려
뭉치던지...
.
그런데 어린 맘이 왜그랬는지 손으로 뭉쳐주는 찝질한 소금 맛의
그밥덩이를 배가 고파도 먹을 수가 없었다.
엄마 손이 아닌 그
낯선 아줌마의 손이 낯설고 찝질해서... .
주먹 밥이 기억나는 이야기 하나... .
수월스님...
나라 빼앗긴 설운
이들 개나리 봇짐지고 이땅 등뒤에 두고 넘어 간
고개 아리랑 고개라 했다던가.. 글줄이 기억에서 많이 사위었지만
그 간도 땅에서
머슴살이하며 ? 농삿일 하며 모은 품삯으로 날마다
주먹 밥을 만들어 배고파 지친 몸으로 넘어올 내 동포들 위하여
고갯길 마루녘에 올려
두었다던 스님 이야기... .
그래 주먹 밥은 배고픔이 있어야ㅡ제 격이지.
그 절실함과 어우름하는 찝질한 눈물 간으로 목울대를
한껏 부풀리며
넘어가야 제격일것 같은 이름인데
근데 이제사야 그게 별스런 음식이 되었으니 먹거리 세상 하나만큼은
참 늘어지게
좋은 시상이다.
그리 멀리 두고온 날들도 아닌데 어찌 그리도 한세월을 배고픈 한에
포원지며 살아 왔을꼬?
이 지금
아이들이야 도저히 이해할수없는 ,설명이 되지않는 배고픔
애써 가르쳐 보려하지만 저 북녘땅에서 네 형제들 배고파 운다고...
그런데
대답이 가관 ㅡ배고프면 왜 밥 못먹어? 쌀이 없으니까.
그럼 빵먹지. 라면 끓여먹지. 슈퍼가서 사면 되잖아?
없다는 것, 어쩌지
못하는것. 창자가 꼬이는 아픔이란것.
도저히 알수없는 세상이 내 아이들에게는 다행이려니... .
그러면서도 변해온 자리란
다시 변해 갈수도 있으리라는,
없고 힘든 자리에서 풍요로움으로 들어선 자리는 다행이지만
풍요의 자리에서 앗긴 자리로의
변화는 더 많이 힘들고 어려우리라는 염려가
늘 마음 한 귀퉁이에 접혀있다.
그래 아이들에게 늘 누리는 기쁨보다
조금은 부족하고 어려운것을
체감케하고 싶지만 우선 나 부터 이미 너무 흔하고 편한 살림에
물들어 마음속 공 염불일뿐....
.
내일 딸아이 소풍이다.
아무것도 넣지않은 소금물 주먹밥 한통싸 가서 .... .?
아마, 그랬다간 집에 까지 고스란히
돌아와 우리집 지킴이 몫이
될께다.휴... .
김밥꺼리 준비하고 밤마실 궁금해서 들어서다가 주먹밥
타령
이 나왔네.
혹, 늦은 밤 출출한 양반 있음 밥솥뒤져 양푼에 담고 깨소금 참기름
넣고 손 깨끗이 씻어
조물락 조물락 한 덩이 뭉쳐 잡수시구랴!
꼭 꼭 잘 다져야 주먹밥은 제맛이지유.
어머니 손맛 생각 나거든 눈물 간도 조금 섞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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