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남경이의 마디 일기

소세골이야기 2006. 8. 25. 23:25

 ~ 10월 28일 토요일 ~
토요일 오전 스산한 젖은 가을 공기속을 몇시간  엄마손에 끌려
외출하고 돌아온 막내가 오후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밤엔 38' 5부까지 올랐다.
많이 걸어 다닌후라 발물로 풀고 목욕을 시켰는데도 눈물이 질펀
괴는 양이 심상찮은 조짐... .
 ~ 10월 29일 일요일 ~
일요일 낯에도 볼일 많은 엄마 아빠덕에 몸이 뜨거운데도 종일
차에서 살다시피..아침도 먹지않고 물만 조금 먹어도 자꾸 토하는
것이 한바탕 열을 치를 기세라 혹여 홍역이 아닐까 염려도됐다.
밤 잠자리에 들며 열을 재어보니 39'4부..
제 형이나 누나에 비해 체력이 떨어지는지 아직 껏 열치레를 제대로
하지못했던 터인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나보다.
아빠가 손으로 가늠하며 머리 뒤를 데우고있는 뜨거운 수건을 엄마
에게 안긴체 별 투정없이 잘참아 하고있다.
'이젠 아기가 아니네.씩씩한 사나이가 되겠는데!
야,남경이 이번 열 내리고 나면 얼굴 훤해지고 쑥쑥크겠네.'
아빠의 북돋움에 고양되어 상기된 얼굴로 땀을 흘리며 꼬옥
안겨있는 남경이가 참 많이 컸다.
어느사이 엄마에게 안겨있는것도 오랜 만이 되었으니...

후두부에 스팀타올로 열을 복돋우는 일.
우리 아이들은 아프면 열이 오르기만 기다린다.
39'를 넘어서야지만 열 올림을 도와줄 수가 있다.
몸이 열을 내는건 대단한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허약해서는
열이 제대로 오르지 못한다. 건강한 체력이라도 39'를 넘어 서기가
어렵고 목표지점인 40'까지 오르기가 또 한단게 더 어렵다.
그래서 일단 체온이 39'를 넘어서면 ㅡ 그때라야 효력이 있다ㅡ
뜨거운 스팀타올을 손바닥 넓이로 접어 마른 수건으로 감아싼뒤
머리 뒷통수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 부터 바로 아래를 데워준다.
아이가 땀이 푹 날때까지 20ㅡ30분쯤... .
스스로 열을 올리기가 어려우니 쉽게 도와주는 작업이다.
열은 40'를 넘으면 몸안의 나쁜 것들이 모두 청소된다.
태내에서 유전인자로 받아나온 매독균까지도 40'의 열에선 청소가
된다고 한다.
그런만큼 40'의 열은 오르기가 어렵다.
어른도 그정도의 열을 올릴수 있다면 암세포까지도 치유가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암에 걸린 사람의 몸은 감기조차도 앓지 못하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 자체를 병으로 잘못 된것으로 생각해 열만
나면 법석을 떤다. 그 열을 잡아 내리기 위해... .
그러나 열은 병 이후에 ,몸의 어긋남을, 잘못된것을 치유하고 바로
잡기 위한 몸스스로의 치료 작용이다.
 그런데 원인은 두고 오히려 열을 잡으려 하니 몸의 회복력이나
치유력이 어떻게 되겠는가?
몸은 열을 필요로 하고 강제로 진압되니 또 다시 체력이 회복되면
열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감기가 끓임없이 들고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
한번 충분하게 앓아주고 몸이 정리되면 되풀이되지 않는다.
감기란 몸의 피로나 굳어진 뒤틀림을 바로 하고 정리 청소하는
작업, 그건 큰 선물이요 오히려 헤택인즐 알아야 한다.
왜 냐고? 감기 잘 걸리고 앓는 사람은 큰 병이 없으니까.
자주 청소하는데 묵은 때가 낄수 없지.
옛날 어머니들이 아이 자주 낳으면 몸이 대청소가 되는 것도
묵어있던 병이 자연 치유되는 것도 그 맥락에서였다.

어쨌든 남경이는 다섯해 만에 허물 하나 벗었다.
아이들은 그렇게 열치레 한번하고 나면 대나무의 마디처럼
한마디 다져놓고 부쩍 큰다.
셋 모두 뱃속에서 부터 지금껏 그 흔한 약이나 주사는 모르고
살아왔다.나올때도 안방에서 아빠와 첫 대면하며 나왔으니까.
예방 주사 맞는 아이들이 부럽고 신기해 한번쯤 맞아 보고 싶어
한다.
감기든 열이든 몸에 무리가 있다 싶으면 목욕물 보다 2~3'높은
뜨거운 물에 발목위 10센티까지 6~8분쯤 발갛게 되도록 담그어
주는 발물.
목욕물을 하반신 담그어지도록 받은 통속에들어앉아 물온도를 서서히
올려가며 허리까지 담그는  반신욕.제대로되면 물에 담근 부분은
빨갛게 되고 온몸에서 땀이 흐른다. 땀을 잘 닦아주고 차게하지 않는
것이 중요. 아이들은 몇차례라도 옷이땀에 젖으면 갈아입힌다.
우리 아이들이 몸이 아플때면 늘 하는 건강법이다 . 어른도 마찬가지.
감기는 저녁마다 발물을 하고 따뜻한 물 한컵 마시고 잠드는 것 만
으로 며칠이면 쉽게 경과되고 몸도 가벼워진다.
물론 몸을 항상 따뜻이 하는것 도 중요.
간단하지만 몸엔 참 중요한 방법인데 일러 주어도 시큰둥 잘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 병원 돈들이고 힘들여 들락거려도 그리 힘든 병이
쉽게나아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탓인것같다.
어쨋든 그 간단한 방법으로 자란 우리 아이들의 체력은 평균치 보다
이년여는 체격도 크게 본다.
덕택에 의료 보험료 오를때 마다 배가 제일 아파야 하지만... .
분만비 한번도 못 받아보고 보험료만 꼬박 꼬박 내야하는 억울함~~

열에 들떠 눈물 글썽이던 아이가 밤새 불덩이 같던 몸이 언제였더냔
듯이 아침 일찍 말끔한 목소리로 '엄마 따듯한 우유 한컵 줘'
털고 일어났다.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한데 벌써 바깥바람을 쐬이지 못해 조바심이다.
강아지'차오'한테 ,꼬꼬한테 아침인사 하러도 못나가게 한다고 성화.

