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른 언덕 비탈밭에 감나무 한그루 서있어 유난히 마음끌린
땅이었다.
작은 땅에 편편히 기초자리깔고 벽바르고 딸아이 소원대로 빨간 둥근 지붕 얻고
강돌 울퉁 불퉁 멋부려 쌓아 꿈같이 내집 마련코 들앉은 자리가 벌써 여섯해 ,손때가 올랐다.
다시 이제 오래 앉을 또 하나의 자리
마련을 위하여 세 아이들에게 더할이 없이
소중코 미쁜 이 보금자리를 떠날 준비를 한다.
선뜻 내키질 않아 많이
미적거린 시간이 맘 먹고도 해를 넘겼다.
간 밤 꿈 어느 곳에선가 집안에 가운데 샘이 솟아나는 우물을
보았다.
오후에 젊은 부부가 어린 두아이 손을잡고 찾아들었다.
그들은 수원에서 왔노라하며 , 나보다 더 내 집을
예뻐했다.
아무 꾸밈도 감춤도 없이 속내 내보이며 어설픈 마당도 색바랜 한지 벽도 정겨워 하는 그네의 모습에 ,문득
,
아 그래서 샘 꿈을 꾸었구나.(수원이 그뜻인가는모르겠다.)
이들이 이집의 주인될 사람이구나.
했다.
아하! 집도 땅도, 내 것이어서 내가 누구에게 팔고 삼이 아니구나!
땅도, 집도 , 그기운과 맘으로,
제 몸에 살릴 이들을 고르고 맞이하는구나!
고개를 쳐들어 문득 하늘에서 , 땀방울 뚝뚝 떨구는 밭이랑 흙갈피에서 ,
문득
서늘하니 스치던 바람결 같은 살아있는 그니 자취......
그래, 땅도 하늘도 늘 숨내쉬고 들이며 그 마음 큰 눈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작은 가슴에 때로 섬짓토록 서늘한 숨결을 불어넣지 않던가........
산나물을 캐다가 고개를 들면 거기 등
너머로,
산 신령님 입김이 서늘타.
문득 욕심 가득턴 손놀림 멈추고 ,
신령님 주신 이 봄생명의 기운 가득한
나물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마음 머리 조아리고나면 신기하게도 걸음닿는 곳 마다 없을 듯하던
나물이 흐드러 진다.
등뒤 배낭과 앞치마 두른 보자기가 버거워 지도록...
그랬다. 가을 산 밤을
주울때도,마당섶에 푸성귀며 작은 먹거리들 심구어
먹을때도 늘...
지렁이와 밤벌레를 작은 손바닦에 가득 움켜들고 어른들은
자지러져하는
그 꿈틀림을 환희로운 눈빛으로 홍조띤 얼굴로 정신없이 들여다 보는 아이의 마음 그들이 느끼는건 바로 생명 그니의
움틀거림인게다.
그 환희인게다.
문득 느끼는 그 헤아림이 섬짓토록 서늘함으로 오는 건 그
기운의차가움이 아니다.
너무 익숙토록 당연한 내 몸과 살내린 생명 자리를 그 뿌리를 ,
그니 살아있음의 숨을 잊고산 내
둔한 무딤이 , 무딜대로 무디어진 내 가슴날이
섬짓함이다.
그저 상징의 살아있음이 아니다.
비유로서의 살아있음이 아니다.
모두 하나의 숨으로 하나의 핏줄흐름으로 너무
생생히 살아 춤추고있다.
문득 그 춤사위에 하나된 어깨춤으로 땅을 밟을때, 하늘을 볼때,
거기 묻 선인들이 노래하던 환희의
가락이있다........
그 한자락 문득 느낀 어깨춤의 가락만으로도 , 때로 기억속 아련히 묻힌 그 니 흥겨운 생명 가락
한 줄기가, 지치고 꼬인 삶의 줄을,끓길듯 약해지고 엉클린 매듭을 풀어 내린다.
어느 강변에 서서,
까뮈가 폐허의 유적터에서
찾아 헤메던 그 만남을,
타고르가 백년 뒤의 젊은이 들에게 외치던 뱅골만의 노래를,
함께 만나고 듣고 그 춤 사위 만으로도
삶은 더없이 족하다 하였거늘.......
다시 마련하는 삶의 터전에서 나는 그 삶의 춤을 감히 흉내낼 수
있을까?
내 아이들에게 그 가락을 들려 줄 수 있을까?
아니 아이들 가슴 가득 흘러 넘치는 그 가락을 헤침없이 보듬어
놀아줄수 있을까? 하는 것이 옳겠지.........
큰 딸아이는 이제 오학년이 된다.
몸이 아파 마음껏
달리기를 할수 없었던 몇달,
딸아이는 꿈속에서 느티 할아버지를 만나 발이 다 나았는데 왜 걷지 않느냐고 꾸중을 듣고 마당앞 감나무 아래
수염이 아주 긴 할아버지 둘이 장기를 두고
둘레에 수련이 만발한 연못가에서 동생과 함께 그 신선할아버지의 긴 수염을잡고 뛰노는 꿈을 꾸곤
몸이 부쩍나아지곤했다.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은 연상의 꿈이 아니다.
아이의 생명은 느티나무와
내 마을을 둘러안은 부용산과 내 집의 모든 땅엣 것들과 그리 너무도 당연히 하나되어
살아있음에다.
이제 보듬어 주었던 그 수호의 품안에서 떠남을 준비한다.
늘 마음속에
고향으로 보듬어 있을테니 떠남이 아닐게다.
하늘과 땅은 어디에로건 하나되어있으니.......
이제 더 여리고 어여쁜 이들을 새로
당신의 숨결로 맞이하는 모습을 보메
그 손길이 또한 우리를 안주의 땅으로 이끌을 터, 그 어찌 아니
믿으랴!
200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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