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부엌 쪽문을 여니 눈썹달이 마주 쳐다보고있다.
섣달 보름에 초생달? 아 그랬구나.
어젯 저녁 뉴스에서 월식이라더니...
.
눈온다는 일기 예보에 지난 여름처럼 괜히 애만 태울까 봐 말안해줬는데....
아직 단잠에 묻힌 아이를 흔들어 깨웠다.
'
민정아,남형아,일어나 봐. 불개가 달님불이 먹었다!'
'으응? 어디.....후닥 뛰쳐 일어난 아이가 거짓말 처럼 잠을 씻고
두눈이 말똥하다.
작은 창문윗쪽에 고리처럼 붙은 눈썹달 거실 바닥에 이불쓰고 쪼그려 앉아 내내 지켜보다가
'엄마, 아무래도 불개가
달을 얼른 안뱉을라나 봐.
내가 출동 시켜야 겠어. '함께 지켜보던 제 누나는 꿈나라로 다시 들고 남형이는 장난감 바구니를 뒤져 대장
무전기를 들고나왔다.
'오늘은 불개니까 공룡을 출동시켜야겠어.나는출동 안해도 불개쯤 티라노만 가도 문제 없어..' 혼자 중얼 중얼 ..
계획을 짠다.
'불개가 아마 지구만큼할껄?'.
슬쩍 띄워봤다.
'그래두 문제없어. 티라노가 더 크고 힘쎄!'
'여기는 대장이다. 공룡부대 티라노 나와라. 티라노
,트리케라톱스
안킬로..스테고...브론토..람포 린쿠스 ,프테라노돈....
모두.. 달로 출동...하라.
지금 불개... 군단이
달로 쳐들..어 왔다.
달이 먹히고 있다. 빨리 가서 ..불개를 쫓아내 ..지구를 구해라.
잘못하면 ..어두운 까만 지구가
된다.
빨리 지구를 지키고 달을 구해라. 알았나?'
대장의 품위로 목소리까지 낮게 깔고~ 엄숙 진지하다.^^
30분여
남짓 ,남형이 덕택에 불개 입에서 빠져나온 달은 귀퉁이
한입꺼리를 미련맞은 불개가 아직도 놔주지 않고 있는데
거기 달 가운데로 불개
수염이 삐죽이 솟았다?
이제 산너머로 갈 체비중이다.
자, 이젠 임무 끝났으니 지구로 귀환하라.. 명령내리고,
대장은 못다 잔 잠이불
써야지.. 아직도 날 밝기가 멀었으니..
그런데 잠청하러 들었던 아이가 다시 나온다.
지난 여름 구름한테 '발씰놈' ?까지 해가며 협박 ,부탁, 달래기
다하고도 못이룬 그 아쉬움을 오늘 뜻밖에 달님이
들어주었으니
그 흥분이 쉽게 갈앉질 않는 모양...
'것 봐. 엄마.
내가 외나무 다리에서 맨날 소원 비니까 달님이 들어
주었지.'
똥누러 마당에 나갔다가, 달만 밝으면 외나무 다리위에 올라가
무릎끓고 앉아 무언지 혼자 두손모아 한참씩 빌던
걸....
그러긴 한가보다. 어찌 더도 덜도 아니게 부엌 쪽창에 그 모습을
보이니 달님도 남형이 맘을 잊지
않아던게지~~
그나 저나 해가 바뀌고도 그저 하릴 없이 바빠 컴 집 마당도 못들어 서 본다.
방학이 방학이 아니니..
내겐...
아침공부때메 오전내 지켜 잔소리,끝나면 세놈 교대로 차지..
오늘은 불개가 달님불이 먹은 덕택에 겨우 창
열었다~
지금도 뒤에 줄줄이 빨리 비켜 나라고 눈망울들이 땡글 땡글~~
에고, 빨리 방학이나 끝나야제!
이천 일년 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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