'해 따뜻해 지도록만 기다려!' 
며칠은 찬바람이 좋지 않거 든. 그리고 체온이 평온 이하로 내려 갈
때가 있어 제일 조심해야 한다. 올랐던 열은 서서히 내려 반드시
평온이하로 내려 갔다가 정상체온 으로 돌아온다.
몸이 저온일때 따듯하게 잘 보호하고 쉬어주어야한다.

열 병은 그 회복이 제일 중요하다.

육아일기를 큰 아이는 충실하게 둘째는 조금 성글게 ,
세째는 아예 태어날때 기록 밖에 없다.
늘 미안하다. 올 봄엔 수두도 앓았는데... .
그래 오늘 한마디 맺은 일기로 썼다 .



                              2000.       10.          30. 오전

10. 30.월.
아침나절 열이 내려 회복세를 보이더니 한나절 부터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 39' 4~ 39'7부를 오르 내린다.
열이 심하지만 그런데로 보체지도 않고 늘어지지도 않고 노는
모습이 ,늘 제 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여겨왔던 체력이
그 아닌가 보다.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가 누워 가만있는 시간이 많은 덕에 멈추었다.
프린트기 위의 A4용지가 줄어들질 않는다.
하루 열뎃장은 내려와 방바닥에 흩어져 돌아다닐 판인데....
밤까지 계속되다.  따뜻한 물만 자주 먹고, 우유도 다른 먹거리도
찾아놓고선 먹질 못한다,
아프거나 열이 심할땐 먹지않는 것이 좋다.
저녁 늦게 돌아 온 아빠가 남경이가 아파도 보체지않고 잘논다고
이쁘다하니"아빠! 내일은 식빵 좀 사가지고 와!"청한다.
빈속이 허전한 모양이다.
낮에 tv에서 식빵을 구워먹는 장면이 나왔다나.


10월31일 화
어젠 밤새 열이 높은지 끙끙 앓으며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몸이 불덩이 같은데 나도 지쳐 늦게는 체온도 측정 못했다.
몇번 일어나 물만 정신없이 들이키곤 다시 가벼운 잠속에서
불편한지 뒤척였다.
몇번의 시도끝에 열이 의도한데로 목표 달성을 했는지
아침 늦게부터 38'6부로 내리기 시작.
설사를 몇차례했다. 물 이외엔 별 먹은것이 없는데도 열내림
인가보다.
기운이 많이 진했다.
종일 아빠가 식빵 사오다 다먹고 오면 어쩌냐고 걱정이다.
늘 형아 위주의 요구에서 오늘은 제 요구가 우선되고 존중 된것
이 벼슬한냥 하다.
정작 사 들고온 빵은 입맛이 없는 상태라 입에 대지도않고
누나 형아 입만 즐겁게 하고 보퉁이 싸 제 몫으로 올려놨다.
그래도 저녁엔 열이 내려 기운을 차리더니 그림 그리기가 시작이다.
누나 붓글씨 연습용 화선지를 서울서 택배로 보내 왔더니 그 긴
종이를 통째 제가 먼저 써야겠단다.
아파서 좀 받혀주니 들어 먹히는 자릴 알고 거드름이 대단...
긴 종이 한장 통째 펴 놓더니 커다란 사과나무에서 사과 따먹는
브론토 ,그아래 브론토의 알, 그뒤엔 브론토를 노리는 티라노의
모습. 두마리 공룡밑엔 각기 아빠와 형아가 공룡 오줌 세례받고
깜짝 놀라는 모습을 짖궂게도 제법 그럴듯 하니 그려놓았다.

큰 종이도 겁없이 순식간에 무언가의 그림들로 앞뒤가 꽉 들어찬다.
남경이의 주 특기가 살아난걸 보니 이제 한 소큼 지나갔나보다.
살이 쏘옥 내려 눈만 땡그러니 말간 모습이 꽤 시달린 흔적이다.
그래도 보체지 않고 놀아가며 앓는 걸 보니 많이 자란것 같아
새삼 대견스럽다.

열이 오래 계속돼 홍역을 염려했는데 열꽃은 피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엔 홍역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쉽게 앓이하기
때문에 둘째도 혼란이 왔더랬다. 이번에 치렀으면 했는데... .
어려서 치를수록 수월하니 나은것을.
어쨌든 앓아도 미적거리다 말아버리는 것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두어달 먼저 세상에 뒤쳐나오느라 제 체중도 성장도 충실히 못하고
나온 여파인가 싶어 늘 마음 한구석 염려로 있었는데 이번 치레로
몸의 충실도를 본것같아 아빠도 엄마도 마음이 거뜬타.

한마디 다져 놓았으니 이제 잘 먹고 쑤욱 자랄일만 남았겠다. 

그러고 보니 어젠 결혼 10주년째..  까많게 잊고 지났네!.
늦깍이죄로 어린 것두고 정신 없으니 그런 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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