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땅엣 것 얻어 먹기

소세골이야기 2006. 8. 22. 23:50
작은 텃밭에 둘레 둘레 호박심고 옥수수 드문 드문 놓고
가지랑 토마토랑 고추 댓그루씩 심고....  .올 봄 농사
그러고도 남은 자투리 땅 무얼 심어야 젤루 잘 먹을까? 궁리끝
그래두 사먹기 비싼걸루 심어야 작아도 먹을게 되지 싶어 
땅콩 한보시기 씨아 옥수수  옆에 남은 자락마다 넣었다.
옥수수 일찍 먹고 대궁 배어내면 땅콩 여물테니하는 요량으로.
풀 뽑기 조차도 한길씩 자라서야 겨우 감내하는 게으른 손에
풀범벅 땅콩밭이, 옥수수 토마도 호박덩굴 뒤물러난 자리에
남았다.
늦게심어 아직 꼬마것이 많기에 가을햇살 한껏받아 여물라고
늑장부려 놨더니 이젠 잎도 줄기도 거뭇하니 사위어 땅위로 
오르고픈 눈치... .
며칠별러 호미잡고 텃밭에 퍼질러 앉았다.
호미질 몇번에 꿈틀, 굵기도 하다 남경이 친구놈 땅콩 뿌리밑에
사리틀고 겨울채비 하거나?
'남경아,옛다 얘! '
'알았어, 엄마.'
안전한 흙더미 속으로 운반하기위한 구원병인척 그사이 실컷 주물러
놀아보고.... . 땅콩 다 켈때까정 지렁이 구경실컷하게 생겼다.
그런데 내 서툰 호미질에 자꾸 몸이 잘린 지렁이가 나와 미안.

뽀오얗고 토실한 잘록 잘록 배부른 땅콩 부시시 흙 털며 일어날때
마다 마음배가 부르다.
그런데 적지아니 구멍?린 것들이 있다.
'엥이? 누가 먼첨 먹었다!'
'엄마 , 누군데?'
껍질 쪼개보니 재빠른 몸짓으로 달아나는 까많고 윤기나는 집게발
두개. 어쩐지 뿌리 흙에 집게 벌레가 여럿 꼬물대더라니....
에구 더 여물려 많이 먹을라고 욕심 부리다 벌레 좋은 일만 했네.
'못된 집게 벌레다. 그치 엄마 , 우리땅콩 다먹고... .'

그런데 집게벌레도 이집 땅식구이니까  먹을 자격있제.
굼벵이도먹고,까치도 까까 먹고, 둔쥐도 먹고...
그래도 우리 먹을게 훨씬 많이 남았으니 다행아녀?

하늘 받아 안은 땅이 주는 것.
그안에 사는 것들 모두 먹고 살아가지.
그 아닌 목숨이 어디있던?

유독 더많이내어 놓으라고 더 많이 가지려 욕심 부리는 쟁이가
하나있지.

땅 목숨 지칠대로 지쳐 사위는 줄 모르고
그저 많이만 내어 놓으라고 비료 먹여 배불리고 약 뿌려 앗아내고.

그리 앗아 쌓아 놓으면 먹는이 그저 풍성함에 배불러
알뜰히 먹을 줄도 아낌 할줄도 모르고 흥청이는데... .

허리 굽고 뼈 고갱이 마다 결리고 저리도록 한해를 땀흘려 거둔이는
-어느 님의 글에서 참 아픈  절실한 표현이 있었다.-
'숨 한번 쉴때마다 늘어 나는 빚.'

그 거둔 알곡들 가져다 파는 장사치의 잠깐 수익만도 못한  댓가를
가지고 살림에 허덕여야하는 , 그래 빚 안지고 농사 못짓는다 소리가
나와야하는 자린 무언가.

컴퓨터가 아무리 만능이래도 쌀 한톨 심어 거두지 못하고
머릿 양식만 풍성하거늘 늘 배고픔 모르는 이들
땅 없이, 농사꾼 없이 그들입에 들어 올 한톨의 곡물이 없다는 걸
알려하지 않는다.
어쩌지 못하는 무지렁이 농사꾼으로 늘 그땅에는 그런 사람들 있어
제 배불려 줌이 당연한줄 안다.

그 아니고서야 제 살점과 핏줄기대는 이들을 이리 몹시 팽게쳐
두고 그저 뒷전일까?

서민들의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농산물 값 잡아야하고,
경제 활성을 위해서는 값비싼 소모품 외제 사치품이 시장을 흥청
여야하누?     후!

땅콩 케다가 왠 배부른 타령 이냐고?
담배 수매하고 고추 다 말려 팔아도 더 무거워지는건 호주머니가
아니라 빚통장뿐인 시골 님네들이 안타까워서다.

그저 많이만 좋았던 날이 이제 아니다.
많은 거둠이 있으면 그 뒤에 사위는 수고한 목숨이 있어서이니....

작게 살뜰히 보듬어 살고
흔하고 여유있음을 지그시 눌러 아껴두지 않으면
어찌 감당할꼬?

대지가 그 수고함에지쳐 화나고 하늘 메마르게 바람 부는 날엔
한 잎 갈 잎새마냥 힘없이 뒹굴 목숨이어야 하거늘 .

처마 밑에 거꾸로 세워 놓은 땅콩 다발
올 겨울 한알 한알 꼬옥 감싸쥐어 먹어야하리.


소로리 우리집에 옴 한됫박 남겼다 볶아줄께!

'무너미 옛집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술 한 사발  (0) 2006.08.25
와불산  (0) 2006.08.25
씨의 나라  (0) 2006.08.22
주먹밥  (0) 2006.08.22
고방속에서  (0) 200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