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옛집에서

예쁜 메주 ~ 미운 할메~

소세골이야기 2006. 9. 2. 11:09

뭐?
남들 다 못 생겼다하는 메주가 이쁘다고?
글코 시어멘 밉다고?
그쯤이면 며느리 심통 왠~만 하다고?

그래, 겨울 문턱들어 잘 여문 콩 사들여
솥전걸어 장작불 지펴 한나절 푸욱 무르게 삶아
맞침하게 뜸잘들여 뜨거울때 퍼담아 절구질찧고    
됫박에 담아 다지고 누르고 모양맵시 만들어       
하룻저녁 아랫목에 꾸덕하니  누여말려           
새끼꼬아 메어달아 난로곁에 세워 메주나무만들어
껍질 딱딱하니 말라 노릇한 메주 뜬내 슬쩍 풍길랴치면
상자에 짚켜깔고 차곡 쌓아 보듬어 누덕이불 꼭꼭덮어
겨울 한달 따뜻한 아랫목 자리해주면

얼굴가운데 뽀오얀 분단장하고 그 가운데 까뭇하니
배어나오는 뜨임새 하니  어찌 안 이쁘냐고?

후끈하니 잘띄운 효소 냄새 풍기며 가뿐해진
메주 덩이가 어찌 향기롭지 않냐고?

볕살에 내어말려 깨끗이 솔질해서 남은 곰팡이
연한 소금물로 마저 ?고 밝은 햇살뵈어 말려두었다가
이월중 말날 좋은날 받아 전날 소금물 풀어 갈앉혀두어
단지속에 메주 차곡 차곡쌓고
맑은 소금물 가만 가만 떠부어 주면 둥실떠올라 잠긴 얼굴
그위에 숯검덩 몇덩이, 붉은 고추 몇, 단내나는 대추며
통깨 뿌려 띄우고 짚새끼꼬아 단지 동아리 둘러주고

가만 두손 모아 올 한해도 좋은장 잘 담그어 식구들
좋은 맛양식꺼리되게 합소사  신령님께 마음모듬고.

햇살 좋은 날마다 까만하니 우러나는 장물 들여다 보면
어찌 메주가 안 이쁘것냐고?


그런데 ,
메주솥에 잘익는메주 포시라니 안삶고
푹물러 물에건져 올린다고 미쳐 에벌끓은 메주솥
뚜겅열고 물퍼내던지고 뜸도안든 불잉걸 빼내던지는건
뭔 심보냐고?

메달아놓은 메주 물러터지게 삶아 메주 안마른다고
들며 나며 날마다 꾹꾹 찔러가며 아들귀에 소근 소근
메주 다마르도록 흉잡는 건 뭔 심사냐고?

잘 마른 메주 아랫목에 묻어놓으니
메주뜬내 독해서 잠도 못자노라고 내다 치우라고
잠자리 들때마다 심사 부리는건 또 뭐냐고?

장담그려고 햇살보여 널어놓으니
네 윗 동서는 한해 담그면 한해 묶혀서 먹고
지난해 담궜으면 올핸 안 담던데
뭘하러 장을 해마다 담그냐~ 고?
뭣 땜시 장을 해마다 담그냐고?

소금물 푸는날은  
메주 속꼬갱이 까만 것만 파서
시야에 담아 소금물 띄워 간장내고
나머지는 보드레하니 갈아서
소금물에 콩죽처럼개어서 그냥 담그지 않고
왜 메줏 덩어리째 집어 넣느냐고 성화다~

그 콩죽처럼~이란 장담금
처음 두어번 시어머니 명 순종해 담다가
장물위에 둥둥 뜬 된장 끝도없이 곰팡옷 입어
겉어내고 먹느라고, 장물로 된장끓여 먹느라고~
휴~

그런데도 해마다 끝도없이 되풀이다.

일이라면 찬 소금물에 손가락 하나도 못적셔하면서도

된장국은 끓여만 놓으면
아들 손자는 일년 사철 그 된장국 없으면밥상이 서운한데
팔순 노인네는 입맛도 안다셔보고 짜다고 물부어 밀어내 놓으면서도... .

찹쌀 고추장 보리 고추장담궈 놓으면
네 큰 동서는 조청물끓여 쇠주섞어 맛있게 잘도 담그는데
뭣하러 엿길금 촉내고 보리갈고 찹살갈고 삭혀 난리치며
보리 고추장 찹쌀 고추장 담느냐고?
다시 하지말라고?
당신 아들은 방부제넣은 조청싫고,정성없이 만든 거 싫고 그런데
매운 고추장 냄새 맵다고 얼씬도 않고 멀찍이 피해 돌면서도
입에도 못대는 고추장까지도 당신 입맛에 맞추라니?
어메 아들 입맛이 어찌 다른건지 ?
미운 며느리 하는 짓 마다 못마땅한  속내 맛이 그런지?
 
이쯤이면 입 다문 곰탱이될수밖에.

근데 장은 그려 그려 무사히 고집센 며느리 심사대로 
밀어부쳐 담았는데도,
철부지 아해 시셈난 속내같은걸~  하면서도

그래도 영~~ 속이 말 아니랴.

그래 이래 풀어 본다오~ 

   

 

     예쁜 메주 ~ 미운 할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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